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 연아' 고소한 유인촌 "나는 세 번 상처 받았다"

김윤수 해임 무효 판결? "아직 소송 중이니 기다려 달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 유포자 등을 고소한 것과 관련해 "누리꾼들에게 여러 가지로 교육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업무 보고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고소를 취하할 생각은 있느냐"는 질문에, 유 장관은 "이제 그만 하시죠. 그 얘기는 그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불쾌한 기색을 보이며 "최종적으로 경찰이 저에게 통보를 해준다고 했으니 그 통보를 받고 정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이 누리꾼 고소의 이유를 묻자 유 장관은 "민주당 부대변인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논평해 '바로 잡아야 되겠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민주당 의원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유 장관은 "저는 가만히 앉아 있는데, 이 문제로 세 번 상처가 났다"며 "한 번은 조작된 영상으로 마치 이상한 행동을 한 것처럼 됐다가 (경찰이) 조사를 하니 (조작이라는 것이) 드러났는데, 치사한 장관, 유머도 모르는 장관이 됐다. 이제는 국회에서 야단을 맞는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 장관은 "워낙 (동영상 조작) 기술이 발달된 대한민국에 놀라기도 했고, 웃고 넘기려고 며칠을 봤는데, 민주당에는 죄송하지만 공당에서 논평을 내 사실이라고 하고, 아니라고 하니까 그런 것 가지고 치사하게 했다고 또 논평을 냈다"며 "저는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또 "(경찰이) 조사한 사람을 봤는데 (그 중 두 명이 뼈저리게 뉘우친다고 장문의 글을 저에게 보냈다. 잘 정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이에 대해 "장관이 이 문제를 민주당 탓으로 하는 것은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속풀이하는 것"이라며 "장관에게 고발하라고 민주당이 요구했느냐"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장관이 8명을 조사했다고 했는데, 그 8명 조사자 중에서 직접적으로 동영상을 조작한 조작자가 있느냐"며 "내가 알기로 직접 조작자는 없고, 그것이 조작된지 모르고 유포한 당사자들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도 "이른바 '연아 동영상' 문제, 좀 부끄럽고 사실 낯이 뜨겁다"며 "소송으로 국력 낭비가 엄청 많은데, 장관이 이 문제를 소송으로, 법률적 문제로 간다는데, 장관은 소송 만능주의같은 이런 행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같은 당 진성호 의원은 "너무 분명한 사실을 교묘히 편집했고, 거기에다 연아 동영상을 (다른 인터넷 게시판 등으로) 나를 때 보면 욕설이 섞이고,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연상시키는 댓글도 다는데, 단순히 웃자고 한 영상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런 인터넷 문화가) 대한민국의 음지라고 생각한다"고 유 장관을 옹호했다.

한편,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의 해임 처분이 무효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온 것과 관련해 전병헌 의원은 "정연주 KBS 전 사장 해임 무효, 신태섭 KBS 이사 해임 무효,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 해임 무효 등과 관련해 (문광부 외압 의혹에 의한 해임이) 연속적으로 무효 판결을 받고 있는데 장관이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고 유 장관을 몰아세웠다.

이에 유 장관은 "아직 소송 중이니까, 기다려 달라. 1심은 저희가 이겼고, 2심에서 뒤집어졌으니까…"라고만 말했다.

고흥길 "안상수 좌파 주지 발언? 기억이 희미해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자승 총무원장이 만난 자리에 동석했던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좌파 주지 발언'과 관련해 "두 분이 대화하는 것을 어렴풋이 듣긴 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희미하고 잘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민주당 전병헌 의원으로부터 "안상수 원내대표의 매우 잘못되고 경악스런 발언에 대해서 동석했던 한 분으로서 사실 확인을 해 달라"고 요청을 받은 뒤 고 위원장은 이같이 답했다.

고 위원장은 "조계사의 요청으로 회의가 있었고, 자승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한 후 첫 인사 자리였기도 해서 참석했다"며 "그 때 안 원내대표와 자승 스님 사이에 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제 보좌관이었던 김영국 씨도 있었다"며 만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당시 자리에 동석했으면서 "그런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고 못박지 않고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고 위원장의 애매한 해명은 더욱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안 원내대표는 여전히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명진 스님의 주장에 의하면 안 원내대표와 자승 총무원장이 만난 자리에서 안 원내대표는 "강남 부자 절의 좌파 스님을 그냥 둬서 되겠느냐"는 취지로 압박을 가했고, 이후 명진 스님이 주지로 있던 봉은사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조계종 직영 사찰로 전환됐다.

유인촌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런 문제는 제가 나서서 입장 표명할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적절치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