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통합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우리공화당 등 강경 보수세력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보인 반면, 같은날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우리공화당도 포함하는 통합이라면 절대 응할 생각이 없다"고 해 양측의 이견이 봉합되지 않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황 대표는 22일 서울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가진 신년 회견에서 "문재인 정권을 반대하는 모든 국민의 대통합을 이루겠다"며 "무너지는 나라 앞에서 자유민주세력은 더 이상 분열할 권리가 없다. 통합은 의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 저희 당이었다는 것에 대해 한없는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느낀다"면서도 "대한민국이 사경을 헤매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당의 혁신과 자유민주 세력의 대통합을 반드시 이루어서 나라를 회생시키겠다"고 했다.
다만 통합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황 대표는 회견문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자유민주 세력의 대통합은 특정 정파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함께 하자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통해 자유를 지키고 무너져 가는 경제를 살리는 일에 모두 같이하는 게 필요하다. 대승적 차원의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 '누구는 된다, 누구는 안 된다' 하는 것보다 목표를 크게 생각하는 노력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공화당 합류에 새보수당은 부정적인데 황 대표의 생각은 어떠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황 대표는 "새보수당과 논의가 진행됐고, 그 외의 신생 정당들도 있다. (이언주 의원의) '전진 4.0', 이정현 의원이 하는 정당도 있고 소상공인 정당도 있다"고 언급하며 "문재인 정권과 싸우려면 모두 합쳐야 한다. 일부만 합치면 힘이 커지지 못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또 새보수당에서 1대1 양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데 대해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새보수당이 추가적인 별도 협의를 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좋은 제안이라 생각해 그 문제를 협의하려 한다. 여기서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혁통위에서 논의할 수있는 부분이 있고 또 개별적으로 협의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투 트랙'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거나 "그렇게 하다 보니 또 다른 세력에서 '우리하고도 1대1 (대화를) 하자는 얘기도 있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통합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반면 통합의 다른 축인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과의 양당 협의체 대화를 오늘부터 시작한다"면서도 "한국당이 우리공화당과도 양당 협의를 하겠다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해보겠다. 우리공화당을 포함하는 통합이라면 절대, 전혀 응할 생각이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한국당과의 통합 대화에 대해 "양당 협의체에서 누가 대화의 창구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일체 비공개로 하기로 황 대표와 약속했다"며 "대화 결과 성과가 나오는 시점에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각자 당내 논의를 거쳐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대화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보수재건 3원칙' 등 원칙적인 측면에서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전날 황 대표가 자신에게 조찬 회동을 제안한 사실을 밝히며 "양당 간 협의가 갓 시작하려는 시점인 만큼, 협의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필요한 때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황 대표와 당장 만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지금은 없다"며 "설 전에 만나 사진 찍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1대1 대화를 충실히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황 대표를 직접 만나 결론을 내릴 일이 있으면 만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신년회견에서 기자들이 '유 의원을 언제 만날 생각이냐'고 질문하자 "언제 누구를 만나느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것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보수대통합을 이뤄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며 "거기 필요한 만남, 협의(에 대해) 노력하겠다. 그렇게 해서 결과적으로 진정한 대통합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황 대표는 다만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며 "진정성에 대한 교감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때문에 반드시 이번 대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협의를 진행해 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黃, '반문연대' 주장하면서 文과 영수회담도 제안…TK 물갈이엔 소극적
한편 황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수통합 외의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양자 영수회담 제안, 개헌 제안은 눈길을 끌었다.
황 대표는 총선과 관련해 "다가오는 4월, 총선이 열린다. 이제 국민 여러분께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되찾아올지, 아니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내버려둘지 최종적으로 결정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마음 속에는 오직 조국과 북한밖에 없었다"며 "조국이 누구인가. 민정수석과 법무장관으로 권력을 농단하고, 불공정과 불의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사법기관에 피의자로 소추돼 아직도 검찰에서 추가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변호하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이냐"고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내용을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1대1 영수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제1야당 대표로 취임한 후에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 현안을 상의한 기억이 없다. 여러 번 요구했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며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민심을 안정시키고, 국론을 통합하기 위해 대통령과 1대1 영수회담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날 회견에서 그가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사안 등을 들어 문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총선에서도 '문재인 정권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의 통합'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 '반대'의 대상과 1대1 회담을 하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대표는 또 "문재인 정권이 무너뜨린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다시 복원하겠다. 잘못된 것들을 돌려놓겠다"며 "범여권의 야합과 의회 폭거를 통해 날치기 처리된 선거법과 공수처법부터 되돌려 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총선에서 압승할 경우 제왕적 대통령제를 막을 수 있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구체적 개헌 구상에 대해서는 "대통령제냐 내각제냐 하는 큰 틀의 문제가 있지만, 어떤 것이 됐든 특정인이 제왕적 대통령이 돼 국정을 마음껏 농단하는 일은 없게 하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런저런 개헌 요소가 있겠지만 당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껗게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대통령제고 바꿀 것인가 논의가 시급하다"고만 했다.
한국당 내 혁신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황 대표는 "혁신의 핵심은 공천"이라며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 이제는 되었다고 할 때까지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지역구 의원 1/3 컷오프 △현역 교체율 50% △40대 이하 청년 30% 공천 등의 원칙을 재강조한 후 "이기는 총선을 위해 당력을 체계적으로 집중시키고 체계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저부터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공천 혁신을 완성하려면 저를 비롯해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의 희생정신이 절대적"이라며 "중진들께서도 같이 어려운 결정을 해달라 말씀드렸다. 호응하신 분도 있고, 아직 호응하지 못하고 있는 분도 계시지만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나 판단하면 이후의 호응도 (더) 있을 수 있다"고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재차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 대해서는 현역 교체나 컷오프 등 구체적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황 대표는 TK 지역 물갈이에 대해 서너 개의 질문을 받고 "기본적 공천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지만 지역적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공천관리위에서 충분히 검토·논의해서 필승할수 있는 공천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원론적인 답을 했다.
그는 오히려 "TK에서 헌신했던 의원들도 나라 발전을 위해 많이 애를 썼다"며 "그런 점을 감안해 누구도 불이익을 당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그게 또 하나의 공정이라 생각하고, 공정한 공천이 될 수 있게 공관위에서 협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총선 출마 지역에 대해서는 "어느 지역에 누구를 공천할 것이냐는 것은 공관위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공관위가 구성되면 거기서 판단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당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생각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황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지만 구체적 지역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고,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는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당에 가장 도움이 되는 희생을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그게 어디가 됐든, 어떤 직책이 됐든 그렇게 하겠다"며 "거기에 뭐는 배제되고 뭐만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비례대표에 대해서도 전에 생각해 본 바 있다. 그 최종적 결정은 모든 것을 종합해 총선에서 이기는 결정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비례대표로의 선회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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