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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근거있는 실사구시적 비판을 기대한다"

[김태경 기자의 비판에 대한 반론] "내부이견 심각하지 않다"

파병반대국민행동 정책사업담당 기획위원인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이 24일 프레시안에 오마이뉴스 김태경기자가 최근 <월간 인물과 사상> 9월호에 기고한 글에 대한 반박글을 보내왔다. 김기자는 '노정권과 시민단체들, 유착 혹은 상생?'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메이저 시민단체들을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최근 비판의 대상이 된 민언련이 오마이뉴스에 반박글을 실은 데 이어, 김기자 글에서는 직접적으로 거명되지 않았으나 파병반대국민행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참여연대의 이태호 실장이 본지에 김기자에 대한 반박글을 보내오기에 이르른 것이다.

본지는 지난 21일 김태경기자의 글 전문을 게재한 바 있기에, 이번에 이태호 실장의 글도 전문을 게재하기로 했다. 앞으로 김태경기자가 재반론을 전개할 경우 그 글도 실을 예정이다. 편집자주

***김태경 기자의 <인물과 사상> 기고에 대한 반론
-파병반대운동에 대한 근거 있는 실사구시적 비판을 기대한다**

오마이뉴스 김태경 기자는 최근 월간 인물과 사상 9월 호에 “노정권과 시민단체들, 유착 혹은 상생?”이라는 제하의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김태경 기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파병반대 의지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이 눈에 띄었고 지난 6월 23일 김선일 씨가 피살된 후 벌어진 일련의 촛불시위에서는 문제가 심각했다.... 이른바 주류 또는 이름있는 시민단체들이 현 정부의 잘못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과감하게 비판하기보다는 미국 탓, 수구세력 탓, 또는 정부 안의 친미라인 탓으로 돌리며 변죽만 울린다고 느껴졌다. 이는 노 정권을 직접 겨냥하지 않으려 했던 주류 시민단체가 파병반대운동을 읍소형 운동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은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도된 결론을 이끌어내려 한 나머지 비약과 과장, 사실검증 없는 불충분한 추론으로 점철되어 있다. 김태경 기자의 기사 외에도 이런 추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적절한 반론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하여 몇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인터뷰 요청도 하지 않고 취재하기 어려웠다니**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한가지 먼저 밝혀둘 것이 있다. 필자는 참여연대 정책실장으로 지난 10개월간 파병반대국민행동 정책사업단 간사를 맡아왔고 시민단체 측 연락을 담당하는 상황실 업무도 맡아왔다. 또한 김태경 기자와는 지난 5월 이후 오마이뉴스-파병반대국민행동 공동캠페인을 위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경험이 있음을 밝힌다. 오마이뉴스와 필자는 언론과 시민단체라는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어떻게 하면 파병철회 운동을 확산시킬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믿는다. 이 관계는 김선일 씨 사건 이후에도 지속되어 오마이뉴스측과 필자와는 기사기획이나 집회 생중계 등을 위해 전화쯤은 수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였었다. 필자는 오마이뉴스 기획팀의 일원이었던 김태경 기자와도 그런 관계였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그 때 이후 지금까지, 김태경 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문제의식과 관련된 사전 언급이나 비판적 지적, 혹은 우려를 전해들은 바 없었다. 게다가 필자의 10개월 활동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고, 심지어 내 말을 인용한 기사를 내보내면서 내게 정식 인터뷰 요청조차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그러면서도 기사에서는 정부기관 취재하는 것 보다 더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주요 행동방침을 결정하는 비상시국회의도 매번 공개해 왔다. 국민총투표 제안이 부결되던 회의, 노무현 퇴진 구호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었던 7월 1일 회의도 모두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 운영위원회 논의도 진지하게 물었다면 감출 이유가 없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이나 시민단체 내부의 움직임에 대해 김 기자가 부당하게 취재를 거부당한 사례가 있다면 공개해 주기 바란다.

