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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무죄 받는다고 서울시 비전이 좋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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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명숙, 무죄 받는다고 서울시 비전이 좋아지나?"

[고성국의 정치in]<30>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시장을 인터뷰 한 시청 별관 7층에서는 덕수궁이 환히 내려다 보였다. 꽃샘추위의 시샘에도 완연한 봄빛을 띠고 있는 덕수궁을 내려다보는 잠깐의 호사를 누린 후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디자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당 내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 원희룡 의원과 나경원 의원은 '디자인 서울' 등 오세훈 시정을 강하게 비판하는데?"
"비전이 다른 것이다.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분들은 내 놓는 비전이나 공약에 도시 경쟁력 향상에 대한 것이 없다. 다른 후보들은 현재의 시민들에게 줄 수 있는 것만 공약하고 있다. 그게 표를 의식한 게 아니면 좋겠는데, 그런 비전체계를 가지고는 안 된다. 지금은 국가 경쟁시대를 넘어 도시권대 도시권의 경쟁시대다. 5년 뒤 10년 뒤 먹을거리 창출,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분들의 비전 체계에는 보육 같은 복지 정책만 있더라."

▲ 오세훈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정두언 의원은 '너무 네거티브하게 경선이 이뤄지면 서로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원희룡 의원은 지난번 시장선거 때 선대본부장을 했고 나 의원은 캠프 대변인이었다. 대화는 잘되나?"
"상대 후보의 비판을 들어보면 인정을 안 한다. 그 동안의 서울시의 변화나 비전 체계에 대해 관(觀)을 달리한다. 예를 들면 '디자인 시정에 너무 올인한다' 이런 표현을 쓰는데, 저는 디자인이야말로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경쟁력을 만드는 핵심 키워드인 '매력'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점을 수용 안 한다. 야당 후보, 예를 들면 민주노동당 후보가 그것을 수용 안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것은 사고 체계와 인생관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당적의 후보들이 인정하지 않는 것은 좀…."
"관이 다르다는 것은 대화가 안 된다는 의미 아닌가?"
"그 부분도 모르겠다. 실제로 생각이 달라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으로 그러는 것인지. 하도 디자인을 가지고 물고 뜯어서 제가 '당신이 시장이 되면 디자인 정책을 안 할 것이냐' 그랬더니 (원희룡 의원이) '아니 방향은 옳은데, 구체적으로 내용에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나오더라. 정치라는 것이 특히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 그런 것 아니겠나. 일단 상대방의 잘못을 부각시키고, 나의 비전을 크게 포장을 하고, 이렇게 경쟁을 하는 것인데, 본선도 아니고, 당내 경선에서는 자신의 비전을 가지고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이미 민선 4기의 비전은 다 드러났다. 팩트를 왜곡해서 하는 것은 네거티브다. 당에서도 그것을 걱정한다. 정책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데, 팩트, 숫자를 가지고 왜곡하는 현상들이 벌어진다. 그래서 최근에는 저희도 전략을 바꿨다. 처음에 앞서가는 입장에서는 '무시 전략'이 있을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팩트에 문제가 있는 언급이 나오면 바로 잡자. 이렇게 하고 있다."
"경선 후에는 다시 함께 할건가?"
"뭐 과거에도 같이 정치를 해왔고, 동년배 정치인이고, 두 분(원희룡, 나경원 의원) 다 3선, 재선의 중량감을 가진 분인데, 선거 끝나면 바로 화합 모드로 돌아갈 것이다."
"섭섭한 마음은 없나?"
"팩트가 틀린 경우에는 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는 화가 나나?"
"화가 난다기보다, 공격 받는 포인트에 따라 다르지만 어떨 때는 참 '엔간히' 공격할 데가 없나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뉴타운'…잘못된 정책은 아니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된 질문과 답변이 쉴 새 없이 여기까지 왔다. 얘기도중 오 시장은 정장재킷을 벗었다. 실내가 약간 더웠지만 기온 때문만은 아니지 싶었다.

▲ '용산 사건'의 확률을 낮출 수 있다. ⓒ프레시안
"오세훈 시장이 일반시민 지지율은 높은데, 한나라당 대의원, 중앙위원 등 이른바 한나라당원들의 '당심'에서는 원희룡 의원에게 뒤진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 당심이라는 게 어떤 것인가?"

