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구시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 23명이 추가 확인됐다. 이로써 지난 18일 이후 사흘간 대구에서만 총 3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아동과 대면하는 미술학원, 어린이집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국내 확진자는 오전 9시 기준으로 총 82명이다.
대구시는 신규 환자의 격리 치료에 들어갔으나, 음압병상이 모자라 현 방역 대응 수준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의 방역 상황이 어려움에 처해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하자는 요구도 나왔다.
이날 대구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대구시 중구 시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현 대구시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전했다.
20일에만 새 환자 23명... 음압병실 태부족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새로운 확진환자 23명이 나왔다. 18일 1명, 19일 10명을 포함해 대구시에서만 총 3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역별로 보면 남구 12명, 달서구 7명 등 대구시 전역에 걸쳐 확진환자가 나왔다. 성별로는 남성 9명, 여성 25명이다.
이들 중 신천지 교인이 23명이다. 31번 환자가 입원했던 새로난한방병원에서 2명의 확진환자가 나왔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이들 중에서도 2명의 환자가 나왔다. 나머지 7명의 감염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 환자 중에는 아동과 대면 접촉이 잦은 미술학원 교사(1명), 어린이집 교사(1명)도 있다. 환자가 나온 미술학원은 대구시 수성구 만천동의 아트필 미술학원이다. 이 학원의 원생은 7명이다.
어린이집은 대구시 동구 신천동 하나린 어린이집이다. 이곳에는 교사가 총 2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원생은 120명이다. 확진환자가 가르친 원생은 약 45명이다.
대구시는 미술학원과 어린이집 근무자 전원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아울러 학부모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해당시설은 폐쇄조치됐다. 대구시는 역학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소독 방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장 큰 문제는 한꺼번에 환자가 쏟아짐에 따라 격리병상이 크게 부족해졌다는 데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 환자 34명 중 15명은 지역병원 음압병실에서 입원 치료 중이며, 19명은 오늘 오전 추가 확보한 12개 병실에 입원 예정"이라며 "하지만 나머지 침실은 확보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료원에 마련된 음압병실 10실은 이미 환자로 채워졌다. 대구시는 지난 밤 중 포터블 음압기를 설치해 6개의 음압병실을 새로 만들었으나, 이곳에도 신규 환자가 이송 중이다.
새로난한방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던 환자 33명을 전원조치하는 등 대구시는 병원 전체를 비워 1인 1실 병상을 확보하는 준비에도 급히 들어갔다. 하지만 음압병상이 부족한 만큼, '매뉴얼대로' 강력한 격리 조치를 취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권 시장은 "앞으로 대구의료원 라파엘병동 등을 전체 소개해 88실을 확보하고, 나아가 대구의료원 전체를 소개해 확진자 확대에 대비할 것"이지만 "환자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음압병실에 격리 입원 조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권 시장은 "앞으로 중증환자는 음압병실에 격리하되, 경증환자는 일반병실에서 1인 1실 격리 입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건당국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이미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앞으로 확진환자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확진환자를 음압병실에 격리 치료하는 방식으로는 대구시는 물론, 전국 보건체계를 동원해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신천지 교인 40% 연락 안 돼"
대구시 내 코로나19 '슈퍼전파' 진앙지가 된 신천지대구교회의 31번 환자 접촉자 전수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31번 환자와 함께 예배한 신천지 교인은 1001명이다. 대구시는 이들 전원의 감염 여부 1차 조사를 시행 중이다. 그 결과 90명은 증상이 있다고 답했으며, 515명은 증상이 없다고 답했다. 대구시는 증상이 있다고 답한 90명에게 자가격리를 권고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검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전담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신천지 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담 콜센터도 운영할 예정이다.
권 시장은 "오늘부터 신천지 교인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교회의 협조를 얻어 전체 신도의 외출을 금지하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며 되도록 가족과도 격리되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나머지 396명이다. 이들은 여태 전화 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거의 40퍼센트에 가까운 인원의 감염 여부는 물론, 동선도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권 시장은 "현재 신천지 교회와 관련 협조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교회 차원에서도 이들의 정보를 전부 가진 건 아니"라고 전했다.
권 시장은 다만 "신천지 교회 차원에서는 대구시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교회 차원에서도 교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가격리 등의 행동요령을 전파했다"며 "전수조사 시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비협조적인 모습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환자 나올 것...위기 대응 지침 수정해야"
권 시장은 대구시가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며 위기 경보 수준으로 올리는 등의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권 시장은 "아마 브리핑을 마치고 나가면 확진환자가 더 늘어났다는 통계가 나올 수도 있다"며 "대구 지역만 놓고 보면, 지역사회 감염이 이제 확산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지금의 방역 관련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이라고 언급했다.
권 시장은 특히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의료인력의 감염을 막는 준비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권 시장은 "당장 의료인력 일부가 자가격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역 내에서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군이나 공공 의료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대구시로서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질본은 25명의 공중보건 의료인력을 대구에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 검사 장비 등은 부족함이 없이 잘 공급되고 있다고 권 시장은 전했다. 권 시장은 "현재 즉각 검사가 필요한 상황은 보건환경연구원이 전담하고 있고,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사람의 검사는 외부위탁하고 있다. 금요일(21일)부터는 지역 3개 병원에서도 자체 검사 능력이 갖춰진다"며 "지역사회 내에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권 시장은 대구시민을 향해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라며 "시민 여러분은 오늘부터 외출을 최대한 자제해주시기 바란다. 가정 내에서도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발열,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마시고, 반드시 질본 콜센터 1339에 우선 연락하거나 가까운 관할보건소에 우선 신고해 안내에 따라 달라"며 "보건소나 병원 방문 시에도 응급실이나 외래진료로 바로 가지 마시고 반드시 선별진료소 먼저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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