***과연 노무현 정권 퇴진이 쟁점이었는가?**

파병반대국민행동은 파병에 반대하고 그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모인 360개 단체의 연대체이다. 연대체에서 파병을 근거로 노무현 퇴진 구호를 내걸 때에는 우선 소속단체들의 정세인식이나 위임한 실천범위에 합당한 것인가? 내건 구호를 관철시킬 수 있는가? 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대운동이 실없어 지거나 목소리 높은 소수의 정파적 운동으로 축소, 왜곡되고 만다. 말하자면 연대단체는 노무현 퇴진이 좋으냐 나쁘냐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 퇴진을 내거는 것이 파병철회운동을 고조시키는데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로 판단한다. 김태경 기자도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노무현 퇴진 구호는 운동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적지 않은 구호였다. 주지하듯이 대통령 탄핵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쟁점이 파병이냐 아니냐를 넘어 탄핵이냐 아니냐, 친노냐 반노냐로 확장되는 것이 파병반대운동에 실익이 있는지도 전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노무현 퇴진 문제를 일부 단체가 제기하긴 했었다. 그러나 파병반대 운영위 소속 대다수 단체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김태경 기자의 가설처럼 시민단체만 반대한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 민노당, 민중연대, 통일연대 등 대다수 민중단체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운영위원회 대다수 단체가 노무현 정권 규탄이 적절한 구호라고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 정권에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실현가능성 없는 노무현 정권 퇴진보다 노무현 사과, 노무현 규탄 등을 외치는 것이 적절한 수준이라고 본 것이다.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던 유일한 단체인 ‘사회진보연대’도 노무현 퇴진이 공통의 구호가 될 수 없는 조건과 정세에 공감했다.

운영위원회에서 세 차례나 이 문제가 거론되었던 것은 노무현 퇴진을 주장하는 단체가 있어서가 아니라 회의석상에서는 다들 동의해 놓고 집회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진을 주장하는 이들이 공동구호를 외치는 최소한의 공동행동의 순간에도 자신들의 퇴진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주체를 명시하지 않은 노무현 퇴진 손피켓을 집회장에서 무차별적으로 배포한 데 대해 상황실에서 문제제기 하고, 이에 대해 소수 그룹이 선동의 자유를 지도부가 가로막는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격렬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논쟁은 주로 민중연대 소속단체들간에 이루어졌다. 필자가 해프닝이라고 표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들 파병반대국민행동 지도부를 비판하는데 연대기구에 지도부가 따로 있을 리 없다. 매 회의의 결정사항을 공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의사결정회의는 운영위원회다. 운영위 구성단체에는 민중단체가 더 많다.

한편, 김태경 기자는 마치 노무현 사과를 요구한 것이 노정권을 직접 겨냥하지 않으려는 주류 시민단체의 읍소형 운동에 연유하는 것인 양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예를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대목에서 찾고 있다. 노무현 사과를 요구한 것이 잘못인가? 노무현이 책임지라고 주장하는 것과 노무현은 사죄하라고 주장하는 것 사이에 김기자가 지적하는 그토록 중대한 차이가 있단 말인가? 집회장에서는 노무현 정권 사과하라! 노무현 정권 책임져라! 노무현 정권 규탄한다!가 함께 외쳐졌다. 필자는 이런 소모적 논쟁이 정말 안타깝다.

사실 김선일 사건 이후 정부의 조직적 은폐의혹이 밝혀질 경우, 노무현 정권의 진퇴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였다. 열린우리당 386의원들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압박하는 사이버 캠페인을 공동기획한 것도 오마이뉴스와 필자였다. 김태경 기자가 이런 정황을 애써 무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사족이지만 한가지만 더 언급하기로 하자. 파병반대 촛불집회에서 시민단체 사회자가 “노무현 대통령님 파병을 철회해주십시오.”라고 읍소했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간혹 접한다. 프레시안과 부안독립신문 창간호에도 이와 유사한 기사가 실렸었다. 그 뒤로 파병반대운동을 읍소형 운동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간간이 있다. 실제로 6월 26일 집회 말미에 수차례 반복된 이 멘트는 필자가 보기에도 집회분위기에 적절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는 여기지 않았다. 집회장에 가면 감정에 복받쳐 이러저러한 말실수나 분위기에 맞지 않는 멘트도 더러 나오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 날은 김선일 씨 유해가 귀국해 빈소에 안치된 날로서 추모와 규탄의 안배가 만만치 않았던 까다로운 집회였다. 따라서 읍소형 멘트는 사회자 나름대로 파병철회의 절절함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었지 말 그대로 ‘읍소’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예컨대 파병반대 전쟁피해자 전국도보순례에 참여했던 정신대피해자 할머니도 청와대 앞에서 청와대에 절을 하며 파병철회를 읍소했지만 모두가 감동을 받았을 지언정, 왜 노무현에게 읍소하냐고 비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 날 집회 사회자는 시민단체인사가 아니라 여중생 촛불집회 사회자로 잘 알려진 민노당 관계자였다.

