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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軍',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못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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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軍',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못 믿어

여전한 '천안함 의혹', 책임자 문책-시스템 대수술 불가피

천안함 침몰 14일째, 국방부는 그간 제기된 수많은 의혹을 수없이 해명했지만, 군이 제때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총체적인 불신감만 키웠다는 평가는 이어지고 있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7일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 상황이 '나열'되긴 했으나, 사고 당시 혼선을 자초한 원인에 대해서는 '단순한 착오'라는 설명 외엔 없었다.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합조단 발표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고 폭로한 것은 이미 꺾여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13일 걸린 "9시 22분", 아직도 남은 의혹

천안함 침몰 이후 줄곧 뜨거운 감자였던 사고 발생 시간에 대한 논란은 군이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 상의 혼선이 원인이었으며, 이를 곧바로 밝히지 않아 논란만 커졌다.

합동조사단이 제시한 KNTDS(해군전술지휘체계) 화면상 천안함의 위치 신호 소실시간 등 몇 가지 증거들로 볼 때 가장 유력한 천안함 사고 발생 시간은 9시 22분이다. 합동조사단은 강력하게 제기됐던 9시 15분 발생설에 대해 언론에 공개된 상황일지에 적힌 '15분'은 해군작전사령부가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하다 빚어진 혼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혼선이란 사고 당일 9시 30분께 천안함 침몰을 보고받은 해작사가 앞서 백령도 방공진지에서 청취된 미상의 소음을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 합참에 사고 발생 시간을 9시 15분으로 보고한 것이다.


▲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3일 공개한 사건 당시 상황일지 ⓒ<MBC> 화면 캡쳐

그러나 그동안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다가 의혹과 추궁이 계속되자 뒤늦게야 보고상의 혼선을 인정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9시 15분 발생설에 대해 무시로 일관하던 국방부는 3일 <MBC>가 상황일지 사본으로 증거를 제시하자 이것이 '괴문서'라고 일갈했다. 그러다 4일에야 사고 발생일 오후 9시 19분에 천안함이 2함대사와 국제상선공통망으로 통상적인 교신을 나눈 사실을 확인해줬다.

중대 사안이 발생했음에도 별다른 확인 없이 9시 30분께 보고된 사고를 소음과 연결지어 15분이나 앞당겨 보고한 군의 '적당주의'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밖에도 혼선의 원인이 된 백령도 방공진지에서 오후 9시 16분께 들려왔다는 '미상의 소음' 역시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TOD 영상 공개해도 뭇매맞는 이유는?

국방부가 더이상 없다고 못 박았던 열상감지장비(TOD) 추가 동영상이 7일 공개되면서 공개하지 않은 동영상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평가다.

합동조사단은 7일 백령도 감시초소에서 촬영한 것이라며 그간 2차례 공개했던 영상과는 다른 부분을 공개했다. 추가로 공개된 영상에는 함미 침몰 장면이 담겨 있었다.

지난 4일 합조단장인 정이 육군 중장은 "이미 공개된 동영상 영상 말고 다른 영상은 없으며, 그 이전에 녹화된 것도 없다"고 말했지만 사흘 만에 새로운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군 당국은 영상이 자동으로 녹화되는 방식이라 담당 병사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변명했지만 궁색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또한 자동 녹화 방식이라면, 폭발이나 충격이 일어나는 장면은 왜 녹화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8일 국회 현안질의에 참석한 김태영 국방장관은 "자동 녹화는 전에 녹화된 부분을 지워가면서 수록된다"고 설명하면서 추가 영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미 한 번 경험한 학습효과로 인해 추가 동영상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만연한 상태다.

한편 자동 녹화 분량이 뒤늦게 발견됨으로써, 야간에 적의 침투나 선박 조난 여부를 감시해야 하는 TOD가 주간에 아무 점검 없이 구멍 뚫린 채 방치되고 있다는 의혹도 키우고 있다.

▲ 7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합동조사단이 1차 결과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TOD 추가 영상이 최초로 공개됐다. ⓒ뉴시스

이 밖에도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 역에 머문 이유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뒤따른다.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NLL(북방한계선)을 둘러싼 정세변화에 따라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백령도 인근해역을 운항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난달 31일 김태영 국방부 관이 "일종의 피항 차원에서 백령도 인근 해역에 머물렀다"고 설명한 것과 배치된다. 군이 차후에 말을 맞췄거나 장관이 초계함 동선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軍 안팎에서 軍 불신

이런 가운데 △고(故) 한주호 준위가 함수와 함미가 아닌 제3의 부분을 탐색하다가 사고를 다했다는 의혹 △배가 두 동강이 아닌 세 동강 난 것 아니냐는 의혹 등이 새롭게 쏟아지고 있다.

의혹이 멈추지 않는 것은 이미 군에 대한 불신에 쐐기가 박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없다던 TOD 동영상을 공개하고, 상황 발생 시간을 천안함 침몰 2주가 다 되어가는 날 확정 짓는 등 군 당국의 오락가락한 대응 때문에 군 주도의 합동조사단의 활동마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대표적인 예다. 실종자 가족협의회는 8일 오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일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진실을 숨긴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들의 발표를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가족들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민군 합동조사단에, 가족들이 추천하는 전문가 3명을 포함시켜 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불신은 국회와 정부, 군 내부로도 옮겨가는 추세다. 8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당 의원들은 여전히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김태영 장관에 집중된 질문을 퍼부었다.

또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 과정에서 군의 대응체계에 심각한 혼선이 있었다며 벌써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으며, 군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작전·보고·행정시스템에 대한 내부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국회 대정부 질의에 참석, 민주당 신학용 의원의 질문 공세에 답변하고 있는 김태영 국방부 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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