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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지원 사업만으로 '식품 미보장' 해결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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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지원 사업만으로 '식품 미보장' 해결이 가능할까?

[서리풀 연구通] 주택의 가치가 '식품 미보장' 차이 발생시켜

연말연시나 명절이 가까워오면 민간단체들이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쌀이나 김치를 제공하고, 또 식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성금을 전달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정부는 저소득 가정 아동의 끼니 해결을 상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급식카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바로 가기 : 복지로 온라인신청 '결식아동 급식지원')

경제 수준이 상당히 높은 나라에서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음식을 충분히 사지 못하고, 끼니 해결이 어려워 배고픔에 시달리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을 '식품 미보장'이라고 부른다. 식품 미보장이란 충분하고 안전한 음식의 가용성에 제한이 있거나,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으로 음식을 확보하는 것이 제한되거나 불확실한 상태를 말한다.(☞ 바로 가기 : <더 저널 오브 뉴트리션(THE JOURNAL OF NUTRIUION)> 120호 '영양상태의 핵심 지표')

'먹는 것'은 생활 이전에 '생존'이 달린 인간의 기본권이다. 그렇다면 식품 미보장 상태에 처한 사람들에게 음식만 제공해주면 괜찮은 것일까? 식품을 살 수 있는 돈을 지원하면 되는 것일까? 식품 미보장 문제는 저소득 국가뿐 아니라 고소득 국가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며,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많은 연구들이 가구 소득의 불충분함이 식품 미보장을 발생시키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식품에 특화된 정책이 아니라 공공부조제도, 아동수당, 기초연금을 포함한 정부의 소득보장 프로그램이 식품 미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 캐나다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국제건강형평성 저널(International Journal for Equity in Health)>에 발표한 논문은 주택소유 상태와 식품 미보장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단순히 주택소유 여부만이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주거비 지출, 주택의 가치가 식품 미보장의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보고했다.(☞ 바로 가기 : '주택소유형태와 식품 미보장의 위험')

연구팀은 2010년 캐나다 가계지출 조사 자료를 활용했다. 이 조사는 식품 미보장, 주거비 지출, 주택거주기간, 주택 가치, 소득 등을 포함한다. 총 1만3075가구가 참여했는데, 그 중에서 결측 자료를 제외하고 1인 가구와 단독 가구를 포함한 1만815가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식품 미보장 상태는 지난 12개월 동안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 경험과 관련된 10개의 문항을 이용해 측정했다. 주택소유 형태는 임차인,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주택소유자,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주택소유자로 구분했다. 또한 세후 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 주거비 지출 이후의 소득을 통해 주거비 부담을 측정했으며, 주택 가격 12만 달러를 기준으로 주거 자산의 많고 적음을 구분했다. 이 외에도 세후 소득, 가구구조, 18세 이하 아동 수, 교육수준, 가구소득의 주요 원천, 장애를 가진 가족 구성원의 존재여부, 거주지역 등을 분석 시 고려했다.

분석결과, 대출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주택소유자는 임차인에 비해 식품 미보장 경험률이 낮았다. 주거비 부담은 임차인과 주택소유자 사이의 식품 미보장 경험률 차이를 설명하는 주요 영향요인이 아니었다. 주택담보대출금이나 임차료 모두 가구의 식품 구입 능력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재정적 충격을 완충하는 여력도 저하시키는 가계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택소유자 사이에서도 대출이 있는 이들에 비해 대출이 없는 소유자가 주거비 부담에 따른 식품 미보장 경험률이 훨씬 낮았다.

주택소유 형태와 주택 자산을 함께 고려해보면, 대출이 없으면서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의 식품 미보장 경험률이 가장 낮았고,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을 가진 사람의 식품 미보장 경험률은 임차인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는 주택소유자 사이에서도 주택담보대출에 의한 경제적 부담이 식품 미보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상환 가능한 주택담보대출제도 등을 고려한 주택정책이 가구의 식품 보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주택소유자들이 임차인보다 식품 미보장 위험이 여전히 낮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임차인의 식품 미보장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되,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안정적 소득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저소득층에게 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금보조 형태의 지원이 실질적인 식품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영양과 건강개선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면서, 농식품 바우처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중앙일보> 2019년 11월 26일 자 '농식품 식생활 지원 제도 마련 시급… 취약계층 영양 수준 현저히 떨어져')

당장 배고픔을 경험하고 제대로 된 영양섭취를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현금지원을 확대하거나 현물 지원을 도입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이 애초에 식품 미보장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환경 마련'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이를테면 오늘 소개한 연구처럼 생활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주택 정책 혹은 소득보장 정책과 같은 것들 말이다. 문제를 조금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서지정보

- St-Germain, A. A. F., & Tarasuk, V. (2020). Homeownership status and risk of food insecurity: examining the role of housing debt, housing expenditure and housing asset using a cross-sectional population-based survey of Canadian households. International Journal for Equity in Health, 19(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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