"한두 가지만 예를 들겠다. 저한테 지난 총선 이후부터 따라다녔던 이야기 중 가장 불리했던 게 뉴타운 건이다. 한나라당 서울지역 48명 후보자들 중 거의 절반 가까이 뉴타운 공약을 했다. 당시 제가 단호하게 '뉴타운은 민선 4기에 더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갈등이 촉발됐다. 당연히 섭섭했을 것이다. 기분 좋을 국회의원이 있겠나. 그러나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나. 용산 사건을 거치면서 서울시가 뉴타운 정책에 일대 수정을 가했다. 또 당시 부동산 시장은, '뉴타운을 고려한다'는 얘기만 나와도 가격에 자극이 가는 상황이었다. 제가 분명 '부동산 가격이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뉴타운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제 얘기가 맞았다. 그 때 뉴타운을 더 지정해서 더 불을 붙였다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것을 48명의 당협위원장들이 마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해결이 된 것이다.
시의원, 구의원들한테서 인기가 없다고 하는데 일부 그렇다. 재산세 공동과세를 도입했는데, 손익이 엇갈린다. 강남, 서초, 송파, 중구 등 재정자립도가 높은 잘사는 자치구는, 극명하게 반대를 했었다. 그 과정에서 지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구의원들의 경우 굉장히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 분들이 저를 지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강남 지역 구의원들이 대부분 라이벌 후보를 돕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뉴타운, 재산세 공동과세 등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 과제를 선정하고 실행하는데 따른 마찰 이런 것들이 원인이 된 것이었다."
"뉴타운 정책이 잘못됐다고 보나?"
"뉴타운 정책이 잘못된 건 아니다. 전임 시장 시절(이명박 시장 시절) 뉴타운을 35군데를 지정했다. 좀 더 단계적, 순차적으로 지정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민선 4기에 뉴타운 지정은 없다'고 말한 이유도, (이명박 시장 시절에) 목젖까지 차오를 정도로 충분한 물량을 지정했기 때문이다. 민선 4기에는 오히려 '룸'(추가 지정할 여지)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신규 지정을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부동산 가격 동향과 관련해서 그런 측면이 있었다.
"뉴타운 지구 내에도 재개발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다수가 동의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도 집을 내 놓아야 하나? 그런 부분에서 서울시가 개입할 여지는 없나?"
"현재의 법적 제도 하에서는 그런 것이 어렵다. 그래서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했다. '용산참사'로 대표되는 재개발 지역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현상들, 탈법적인 현상들은 거의 대부분 그 동안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민간 조합방식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공공이 방기한 셈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가 반성하고 제도를 바꾸자고 한 것이다. 사실 획기적이었다. 공공이 고비마다 개입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용산 참사 같은 비극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나?"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정장재킷을 벗어도 더운지 오 시장은 셔츠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만큼 쌓인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은 듯 했다. 오시장은 아주 편한 상대였다.

"서울시장 지고 지방선거를 이겼다고 할 수는 없다."

"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은 '서울시장에서 이기면 지방선거에 이기는 것이고 지면 지는 것'이라고 하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맞는 말씀이다. 서울시장 지고 지방선거를 이겼다고 할 수는 없다."
"필승 전략을 갖고 있나?"
"현직 시장은 일로 평가받는다. 저는 처음 등장한 후보가 아니라 4년 동안 서울시정을 이끌었던 사람이다. 지금 나오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4년 동안의 시정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 의견들이다. 선거 전략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비전과 실행했던 것을 갖고 이번 선거에 임하겠다."
"평가를 받는 선거는 불리하다는 게 통설인데 오 시장은 오히려 4년간의 시정을 적극적으로 평가를 받겠다고 한다."
"그렇다."
"그만큼 자신이 있나?"
▲ "다른 후보들은 현재의 시민들에게 줄 수 있는 것만 공약하고 있다. 그게 표를 의식한 게 아니면 좋겠는데, 그런 비전체계를 가지고는 안 된다." ⓒ프레시안(최형락)
"자신이 있다기보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측면이 있고, 선거가 다가오고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니까 왜곡되기 시작한 부분이 있다. 본격적인 토론 국면에 진입하면 그런 점들이 해소되고 올바른 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1등의 여유 같은 게 느껴졌다. 폭포처럼 쏟아지던 답변도 이쯤에서 잠깐 숨을 돌리는 듯 했다. 자세도 좀 편해졌다. 그러나 인터뷰는 이제부터.

