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을 대신하여**
나는 고민 끝에 사회진보연대 박준도 처장의 글에 대해 일일이 반론을 펴지 않기로 했다. 다만 간단한 소회를 밝힌다.
박 처장은 내가 김태경 기자가 문제제기한 핵심 - 시민단체의 노무현 평향 - 을 외면하고 쟁점을 호도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지만 내가 옹호하려고 했던 것은 파병저지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마주한 운동의 통합과 단결이었다. 나는 사회운동간에 저마다 '정치적 신념'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정치적 입장이라 하더라도 표현하는 '접근방법론'이 상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쟁'을 강조하든 '대중성'을 강조하든 합리적 토론의 주제가 될 때만 생산적이다. 특히 평화운동의 정신은 공존과 상생이다. 따라서 편가르기 식의 존재론적 비판과 논쟁구도를 승인할 수 없었고 지금도 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설사 백보를 양보하여 박 처장의 주장대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노무현에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더라도 이들이 파병에 찬성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보듬고 같이 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나의 기본시각이다.
내게는 이 논쟁을 지속하는 것이 결코 건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논쟁으로 과연 노무현 정권을 비롯한 파병추진 세력들이 고립되고 우리가 강건해질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논쟁과정에서 파병반대운동이 더욱 힘있게 전개되기를 바라는 많은 이들에게 누가 되는 것도 걱정스럽다. 사실 나 자신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기회를 빌어 지난 반론에서 전교조, 전농, 보건의료연합 등을 거론한 것에 대해 해당단체에 양해를 구한다. 이들 단체를 열거한 이유는 이 단체들이 파병반대운동에 동참하는 단체임과 동시에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갖는 부문단체임을 예시하려 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다.
박 처장이 참여연대를 비판하기 위해 자신의 시각과 해석대로 내부 논쟁과정을 길게 묘사한 부분에 대해서도 반론을 하지 않겠다. 혹자는 내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근거 있는 비판을 기대한다"고 말해 놓고 논쟁 과정을 낱낱이 공박한 사회진보연대의 비판에는 왜 답하지 않느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박준도 처장이 그 나름대로 정리한 논점들과 해석에 대해 동의한다거나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각종 회의와 집회현장에서 과정을 지켜 보아온 많은 이들이 증인이자 판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박 처장과 지난 10개월간 진지하게 연대하고 끈기 있게 토론해왔다. 중언부언이 필요 없다.
게다가 최근 파병반대국민행동의 평가토론회가 공개리에 진행되었고 시민의 신문, 민중의 소리 등에 보도되었거나 보도될 예정이다. 그 토론에는 박 처장도 참여했었다. 이것이 내가 김 기자에게 사실에 기초한 취재를 주문했던 것과는 달리, 내부자인 박처장의 반박에 대구하지 않는 이유다.
박 처장이 기고문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충분히 말했으므로 시민독자들은 그의 시각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했을 터이다. 함께 해왔던 이들을 몰아세우는 방식으로 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그것으로 족하다. 평가는 박 처장의 말대로 '광범위한' 시민의 몫이다.
참여연대는 나름의 원칙과 입장을 가지고 파병반대운동을 지속해나갈 것이다. 연대의 현장에 함께 할 것이며 합리적 토론에 따른 결정이라면 승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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