***시민단체들은 “자주파 : 친미수구”의 구도에 동의하는가?**

김태경 기자는 시민단체가 미국, 친미 커넥션, 수구언론 등을 문제 삼으면서 정작 노무현 정권은 문제삼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일 소속단체일뿐인 민언련 최민희 총장의 발언을, 그것도 진의를 왜곡하여 말꼬투리를 잡는 방식으로 인용하고는 다른 시민단체들도 대동소이하다고 싸잡아 비난하는 식으로 자신의 가정을 강변하고 있다. 이는 논리적 비약이자 왜곡이다. 좋은 기사작성 방법이 아니다.

김태경 기자는 한국의 파병에 친미커넥션이나 수구언론, 미국의 압력 또는 영향이 없다고 보는가? 최민희 총장이 노무현 정권과 함께 그들에 대해서도 문제제기 하자고 주장한 것이 틀렸다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김 기자는 최민희 총장이나 시민단체가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는 문제제기하지 않으면서 미국이나 친미커넥션만 문제삼았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김 기자는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이름으로 노무현 정권 대신 다른 대상에게 책임을 돌리자고 주장한 글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파병반대국민행동에서 나온 모든 성명과 논평은 파병반대국민행동 사이트나 참여연대 사이트에 대체로 올라가 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에서 발표하는 성명이나 논평 대부분의 작성을 맡았던 사람은 김 기자가 그토록 비판하는 ‘시민단체’ 정책실장인 필자였다. 또한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주된 정책의견서도 역시 관련 사이트에 업데이트 되어 있는데, 이 역시 시민단체 주변의 정책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사업단에서 발간한 것이다. 우리는 파병반대국민행동의 결성 목적에 충실하게 “노무현 정권의 이라크 파병방침을 비판하고 이를 철회시키기 위한” 정책조사활동을 왕성하게 전개했다. 그 활동 내용은 김태경 기자도 잘 알 것이다. 정책사업단은 모든 조직 운동 세력들이 탄핵 촛불집회에 나서고 있던 지난 2-3월에도 일관되게 이라크 현지 모니터 작업, 파병찬성 낙선리스트 작성 작업을 전개했으며 새 국회가 열리자마자 준비된 정책의견서를 쏟아내었다. 이 정책의견서에 경제국익론 비판도 있고 북핵빅딜론 비판도 있다. 그 당시 우리는 농담 삼아 "대통령이 탄핵되건 말건 세상에는 파병찬성론자와 반대론자 두 종류의 인간밖에 없다"고 말하곤 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NSC 내 자주파 : 친미수구 식의 대립등식은 조선일보가 만들어 낸 거다. 내가 아는 한 이른바 ‘잘 알려진 시민운동 단체’ 중 이런 구도에 동의하는 단체는 없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들이 노무현 정부가 내건 협력적 자주국방이 미국 추종적 군비확장 노선이라고 비판해왔고, 파병문제에서도 북핵과 파병을 바꿀 수 있다는 노무현 정권의 주장을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해왔다. 이 결정을 주도한 NSC에 대해서도 비판을 우회한 일도 없다. 김태경 기자가 기사 중반에 삽입해 넣은 이러저러한 에피소드는 시민단체의 파병관련 활동과는 실제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NLL월선 사건 역시 비교적 구체적 쟁점이었던 바, 참여연대를 비롯하여 국방부를 모니터 하는 평화단체들은 대체로 입장을 발표했었다. 일부 시기를 놓친 것이 있다면 파병반대운동으로 인해 실무적으로 어려워서였지 김태경 기자가 기대하는 그 무슨 ‘유착상황’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김태경 기자도 잘 알다시피 노사모 관련 단체들은 파병에는 반대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은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혹시 김 기자는 시민단체와 노사모를 혼동한 것은 아닌가? 아니면 그런 혐의를 두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취재도 없이 사실을 왜곡하고자 하는 것인가?

