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 사태 대응에 실패했다는 그린피스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정부가 주민 귀환을 지시한 지역에서 정부 제염 목표치를 웃도는 방사선량이 검출됐다.
도쿄올림픽 성화 출발지에서는 사고 전에 비해 최대 1775배에 달하는 방사선량이 조사됐다.
9일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9주년(3월 11일)을 앞두고 동일본 대지진 여파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 사태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일본 정부의 방사능 제염이 실패했음을 확인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린피스 조사 결과, 일본 정부가 주민 귀환을 지시한 나미에의 피난지시 해제구역 5581곳 중 강 제방과 도로의 99%에서 일본 정부 제염 목표치를 초과하는 방사선량이 검출됐다. 이곳의 평균 선량은 시간당 0.8마이크로시버트(μSv/h), 최댓값은 1.7μSv/h로 사고 이전보다 20배 높았다.
이 지역 마을 학교 주변 45%에서는 1년간 연속 노출될 경우 최대 17밀리시버트mSv/h의 피폭이 가능하다고 그린피스는 밝혔다. 국제 방사선 방호 위원회(ICRP)가 지정한 일반인 연간 한도 선량의 17배에 달하는 양이다. 청소년이 이 지역에서 등교하는 건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도쿄올림픽에 악운을 드리우는 결과도 나왔다. 그린피스는 올림픽 성화 출발지인 J빌리지를 조사한 결과, 71μSv/h에 달하는 핫스팟(Hot Spot, 방사선 고선량 지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 비해 177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11월 (이 지역) 방사성 조사 결과 서신을 일본 정부에 전달한 후, 일본 정부가 제염 작업을 실시했다"며 "그러나 12월 다시 J빌리지를 찾아 핫스팟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시내 중심부에서도 45곳의 핫스팟을 발견했다. 도쿄와 후쿠시마를 잇는 신칸센 탑승구 근처도 핫스팟에 포함됐다. 이들 지역 중 방사선량이 가장 높게 나온 곳에서는 지상 10㎝ 높이에서 5.5μSv/h의 방사선량이 검출됐다. 2011년 사고 전보다 137배 높은 수치다.
그린피스는 "핫스팟 45곳 전체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위험 물질로 지정한 수치(0.3~0.5μSv/h)를 초과"하는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10월 일본을 덮친 태풍 하기비스가 이번 제염 실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당시 태풍으로 인해 위험 물질이 곳곳으로 번져나갔으리라는 이유다.
그린피스는 "제염이 불가능한 산림 지역에서 고준위 방사성 세슘이 도로와 주택 등 여러 곳으로 퍼진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스즈키 카즈에 그린피스 일본 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상으로 인한 방사성 재오염은 여러 세기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강조하는 '모든 것이 정상화' 되고 있다는 표현은 현실과 다르다. 일본 정부는 제염 작업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본 정부에 후쿠시마 주민의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피난 및 귀환 정책 개선을 포함한 요구사항을 전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가뜩이나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아베 정부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에 사활을 건 아베 정부는 코로나19를 비롯한 안팎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시민은 물론, 올림픽 관람을 위해 이곳을 방문할 전 세계 시민의 안전을 위해 후쿠시마 오염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후쿠시마 현장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린피스는 한편 제염노동자 피폭 실태와 인권 침해 문제를 조사한 결과도 조만간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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