"어떤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나?"
"다들 눈에 보이는 것 위주로 판단을 하고 있는데, 21세기 행정은 사실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중요하다. 지금은 임기 말이고, 공사는 기간이 있다 보니까 지난 1년 동안 주로 하드웨어 프로젝트들이 눈에 많이 보이게 됐다. 한강 르네상스, 광화문 광장, 뚝섬 서울숲 같은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프로젝트만 남는 잔상 효과가 생겼다. 그러나 저는 소프트웨어 부분을 더 알리고 싶다. 서울시 조직이 탄탄해졌다. 굉장히 적극적이고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쪽으로 바꿔놨다. 청렴도도 올랐다. 이런 부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례를 말해 달라"
"강남북 격차 해소부터 말하겠다. 제 임기 초에 '강남북 교육 격차 해소 및 인재 양성에 관한 특별 조례'라는 근거 법령이 만들어졌다. 교육기획관 직도 신설됐다. 이 조례에 근거해 4년 동안 3000억 정도, 서울시가 걷어들이는 취등록세의 1.5%정도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쓰겠다고 목표를 정했다. 처음에 시작했던 일이 하드웨어 부분이다. 이제는 10년, 15년 된 책걸상, 화장실은 서울의 초·중·고등학교에는 없다. 기억하실 것이다. '아이들은 커졌는데 책걸상이 작아서 낀다'는 기사가 요즘에는 안 나오지 않나. 그 다음 방과 후 학교 등 소프트웨어에 투자했다."
"사람들은 서울시 교육청이 한 일인 줄 알고 있을텐데?"
"그렇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보도에는 서울시의 청렴도가 떨어졌다고 나왔다. 어떻게 된 것인가?"
"자랑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고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국민권익위의 청렴도 평가에서 서울시는 제가 취임하기 전에는 만년 하위였다. 취임 초부터 노력을 해 2006년에 15위였던 것을 2007년에 6위로 올렸고, 그 다음인 2008년도에 1등으로 올렸다. 정말 고무됐었다. 서울시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청렴도가 9위로 떨어졌다. 얘기하기가 좀 구차스럽기는 한데, 제가 임기 초에 '3% 퇴출'을 비롯해 조직의 긴장감을 높이는 여러 인센티브 시스템과 페널티 시스템을 도입해 성과를 냈다. 그러다 보니 노조가 엄청난 저항을 했다. 머리 깎고 농성하고 별 짓 다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렴도 평가 중 70%를 차지하는 외부 평가는 외려 올랐지만 30%를 차지하는 내부 평가가 확 떨어졌다. 시청 공무원들이 청렴도를 평가하는데, 몇몇 직원들이 거의 바닥 점수를 줬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에게 반항할 때 백지 시험지 내듯 한 것이다. 몇 명의 점수 때문에 순위가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권익위가 최고점 최하점을 빼겠다고 제도를 바꿨다. 그동안은 구차스러워서 얘기를 안했다. 그냥 더 노력하겠다고 얘기를 해 왔다. 여하튼 청렴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이 시민들의 평가다."
"남들이 하는 것 다 한다고 하면 섭섭하다"

"지난 4년 동안 서울의 뭐가 바뀌었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시장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고 또 하나의 축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현재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고, 도시 경쟁력은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주는 투자일 것이다. 도시 경쟁력 순위로 보면 27위에서 12위까지 올랐다. 서울시의 관광 경쟁력은 아시다시피 과거에 별 볼일 없었다.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관광 정책이라는 게 없었다. 그러나 민선 4기에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관광경쟁력 순위에서 2008년, 2009년에 서울이 부동의 1위가 됐다. 취임 초에 600만 명이었던 관광객 수가 작년에는 780만 명이 됐다."
"원래 목표는 1200만 명 아니었나?"
"공격적인 목표를 잡아야 모든 패러다임이 바뀐다. 매출을 10% 올리기는 힘들어도 100% 올리기는 쉽다는 얘기도 있다. 그래서 두 배인 1200만 명으로 목표설정을 했다. 중앙정부도 1000만 명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1200만 명이라고 하면 솔직히 말이 안 되는 수치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하자. 모든 것을 바꾸자고 했다.
경유 엔진을 CNG엔진으로 바꾸고 매연저감장치를 달고 매일 새벽에 간선도로를 물청소하는 방법으로 해서 대기 상태가 좋아지고 녹지 면적이 많아졌다. 이런것이 '그린 디자인'이다. 수변 공간이 많아졌다. 한강을 이용해 봤는지 모르겠지만 한강 및 지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건강 활동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삶의 질의 공간이 많이 늘어났다. 수변 공간과 관련된 것은 '블루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이런 몇 개의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투자한 것이 생활의 질로 연결되는 것이다."