김선일 씨 사건이 난 직후 서프라이즈, 국민의 힘 등 이른바 노사모 웹사이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 강행방침을 비난하는 주장이 본격화되면서 매우 심각한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었다. 한편, 김선일 사건 직후 오마이뉴스 편집진에서도 개탄했듯이 파병여론은 50:50의 평행을 긋는가 하면 심지어 찬성 여론이 강화되는 경향도 일부 있었다. 오마이뉴스와 파병반대국민행동이 함께 진행하던 온라인 서명도 예상보다 확산되지는 않았다. 이 사정은 누구보다도 김태경 기자가 잘 알 것이다. 이 상황에서 패닉 상태에 빠진 노사모 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이 6월 26일 집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인용해 보자.

"탄핵을 막아냈던 그 촛불이 다시 200만, 300만이 모여야 파병을 철회시킬 수 있습니다. 노사모와 국민의 힘 등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정말 당신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다면 촛불을 다시 들어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에서 개혁파로 불리는 분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당론 바꿀 생각이 없으면 차라리 의원 그만 두십시오."

내가 기억하기에 최 총장의 발언은 그 날 발언 중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발언이었다. 김태경 기자는 이 발언에서 읍소형 운동을 발견했는가? 필자는 정세에 걸맞는 대중연설의 생생한 사례를 보았다.

***추론과 가정에 기초한 근거 없는 논리비약**

이 소제목은 청와대가 공개한 대외경제정책보고서에 대한 파병반대국민행동의 반박보고서 제목과 동일하다. 이 보고서는 파병 결정 시 경제위기론 등을 내세우며 파병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었다. 시민단체들은 청와대가 근거 없이 경제위기를 들이대면서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태경 기자의 기사에는 ‘알려진 시민단체’들을 비판하면서도 구체적인 사례나 근거는 거의 인용하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로 말하면 파병반대국민행동 제안단체이자 파병반대운동 내내 정책분야를 담당했던 중심단체인데 기사 첫머리에 이름만 인용해놓고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김태경 기자가 비판하는 ‘주류 시민단체’에 참여연대가 포함되는 것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아 볼 수가 없다. 김 기자가 유일하게 언급한 것은 참여연대가 운영위원회에서 노무현 퇴진에 반대했다는 내용인데, 이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대다수 민중단체들도 같은 입장이었다.

김 기자 기사에는 여성연합이 자주 거론되는데 여성연합에 대한 비판은 다소 엉뚱한 내용으로서 본 주제인 파병반대운동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김기자 기사에는 여연 소속 단체로서 여연을 대표해 파병반대국민행동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가 얼마나 열심히 파병반대운동에 참여했는지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없다. 또한 여성운동 진영의 파병반대운동에 대해서 구체적인 평가나 지적도 없다. 만약 여연이 왜 전적으로 파병반대에만 몰두하지 않았냐고 비판하려면 동일한 잣대를 전교조, 전농, 보건의료연합 같은 민중단체들에도 적용해야 마땅하다. 민언련이 왜 노무현 퇴진 구호를 내거는데 반대했냐고 비판하려면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이 왜 노무현 퇴진 구호를 내걸지 않았는지도 함께 거론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탄핵반대 집회에는 20만명이 모였는데 파병반대 집회에는 최대 15000명이 모였다. 이 상황이 누구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파병반대운동을 전개했던 운동주체 자신이다. 그러나 20만명을 시민단체의 힘으로 모은 것이 아니었듯이 파병철회에 대중 동력이 실리지 못한 정세적 한계를 특정 시민단체의 노무현 편향 탓으로 돌리는 것도 상황을 과장하는 것이다.

***평화운동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

지난 주말, 파병반대국민행동 상황실은 10개월만에 처음으로 벼르고 벼르던 나들이를 동해바다로 다녀왔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마치 미친 사람들처럼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고 아직 태풍의 뒤끝이 가시지 않은 동해의 거친 파도 속으로 뛰어들어 뒹굴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운영위원회, 기획단과 정책사업단, 상황실의 활동 중 부족한 점도 많았다. 논쟁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개월 내내 민중단체 시민단체, 정당과 정파를 초월하여 파병반대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밤샘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려왔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 아직 1차전 밖에 끝나지 않았지만 참으로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형성된 서로에 대한 신뢰는 확고하다. 이 신뢰는 모든 문제를 토론과 합의로 풀어온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운영방식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김 기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파병반대국민행동 내에 이견이 심각한 것은 아니다. 나는 사소한 차이를 강조하기보다 아직 취약한 평화운동 역량의 강화를 위해 서로를 보듬고 단결할 때라고 믿는다. 김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11월 연장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거나 파병 부대에 사상자가 나오는 등 진정으로 단결된 힘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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