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의 확진자, 7명의 사망자를 낸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 내 집담감염 사태의 첫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고 20년 넘게 폐쇄병동에 입원한 환자였다. 그는 지난 19일 폐렴 증세로 사망하면서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사망 당시 몸무게는 고작 42kg 이었다. 20년 넘게 폐쇄병동에 갇혀있는 동안 어떤 삶을 살고 얼마나 허약한 면역력을 지녔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전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도 대남병원 집단감염 사태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이 사회적 소수자에게 얼마나 폭력적인 재앙을 불러오는지 확인시켜주는 사례"라며 "집단 격리수용 시설은 지역사회 의료 시스템과 크게 괴리돼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2월 26일 오전 9시까지 코로나19 국내 사망자는 12명이다. 그중 7명은 청도 대남병원 관련 환자다. 청도 대남병원 관련 확진자 총 113명 중 7명이 사망하여 6.2%라는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 후베이성의 사망률 3.3%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장애인단체들은 "폐쇄병동은 집단감염이 시작된 대참사의 발원지"라며 "보건당국의 코호트 격리 조치는 사실상 탈출구를 봉쇄해 확진자끼리 뒤엉켜 죽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정신질환 입원환자 중 75% 이상이 비자의(강제) 입원으로 나타났다. 평균 재원 기간은 247일로 가장 기간이 짧은 이탈리아의 13.4일에 비해 압도적으로 길다. 15년 이상 장기입원자가 전체 29%에 달했다.
더욱이 철저하게 고립된 이들이 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게 장애인 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 뿐 아니라 24일 오후 칠곡 밀알 사랑의 집, 예천 극락마을,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에서도 각각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언급하며 "시설 입소자가 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의미한다"며 "시설 내 입소자 간 감염관리나 위생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장애인을 격리공간에 무차별 집단 수용시킬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한다"며 "집단치료 형태가 아닌 다른 확진자와 같은 안전한 치료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청도 대남병원에서 코호트 격리 중인 확진자들은 지금 있는 정신병동에서 나오거나 최소한 1인 실에 있어야 하지만 의료기관에 내과의사가 없어 그걸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이사는 "장애, 혹은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차별인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정신장애인의 유일한 선택지가 입원과 시설뿐인 환경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코호트 격리는 장애인에게는 집단 감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음압병동, 1인실 등 비장애인이 받는 치료를 장애인은 받을 수 없다"며 "장애인에게도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에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대남병원 확진자 106명 중 25명은 이송 중이며 나머지 분들은 자체 내에서 기존 직원과 파견된 국립정신병원 의료진, 내과 의사 등에게 치료를 받는 중"이라며 "정신질환이라는 기저질환을 갖고 있고 장기간 입원해 면역력이 취약해 단기간에 조치를 취하는 데 제한이 따른다"고 밝혔다.
이어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고 필요시 이송하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며 "국립부곡정신병원으로부터 간호인력을 추라고 지원 받아 효율적인 치료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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