▲ "해 오던 것을, 남들도 다 하는것을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면 섭섭하다.." ⓒ프레시안(최형락)

"'삶의 질'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변화가 4년 전에 서울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지 않나. '추세' 아닌가? 모든 자치단체도 다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그러나 4년 전에 한강 르네상스는 없었다. 제가 취임하면서 새로 한 사업이 한강 르네상스고 지천 르네상스다. 안양천, 중랑천을 한강 르네상스처럼 바꾼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찬반 격론이 붙었다. 해 오던 것을, 남들도 다 하는것을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면 섭섭하다.(웃음)"

"나는 서울에 '미쳐있다'"

'디자인 서울'과 '창의시정'을 설명하면서 오 시장은 몇 번이나 '시간이 짧아 자세한 설명은 못하겠지만'이라면서 답변을 이어갔다. 지난 4년간의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데에는 이런 나름의 자신감이 뒷받침되고 있는 듯했다.

"역대 서울시장 중, 재선에는 처음으로 도전한다. 왜 다들 재선에 도전 못했을까?"
"글쎄, 조순, 고건, 이명박 전 시장의 케이스가 다 다르다. 제가 설명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파리의 들라노에 시장이 10년째고, 뉴욕 줄리아니 시장도 세 번했다. 이시하라 도쿄지사도 3선 째 하고 있고."
"재선, 3선에 도전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인가?"
"민주국가에서 비전이 올바르고 건전하고 좋다면, 하면 할수록 일하는 방법론도 좋아지는 것이다. 경험만큼 좋은 교사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 단임제가 사람들 사고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한번 하고 나가는 게 익숙해져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현대 도시 행정의 비전이라는 것은 중장기 플랜들이 참 많다. 시장마다 들어와 한 텀씩만 하고 마는 것을 전제로 해서 계획을 세우고 일을 한다. 끔찍하지 않나. 1000만 도시 서울의 미래가. 저는 그동안 서울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을 높여왔고 앞으로도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변화를 시민들이 인정해줄 때 탄력이 붙을 수 있는 재선 시장이 필요한 것 아닌가."

오 시장에 대한 비판 중에는 '서울시장 자리를 차기 대선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신임을 감안하면 당내외 경쟁자들이 그렇게도 생각 할 만하다. 그래서일까? 오 시장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에 출마한 사람이 시장 2년 하다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닫아버리는 것이 정치적으로 맞는 것이냐' 하는 생각도 든다. 선거 전략 때문인가?"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저는 뭐가 되기 위해 정치를 시작하지 않았다. 입증을 해보이겠다. 조사를 해보니까 제가 처음 재선을 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한 게 시장 취임 후 1년 뒤더라. 지금은 인터넷 세상이라 거짓말을 못한다. 자료가 다 나와 있다. 그 때가 이제 막 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시장이라는 자리가 워낙 방대한 일을 처리하는 곳이기 때문에, 1년 4계절이 지나가니까 아, 시정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하고 머릿속에 정리가 되더라."
"그 1년이 견습 기간이었나."
"그렇게 봐도 틀림이 없다. 임기 반이 지나니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삶의 질은 이렇게 높여가고, 도시 경쟁력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 때 재선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제가 임기 초기에 반환점도 돌기 전에 재선을 얘기하기 시작한 것이 정치공학적으로 남는 장사인가? 내심이 그랬더라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당 내에 너무 강력한 주자가 있어서 그를 피하고 차차기를 기획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것도 아니다. 이미 지난 번 대선 전부터 재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모든 것을 정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데 전 정말로 서울에 미쳐 있다.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올리고,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미쳐 있다. 이게 대통령이 하는 일보다 절대로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를 지난 4년 동안 해왔다. 저의 충심을 담은 이야기는 수용을 해줘야지, 그것마저 자꾸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잠시 쉬어가는 듯 했던 인터뷰의 흐름이 다시 거칠어졌다. "서울에 미쳐있다."는 말을 인터뷰 제목으로 달고 싶다고 했더니 웃음으로 답한다.

