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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코로나 사망, 편견 갖지 말아야"

중앙임상위 "청도병원 특히 열악...장애인 편견 갖지 말아야"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급격히 발생하는 원인으로 정신병동 특유의 취약한 상황이 거론됐다. 입원 환자의 특성과 병동의 특성이 결합해 최악의 상황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26일 현재 한국 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2명이며 이 중 7명이 청도대남병원 입원 환자였다. 이 병원에서는 113명의 확진자도 나왔다.

이날 중앙임상위원회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의 특성을 설명했다. 청도대남병원 확진 환자 중 5명이 중앙의료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임상위에 따르면 정신병동의 폐쇄성이 환자 대량 발생의 주 원인이었다. 이소희 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본래 정신병동은 입·출입을 통제하는 특성상 바이러스 감염이 쉽지 않"지만 "일단 감염되면 전파력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이 과장은 그 원인으로 "정신병동은 (입원 환자의) 투신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창문을 못 열도록 되어 있어 자연 환기가 되지 않고, 중앙시스템에 (환기를) 의존한다"며 "환자들은 공동으로 24시간 생활한다. 함께 밥을 먹고, 그룹 프로그램도 많아 밀접 접촉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정신병동 입원 환자의 특성상) 물건을 방치할 경우 자해 위험 등이 있어 개별 화장실, 목욕시설이 없고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게 된다"며 "알코올제 역시 환자가 마실 수 있어 침상별로 비치하기 어려워 감염 방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밀폐 환경에서 환자들의 접촉이 잦은 데다, 공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도 다른 환경에 비해 큰, 바이러스 감염에 특히 취약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청도대남병원의 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정신병동에서 유행하는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다. 불행히도 이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며 "청도대남병원이 조금 더 열악했다. 침대도 없이 바닥에 온돌 매트리스를 깔고 생활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정신병동이 이렇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정신 질환자의 특수성도 감염 취약성을 더했다고 이 과장은 평가했다.

이 과장은 "(정신병동 입원 환자는) 의사 표현이 잘 되지 않아 조기 진단 치료가 어렵다"며 "정신병동에 장기간 생활하는 분은 일반 정신 질환자와 구별된다. 일반 정신질환자의 경우 지역 사업장에서 생활하는 분이 많지만, 장기 입원 환자는 가족의 보살핌이 어렵기 때문에 장기간 병동 생활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장기 입원 환자는) 손 씻기, 마스크 착용하기, 영양 섭취에 부족함이 있어 기본적으로 영양 상태가 불량하다"며 "밀폐된 내부에서 장기간 생활하다 보니 보행 공간에도 제한이 있어 근육량도 많지 않다. 더구나 헤모글로빈 수치도 떨어지는 편이다. 이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내 첫 사망자였던 청도대남병원 환자(63세 한국인 남성)는 사망 당시 몸무게가 42㎏에 불과했다. 이 환자는 지난 20일 새벽 사망 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고임석 중앙의료원 진료부원장은 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된 청도대남병원 감염 환자 중 사망자의 사례를 들어 "청도대남병원에서 바닥 생활을 주로 했기 때문에 침상에 있으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고 부원장은 "마스크를 벗는 행동을 조절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다. 이 경우 안정제를 써서 결박해야 하지만, 호흡에 억제가 올 수 있어 이런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고도 밝혔다.

▲ 전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장애인 집단 격리수용이 청도대남병원 참사를 불러왔다며 26일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었다. 참가자들이 청도대남병원의 사망자 7명을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프레시안(최형락)

다만 의료인들은 이 같은 사례를 중심으로 정신질환자를 향한 편견을 갖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하지는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 과장은 "정신질환자의 예후가 무조건 절망적이냐면 그렇지 않다. 이건 특수상황"이라며 "일반 정신질환자에게 오명을 씌우거나 사실과 다른 점에 공포를 갖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노약자, 정신질환자 등이 집단생활을 하는 수용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대규모 전파가 일어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 "코로나19 사태가 폐쇄병동 입원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에게 얼마나 폭력적인 재앙을 불러오는지, 지역사회 의료시스템이 집단격리수용 시설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확인하고 있다"며 "폐쇄병동에 수용된 정신 장애인 인권 현실을 깨닫는 순간"이라고 개탄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조현병 환자의 정신병원 평균 재원기간은 2016년 기준 50일이지만 한국은 303일에 달한다"며 "만약 폐쇄병동에 입원된 정신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았더라면. 그래서 동네 가까운 병원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지역사회 통합된 환경에서 적절한 건강상태 점검과 신속한 조치를 받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초유의 집단감염 사태의 피해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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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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