환경부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터널 공사가 이 산의 습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율스님과 환경단체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한국철도시설공단(전 고속철도공단)의 손을 다시 한번 들어주었다. 애초 환경부는 지율스님의 58일간의 단식을 계기로 사업자,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전문가 검토'를 하는 것을 약속했었으나, 이를 파기한 셈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환경부, "천성산 터널 뚫어도 습지에 영향 없다"**
환경부는 19일 "사업자인 철도시설공단과 환경단체측을 모두 배제하고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의 지질ㆍ지하수 전문가 2명과 국립환경연구원의 습지 전문가 1명을 위촉해, 철도시설공단이 2002년에 발표한 '천성산 지역 자연 변화 정밀 조사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터널 공사가 습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환경부 독자 검토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철도시설공단의 보고서에 대한 문헌 검토와 2박3일간의 현장조사를 실시했다"며 "보고서는 연구 내용이나 분석 방법, 결론 도출의 논리성에 이상이 없으며 터널 굴착 구간과 천성산 고산 습지는 강수(降水)와 일반 지하수로 분리돼 있어 상호간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천성산 고산습지는 암반 지하수가 아니라 토양수와 강수에서 기원했다"며 "터널 공사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암반 지하수와 천성산 고산습지 사이에는 불투수층이 가로막고 있어서, 터널을 뚫는다고 해서 습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터널을 뚫을 때 지하수가 유출되더라도, 암반 지하수이기 때문에 습지에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환경부는 이번에 천성산의 지질과 습지 구조 등에 대해서만 검토를 했으며, 터널을 뚫을 경우 도롱뇽 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터널의 안전성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검토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이미 지난 15일 독자적인 검토 결과를 일명 '도롱뇽 소송'을 맡고 있는 부산고법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 "환경부 또 거짓말, 공동조사 합의는 어디갔나"**
한편 이에 대해 환경단체측은 "환경부와 환경단체, 사업자 간 공동조사에 합의해 놓고는 환경부 독자 검토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환경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기자들 전화를 받고서야 환경부가 독자적으로 검토한 사실을 알았다"며 "이미 사업자의 보고서에 동의한 적이 있는 환경부의 독자적인 검토는 하나 마나한 일"이라고 환경부를 비판했다.
서 국장은 "환경부 주장대로라면 천성산 습지가 겨울에도 얼지 않고 수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게 설명이 안 된다"며 "법원에 정밀 검사를 다시 신청하겠다"고 이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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