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 공포'에 짓눌린 뉴욕증시의 대표 지수들이 5일(현지시간) 연이틀 3% 넘게 급락했다. 앞서 코스피 지수가 3% 넘는 하락 후 25일 1%가 넘는 '기술적 반등'을 한 것과 대조적이어서 미국 언론들은 "매우 이례적인 양상"이라고 전할 정도다.
그 배경에 대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뉴욕증시 오후장에 전해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경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CDC는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는 이날 기준 57명이다.
CDC 산하 미국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소장 낸시 메소니에는 "코로나19가 미국에서 확산될 것인지는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정확히 언제,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가 전해지면서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879.44포인트(3.15%) 하락한 27081.3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97.68포인트(3.03%) 내린 3128.21, 나스닥 지수는 255.67포인트(2.77%) 내린 8965.61에 각각 마감했다. 전날 다우지수는 1031.61포인트(3.56%), S&P500지수는 111.86포인트(3.35%), 나스닥지수는 355.31포인트(3.71%) 각각 하락한 바 있다. 다우지수는 이틀간 1900포인트 이상 주저앉았고, 나스닥은 9000선이 무너졌다.
유럽증시도 이틀 연속 급락했다. 영국의 런던 FTSE 100은 1.94% 내린 7107.88, 프랑스 파리의 CAC 40 지수는 1.94% 내린 5679.68,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 지수는 1.88% 하락한 12790.49에 각각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도 2.07% 하락한 3572.51을 기록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변동성지수는 19%나 치솟아 29를 기록했다. 보스턴파트너스의 글로벌시장연구소장 마이클 멀레이니는 "변동성이 급증할 때 주식을 매도하는 통상적인 투자전략에 따라 주가 하락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 감염경로도 모른 채 확진자 322명으로 급증
유럽은 '이탈리아발 공포'에 휩싸였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5일(현지시간) 현재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32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229명에서 93명이나 급증한 것이다. 코로나19 사망자도 4명 추가돼 11명으로 늘었다. 전체 사망자 11명 가운데 9명은 롬바르디아에서, 나머지 2명은 베네토에서 각각 발생했다.
특히 바이러스가 롬바르디아 주와 베네토 주 등 북부의 두 거점 지역을 벗어나 점차 다른 곳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주별 확진자는 롬바르디아가 240명, 베네토 42명, 에밀리아-로마냐 26명, 피에몬테·라치오·시칠리아 각 3명, 토스카나 2명, 트렌티노-알토 아디제·리구리아 각 1명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주는 남부 시칠리아와 중부 토스카나, 북서부 리구리아, 북동부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등 4곳이다.
이탈리아 당국은 특히 최남단에 있는 시칠리아에서 확진자가 한꺼번에 3명이나 나옴에 따라 사실상 이탈리아반도 전역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 인접 국가들로 코로나19 감염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날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2명, 스위스와 크로아티아에서 1명씩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들은 모두 최근 이탈리아 북부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가 이탈리아 주변국으로 퍼져나갈 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EU 회원국들 사이의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한 셍겐 조약을 제한할 계획이 없다는 유럽연합(EU) 당국의 원칙을 위협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이 통제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도 최초의 확진자의 감염경로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1번 확진자가 된 38세 남성이 지난 19일 롬바르디아 주 밀라노에서 남동쪽으로 약 70킬로미터 떨어진 코도뇨라는 소도시의 병원에 들어와 감염 판정을 받기 1∼2주 전에 이미 바이러스가 널리 전파되고 있었던 것으로 이탈리아 방역당국이 뒤늦게 파악했지만, 정작 1번 확진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소위 '0번 환자'의 소재와 신원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유력한 '용의자'로 꼽혔던 중국인 등 알려진 접촉자들은 모두 음성이라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중동의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된 이란에서도 공식 발표로만 이날 확진자 95명, 사망자 15명으로 늘었다. 이란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가장 많다. 또한 이란의 보건부 차관도 확진자가 됐다.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수백명의 탑승자를 빼고도 일본 내에서만 146명의 확진자가 나온 일본은 오는 7월 도쿄올림픽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는 제5의 계절 독감 후보?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방역전문가 패널은 일본 정부에게 지금까지의 방역실패를 인정하고 '코로나19 봉쇄 전략'에서 '확산 지연 전략'으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단 검사를 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무차별적인 검사를 하느라 의료체제에 과부하만 걸려 확산을 지연시키는 역량을 소모시킨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전문가 패널은 증세가 의심되는 사람들은 자가격리를 하고, 중대한 증세가 있는 사람만 치료를 지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권고했다. 이 패널은 "이제부터 방역대책의 가장 큰 목표는 확산속도를 늦추고, 사망자와 중증 환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1, 2주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 고비가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앞서 24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코로나19 억제에 실패해 앞으로 1년 안에 인류의 40%~70%를 감염시킬 것"이라는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전염병학 교수의 연구 결과를 전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립시치 교수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만 중증이 나타나는 독감의 '다섯번째 후보'가 등장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폈다.
<애틀랜틱>은 립시치 교수의 주장은 현재 전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유하고 있으며, 이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지금까지 알려진 독감보다 더 심각한 증세를 보일 경우 "감기와 독감의 계절"이 "감기와 독감, 그리고 코로나19의 계절"이 반복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의료체계가 미비한 국가들에서 토착화되면 가능성 있다"면서 "그런 국가에서 확산돼서 완전히 토착화가 돼버리면 다른 국가에서 어느 정도 막아내더라도 그 국가에서 다시 유입되는 환자들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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