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시설공단, '천성산 검증' 이틀 앞두고 이의 신청

"환경부만의 '전문가 검토'는 받아들이겠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애초 거부했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터널'의 환경 영향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받아들기로 결정했다. 철도시설공단은 환경부만의 '전문가 검토'를 받아들이기로 해 그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대신 9월20일 오전에 예정된 재판부의 현장 검증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을 해, 법원의 감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재판부, "양측 합의가 우선, 현장 검증 연기하겠다"**

부산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김종대 부장판사)는 17일 "철도시설공단측이 법원 감정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함에 따라 20일로 예정된 현장검증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철도시설공단측은 재판부에 낸 '감정신청 의견서'에서 "(환경부와 환경단체 협의 결과에 의하면) 전문가 검토는 신청인(환경단체)측이 주장하는 분야별 감정에 상응하는 검토가 될 것"이라며 "환경부가 중립적 입장에서 환경부 산하 환경 관련 전문 연구원 등의 전문가를 통한 검토를 시행한다면 그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전문가 검토와 법원 감정이 이중으로 진행되는 것보다 합의 당사자가 있고, 합의가 유효한 상태에서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게 순리"라며 철도시설공단측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합의 내용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 환경부에 사실 조회를 의뢰하고, 양측 합의가 무산될 경우에는 즉각 법원 감정을 실시하는 등 예정된 재판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민ㆍ사회단체, "철도시설공단, 부실 환경영향평가 드러나는 게 걱정되나"**

앞서 철도시설공단은 26일 환경부와 시민ㆍ사회단체가 협의한 공동 전문가 검토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면, 지난 1일 환경부, 시민ㆍ사회단체, 철도시설공단 간 3자 회의에도 불참했다.

철도시설공단은 또 지난 13일 열린 심리에서 재판부가 "20일 오전 천성산 터널공사 현장에서 현장 검증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법원 주관 하에 감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심리 당일 특별한 의사 표명 없이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율 스님과 함께 천성산 관통 터널을 반대하고 있는 '도롱뇽 소송 시민행동'은 17일 성명을 내고 "법정에서 이미 사법부의 결정을 따르고 어떤 결과든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는 철도시설공단이 13일 합의를 한지 불과 닷새도 지나기 전에 일방적으로 이의 신청을 했다"며 "법원의 감정을 거부하는 공단 측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행동은 "이미 공단측 환경영향평가서의 문제를 인식하고 동의해준 환경부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검토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의신청을 철회하고 법원 감정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시민행동은 "특히 26일 환경부와 시민ㆍ사회단체가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한 전문가 검토 요구를 거부했던 철도시설공단이 이제 환경부와의 전문가 검토를 주장하는 것은 부실 환경영향평가가 드러날 것을 염려한 게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