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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馬主)도 혀 내두르는 갑 중의 갑 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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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馬主)도 혀 내두르는 갑 중의 갑 마사회

문중원시민대책위 진상조사팀, 마주 조사 결과 살펴보니

"재계, 정관계, 문화예술계, 법조계, 의료계 등 각계각층의 사회 저명인사 450여분이 마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마사회 홈페이지에 적힌 글이다. 마주는 경마에 출전하는 경주마를 소유하고 경마 감독격인 조교사에게 말 관리를 위탁하는 사람이다. 상금 등을 제외한 기수, 마필관리사, 조교사의 기본 인건비도 마주가 지급한다.


마주가 되려면 상당한 재력이 있어야 한다. 2019년 경주마 평균 거래가는 4000만 원가량이었다. 최고가 경주마 가격은 2억 원대를 기록했다. 유지비용도 꽤 든다. 서울마주협회에 따르면 2020년 말 한 마리당 월 위탁관리비는 150만 원가량이다.

돈만 많다고 마주가 될 수 있지 않다. 인품, 경마산업 발전 기여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하는 마주등록심의위원회 심의도 통과해야 한다. 사회 저명인사가 모여 있다는 마사회의 설명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주 역시도 마사회 앞에서는 '을'에 불과하다. 고문중원기수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팀이 그간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마주를 조사했다. 마주에게도 "마사회는 절대 갑"이었다. 해당 조사에는 마사회와 마주 관계는 물론 기수와 조교사의 관계, 정부의 관리감독 등에 대한 내부자의 시각도 들어있었다.

<프레시안>이 진상조사팀 조사 결과를 마주의 관점으로 재정리했다.

"마사회가 절대적인 갑, 마주는 을"


우선 마주와 경마 감독격인 조교사와의 관계부터 살펴보자.

"마주와 조교사의 관계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말을 60, 70마리씩 갖고 있는 대형 마주는 조교사에게 강력한 갑이다. 많은 수의 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승 가능성이 높은 말이 있다. 조교사는 좋은 말을 갖기 위해 경쟁한다. 그러나 대부분 마주가 5마리 이하를 소유한다. 이런 마주는 조교사에게 큰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조교사 말을 따른다."


마주가 소유한 말의 수에 따라 마주와 조교사와의 관계는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대형 마주는 좋은 말 공급을 무기 삼아 조교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할 수 있다. 반면, 영세 마주는 말 공급을 무기 삼을 수 없다. 외려 좋은 조교사의 마방에 말을 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마 경기 정보도 감독일을 하는 조교사가 더 많이 알고 있다. 따라서 영세 마주는 조교사에게 종속된다는 설명이다.

▲ 경마장에서 출발 중인 기수와 말. 마주의 눈에도 기수는 마사회 권력구조 밑바닥에 놓여있다. ⓒpixabay

그렇다면 피라미드의 윗줄에 선 마주와 마사회의 관계는 어떨까. 진상조사팀 조사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었다.


"마사회가 절대적인 갑이고 마주가 을이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마사회가 마주를 통제하는 두 가지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경마시행규정이다. 경마시행규정에는 "마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마주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 기수와 마필관리사, 조교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규정이 적용된다. 품위의 범위는 모호하다. 해당 조항을 근거로 마사회는 언제든 마주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평소 대형 마주의 불법을 묵인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대형 마주는 조교사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개인의 경주마 등록 수는 제한되어 있다. 한 경주에 많은 말을 출전시키면 다른 말 경로 방해 등을 통해 승부 조작을 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각 경마공원은 마주당 15마리, 20마리 식으로 경주마 등록 제한을 두고 있다. 대형 마주가 되려면 말의 차명 소유를 금지한 한국마사회법을 위반하는 수밖에 없다.

"여러 사람 이름을 빌려서 본인, 부인, 어머니, 법인 이름을 빌려서 60마리, 70마리씩 갖는다. 마사회는 이런 상황을 알고도 묵인한다. 마음만 먹으면 이들을 처벌할 수 있다. 그래서 마사회에게 대형 마주들은 '을'이 된다."

이런 연유로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의 위에 서는 대형 마주도 마사회 앞에서는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추진 정책 반대하자 마주에게 징계권 휘두른 마사회

마사회와 마주 간 힘의 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15년 현명관 전 마사회장의 '경마혁신안'을 둘러싼 갈등이다.

당시 현 전 회장은 혁신안이라는 명목으로 국산말·외산말 경기 통합, 외산말 도입 가격 제한 상승 등을 추진했다. 국산 말 생산농가는 한국 말 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며 반발했다. 마주협회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처우 개선을 논의할 때 "이해관계자"를 이야기하던 마사회는 자신들의 정책이 반발에 부딪치자 단호하게 대응했다. 반대하던 마주 중 한 명은 운영 질서 문란을 이유로 마주 자격을 박탈당했다. 또다른 마주에게는 마사회 비판글을 썼다는 이유로 품위 손상 조항을 들고 나왔다. 결과는 마주협회와 생산농가의 참패였다.


"마주들이 마사회의 경기 정책에 반발해 경기 보이콧을 하려고 했었다. 그때 징계 받은 마주가 2명 있다. 마주들은 말을 소유하는 사람들이라 힘이 막강할 텐데 마사회에 약점이 잡힌 마주들 때문에 안 됐다. 집단적으로 보이콧을 할 때마다 마사회가 징계권을 휘두른다. 그러면서 지금의 마주협회는 철저하게 마사회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됐다. 두 번 징계를 받으면 마주 자격이 박탈된다."

이런 일들이 있다 보니 마주 개인은 물론 마주협회도 마사회 앞에서 힘을 쓰기 힘들다.

"마주협회는 마사회가 갑이 되는 장치다. 마사회가 회장 선거에서 자기에게 반대되는 사람들을 은밀하게 방해한다. 마사회가 개입하다보니 마주협회는 마주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한다."

대형마주도 마사회와 대등한 관계에서 소통하거나 마사회를 견제하지 못하는 셈이다.


▲ 뒷편에 쌓여있는 마권구매표와 경마예상지. 마사회는 마권을 팔아 연 7~8조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공기업이다. ⓒ위키백과

"정부도 마사회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는다"

연 매출 7~8조 원 경마 시장을 독점하는 마사회를 견제하기 위해 남은 장치는 정부 관리감독뿐이다. 문제는 이조차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29일 문 기수를 포함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만 지난 14년 간 7명, 문재인 정부 들어 4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농림부가 지난 11일 청와대에 제출한 '2020 업무계획 보고'에 관련 내용은 없다. 마사회법상 농림부 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마사회의 보고를 받거나 마사회 서류 등을 검사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문 기수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이전에 일어난 6명의 죽음에 대해서도 농림부 장관의 권한 행사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 마주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표했다.

"한국 경마 산업은 마사회가 마음대로 하도록 국가가 방치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관할 부처인데 별 관심이 없다. 마사회 규정은 마사회가 만든다. 마사회에 의한 마사회를 위한 규정이다. 이걸 감시할 단위가 없다. 마사회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구조를 만들고, 국가는 도박 산업으로 인한 세금 말고는 관심 가질 일이 없다. 도박으로 사람이 죽든 기수가 죽든 관심이 없다."

결국 마주의 눈에도 마사회는 '절대 갑'이자 '경마 관계자들의 위에 군림하며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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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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