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대표가 29일 탈당을 선언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퇴진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해 그는 "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향후 신당 창당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며 "어제 손학규 대표의 회견 발언을 보며 저는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실용적 중도정당", "합리적 개혁 추구" 등 자신의 정치 재개 명분을 언급하며 "바른미래당을 재창당해 그런 길을 걷고자 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이후 행보에 대해 "정치인의 책임윤리는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정확히 답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저는 제게 주어지고 제가 책임져야 할 일을 감당하고자 한다"고만 했고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회견문 발표 후 질의응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저의 길은 더 외롭고 힘들 것"이라거나 "진심을 다해 이 나라가 미래로 가야 할 방향을 말씀드리고 우리 사회와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간절히 호소할 것"이라며 총선을 앞둔 신당 창당을 시사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담대한 변화의 새 물결이 필요하다. 기성의 관성과 질서로는 우리에게 주어진 난관을 깨고 나갈 수 없다"며 "저 안철수의 길을 지켜봐 달라"고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설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27일 손 대표와 회동하고 △비대위 구성 후 자신이 위원장을 맡는 방안 △전당원투표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거나 손학규 지도부 재신임을 묻는 방안 등을 제안했으나, 손 대표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정면 거부했다. (☞관련 기사 : 손학규 발끈 "안철수, 회사 오너가 해고 통보하듯 해")
안 전 대표는 전날 바른미래당 의원 거의 전원과 오찬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주승용·김동철 의원 등 호남계 의원들은 손 대표가 퇴진해야 한다는 인식을 안 전 대표 측과 공유했으나, 더 이상 당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이 안 전 대표와 손 대표 양측을 설득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이튿날 바로 탈당을 선택하며 이들도 정치적 선택을 강요받게 됐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을 만든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지만, 아제 의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안 전 대표가 '나는 한 분이라도 좋고 열 분이라도 좋고 어쨌든 내가 갈 길을 가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면서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성공 여부를 떠나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현실적 어려움)에 연연해서 좌고우면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들의 거취나 총선 투표용지 후순위 기재 가능성 등의 제반 문제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하면 충분히 돌파될 수 있는 문제"라고 일축하며 "시종 '중도정당을 만들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창당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 기성 정치권에 있지만 정치를 바꿔야겠는 확신을 갖고 계신 분들과 결합할 것이라고 보고, 그 과정에서 공천 문제도 같이 병행해서 나가면 물리적으로 촉박하긴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안 전 대표의 탈당 회견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손 대표의 (전날 회견) 말씀을 들어보면 본인은 어떤 일이 있어도 대표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하는 부분을 확고하게 말한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안 전 대표와 손 대표가 당권 싸움을 하네, '당의 자산 싸움이네, 이렇게 안 전 대표한테 때를 묻히려고 하는 의도"라고 손 대표를 비판하고 "이런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안 전 대표가 아주 빠른 시간 내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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