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자신이 추진하는 신당의 기본 방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창당을 공식화했다. 신당의 비전은 '작은 정당, 공유정당, 혁신정당'으로 요약됐다. 안 전 대표는 "조국 내전" 등의 언설을 동원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 등이 추진 중인 보수통합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의 정치노선은 실용적 중도"라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의 지도자는 모두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가서 국가를 반석 위에 올리고 사회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이번에 만들려고 하는 신당은 다른 정당과 같은 또 하나의 정당이 절대 아니다. 다른 정당과는 다른 정당을 만들고 싶다"며 "이 정당을 통해 이념과 진영정치를 극복하고, 기존 정당의 관성도 앞장서서 파괴하며 무책임한 정치를 퇴출시키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그러면서 "중도는 편한 길이 아니다. 중도는 중간에 서는 게 아니라 중심을 잡는 것"이라며 "힘들고 어려운 길을 스스로의 신념 하에 선택해서 가고자 한다. 그러려면 가장 필요한 게 투쟁이다. '투쟁하는 중도'를 반드시 하겠다"고 했다.
2012년엔 '反이명박 非민주당'이었던 安, 이제는 '反문재인 非보수'?
'안철수 신당'은 "정부 여당의 폭주를 저지하고 강력하고 합리적인 야당 모델을 21대 국회에서 제기하고자" 하는 정당이라고 그는 규정했다. 즉 그의 신당은 정부·여당에 맞서는 '야당'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날도 이어졌다. 그는 기자회견과 이어진 오찬 간담회 등을 통해 '조국 사태'를 "조국 내전"으로 규정하며 "밖에서 보니 완전히 전쟁이더라"라고 혀를 찼다. 그는 "망국적 이념과 진영정치가 계속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마저 무너졌다. 사회를 받쳐주던 헌정 질서도 거부당했다. 그래서 '가짜 민주주의 정부'라고 말했다"며 "민주화가 총체적 위기상황이고, 그래서 정치·사회적 갈등은 심해져만 가고 있다"고 했다. 오찬 자리에서는 "민주당이 저럴 줄은 몰랐다"며 더 직접적으로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또 그는 "(과거에) 정치 과정에서 양보한 일이 있다"면서 "사회 통념상 양보하는 사람은 대인(大人)이고, 거기에 대해 은혜를 받은 사람이 뭐라고 하면 소인배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나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일을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그는 "정치세력이 자기 편을 먹여살리느라 (통념을) 왜곡하는 일이 많다"며 "은혜를 준 사람을 고맙게 여기는 게 인지상정 아니냐. 이런 통념이 바로잡아져야 살 만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수통합 참여나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의 제휴 등 총선에서의 선거연대 전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신당의) 방향을 잡고 창당 일정에 맞춰 하나씩 만들어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라며 "아직 아이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태어나면 어디에 입양시키겠느냐'고 하는 질문은 굉장히 옳지 않은 일"이라고 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귀국 후 연락을 주고받은 적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즉답하며 "(유 전 대표는) 지금 보수통합을 한다는데 제가 무슨…(연락을 드리겠느냐)"고 보수통합 자체에 대해 반복적으로 선을 그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등 보수정당 지도부에서 '러브콜'이 여전히 많다는 질문에도 그는 "요즘 정치 기사를 잘 안 봐서 (그들의 말이) 안 들린다"고 농담으로 피해 갔다. 그는 '왜 자꾸 보수통합 참여 여부를 묻는지 모르겠다'고 정치권·언론에 불만을 내비치며 "제가 누구를 반대하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이른바 '반문(反문재인) 연대'에도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대안신당·평화당 등 옛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중도에서 경쟁하겠다"며 협력 대신 '경쟁'을 언급했다. 그는 운송·차랑공유 업계에서 일어난 우버와 리프트의 경쟁 사례를 들어, 중도 노선을 내세우는 정당들끼리 꼭 통합을 해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安이 직접 프리젠테이션한 '안철수 신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그는 '안철수 신당'의 차별점으로 "작은 정당, 공유 정당, 혁신정당"을 들며 "작지만 유능한 정당을 만들겠다. 비대한 조직에서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구조가 아니라, 작은 정당 하에서 민간 연구소, 전문가들과 협업하겠다"고 했다. 이는 그가 2012년 대선캠프에서 만들었던 '정책네트워크 내일' 구상과 유사하다.
신당을 통해 추진하고자 하는 첫 과제로 그는 정치개혁을 꼽았다. 안 전 대표는 "21대 국회에서 정당법 개정에 앞장서겠다"며 "현 정당 규모의 국고지원금을 축소하고, (국고)지원금을 당비 규모와 연동하는 매칭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법을 개정해, 상임위·소위가 자동으로 개회되게 하겠다. 지금 (국회 상황을) 보면, 개회할 때마다 합의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다"며 "출결 상황 실시간 공개, 의원이 국회에 참여하지 않고 결석하면 세비 삭감 등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신당은, 특히 신당 국회의원들은 장외집회·투쟁에 참여하기보다는 국회 내에서 열심히 투쟁하는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며 "의원은 국회에서 일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했다.
'공유정당' 구상과 관련해서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당원들이 자기 스마트폰으로 의사를 개진하고, 추진해야 할 정책 아이디어를 내고, 당원들 의견을 모으는 투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시(市)에서 하고 있는 '비사이드 마드리드' 등의 사례를 들며 "직종별·직군별로 모바일 플랫폼 모임을 만드는 '커리어크라시', 코로나 등 중요한 이슈가 생겼을 때 관심 있는 다양한 시민과 전문가가 모바일 플랫폼에서 모이는 '이슈크라시' 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자신의 근간 저서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인용한 에스토니아 정부의 사례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국고보조금 집행 내역 등 정당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혁신정당' 구상도 밝혔다.
신당이 목표로 하는 의석 수 등에 대해 그는 "구체적 일정·계획은 내일쯤 신당추진위원회를 맡을 분을 발표하고 추진위를 중심으로 하나씩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다만 "4년 전 국민의당 때도 대부분 언론과 정치 전문가들은 '40석(이라는 당시 목표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목표대로 이룬 바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그는 '2016년과는 상황이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때도 분위기가 안 좋았다. 2016년 상황이 좋았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기억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고, 당시에도 여론조사는 2~8% 정도였고 전문가들도 다 '망한다'고 했었다"며 "오히려 지금이 더 분위기가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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