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독자 기고] "누가 지율스님에게 돌을 던지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독자 기고] "누가 지율스님에게 돌을 던지는가"

수 천 가지를 보는 법과 한 가지를 보는 법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터널'을 반대하며 청와대 앞에서 지율 스님이 18일로 50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다. 지율 스님의 단식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독자 '고니아빠'의 글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수 천 가지를 보는 법과 한 가지를 보는 법**

보통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그깟 천성산 하나땜에 목숨을 거는 지율 스님에 대해서.

또 혹자들은 비난합니다.
개혁의 격랑에서 온갖 고민이 많을 노 대통령을 그렇게 흔들어서 뭘 얻을 거냐고.

그리고 기술자들은 이렇게 욕합니다.
천성산 정도에 터널 뚫는 건 이미 그 예가 수도 없이 많았다고.

정부관료들은 분노하기까지 합니다.
이건 한낱 비구니가 건드릴 수 없는 국책사업이라고.

이렇게 지율 스님의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지율 스님은 단 하나의 이유만을 말합니다.

"생명에 대안은 없다"고.

그렇습니다. 당신 생명의 대안으로서의 삶이 이 땅에 없듯이
온 우주에 존재하는 그 많은 소중한 생명들을 대신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눈으로 수 천 가지를 보고 수 천 가지의 이유를 대지만,
그 수 천 가지를 볼 줄 아는 자신은 오직 하나라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왜 천성산 때문에 목숨을 거냐'는 보통 사람들에게 지율 스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천성산이 파괴되는 것을 본 어느날 그 산의 생명들로부터 도와달라는 소리를 들었다."

'왜 하필 노 대통령이냐, 국가의 중요한 기로에 선 대통령을, 그것도 개혁을 염원하는 온 국민의 염원으로 선출한 대통령을'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지율 스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약속을 지켜라."

'왜 천성산만 못뚫게 하느냐, 우리는 이미 그보다 더한 산들도 다 뚫었다'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지율 스님은 이렇게 답합니다.

"뚫지 마라고 하지 않았다. 제대로 조사하고 뚫어도 될 만한 산이라면 뚫어라."

감히 국책사업을 가로막는게 일개 비구니라는데 분노하는 행정관료들에게 지율 스님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국가를 위한 사업이라면, 그 안에는 억조창생을 함께 살리는 도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국책사업은 과연 그런 도리에서 이루어지는가?"라고.

지율 스님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들은 여럿이지만,
지율 스님의 답변은 오직 하나입니다.

"생명에 대한 끝없는 옹호와 사랑."

스님은 천성산에서 시작한 생명들과의 약속으로 오늘 더 많은 이들에게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에도 원칙은 있습니다. 누가 그 원칙을 어겼습니까?
양보와 화해에도 원칙은 있습니다. 양보와 화해를 통해서 미래는 더 밝아질 거라는...

당신들은 수 천 가지의 변명과 수 천 가지의 이유를 달았지만, 단 한 번도 원칙이 없었습니다.
수 천 번 양보와 화해를 이야기했지만 당신들은 단 한 번도 양보와 화해로 긍정적인 미래상을 그려주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지율 스님의 단식을 멈추지 못해 애닳아 하는 이유는 당신들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당신은 인간 지율 스님의 죽음을 걱정하지만, 우리는 인간 지율 스님의 죽음이 우리 영혼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걸 두려워할 따름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