"한명숙 재판? 나는 조금도 신경쓴 적 없다"

한명숙 전 총리의 1심 재판 결과가 6.2 지방선거 초반전의 최대변수라는데는 크게 이견이 없다.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1주기와 맞물려 상당한 충격파를 낼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은"조금도 신경 쓴 적이 없다"고 답했다.

▲ "한명숙 전 총리 재판? 한나라당에서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저는 조금도 신경 쓴 적이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저는 정치공학적인 분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글쎄, 한명숙 전 총리가 무죄를 받는다고 해서 서울시에 대한 그 분의 비전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 분의 능력에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민들은 굉장히 성숙한 눈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장 자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인 것 같다. 청계천 사업, 버스 개혁 사업 등을 보며, '아 서울 시장은 이런 종류의 일을 하는 자리구나'하는 것을 실감나게 알게 됐다. 그 다음 민선 4기를 거치면서 '아, 시장이 어떤 비전을 갖고 일하면 도시가 이렇게 달라지는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래서 과거처럼 전 대통령의 1주기가 다가와 휩쓸린다거나, 무죄를 받아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는데 휩쓸린다거나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한 2, 3일 술렁술렁 할 것이다. 그 다음에 다시 냉정 모드로 돌아가서 '이 분이 서울시를 어떻게 바꿀 분인지, 그런 능력이나 마음이 있는 분인지' 이런 것을 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저는 조금도 신경 쓴 적이 없다. 아닌게 아니라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크게 영향 받을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

"MB, 일 욕심이 많고, 일머리를 아는 사람"

오 시장은 인터뷰 도중 전임시장 얘기를 많이 했다. 오 시장에게 전임시장이란 이명박 대통령을 의미한다. 후임시장으로서 전임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 배석한다. 배석하면 발언도 가능하나?"
"물론이다."
"2년간 일주일에 한 번씩 국무회의에 출석한 셈인데 보통 서울시 행정을 '국방' 빼고 다 있다고 한다. 실제로는 어떤가?"
"원리는 같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된다. 중앙 정부가 직접 집행하는 사업들도 있다. 그러나 국민 생활과 관계된 영역은 거의 대부분 광역, 기초 지자체를 통해 실행된다. 그래서 국방 빼고는 다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일 욕심이 많은 분이다. 일머리를 아는 분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 점에 공감할 것이다. 일 욕심에다 일하는 방법에 대한 일종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리더십이다."
"그렇다면 일은 정말 잘하겠다."
"그 점은 의심하지 않는다."
"인간적인 매력은?"
"굉장히 자상하다."

▲ 고성국 박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전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
"원칙의 정치인이다. 원칙과 소신이 뚜렷한 정치인 아닌가 한다. 본인이 그런 브랜드를 원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비전을 많이 강조했는데, 박근혜 전 대표는 비전이 좀 약하다는 비판이 있다."
"글쎄, 자주 뵐 기회는 없으니까. 최근에 복지 공부를 많이 한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데 그 분의 리더십 스타일은 당 대표를 하실 때 각인이 된 것 같고, 본인의 비전을 복지 쪽으로 잡고 있는 것 아닌가 짐작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서울 시장으로서 비전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당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를 들면 도정법이 통과될 때는 국토해양위의 김성태 의원이 자기 일처럼 뛰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통상적 처리 절차에 따랐다면 하반기 국회쯤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굉장히 열심히 도와줘서 3월 국회에 통과시킬 수 있었다. 서울시 발전에, 도시 경쟁력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법안을 여당, 한나라당의 도움을 받아 통과시킨 사례가 많다. 한나라당을 절대 소홀히 할 수 없고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없다. 일을 위해서는."

시작할 때는 잘 몰랐는데 인터뷰를 마치면서 보니 오 시장은 우리세대치곤 꽤 큰 키였다. 181cm.

30분으로 예정된 인터뷰가 1시간 10분을 넘겨 끝났지만 흔쾌한 표정이었다. 할 말을 다해 후련하다는 느낌이랄까? 선출직 공직자답게 <프레시안> 독자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자주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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