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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제한된 보복, 그리고 미디어 전쟁...트럼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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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제한된 보복, 그리고 미디어 전쟁...트럼프의 선택은?

[전망] 트럼프의 대국민 발표 예고, 수위에 전세계 촉각

이란이 8일 이라크 주재 미군 기지들에 미사일 공격으로 보복을 개시한 이후 이 공격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도화선으로 작용할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을까? 미국의 반응은 현재까지는 절제돼 있는 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진 매우 좋다"며 대국민 연설을 준비했다가 취소했다.

그러나 당장 전면전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국지전이 계속될 경우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록스타 솔레이마니'에 대한 보복 대대적인 '홍보'


일단 보복 공격에 나선 이란은 '제한적 보복'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 직후 이란의 실세 외교장관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는 트위터에 "우리는 위기가 더 이상 고조되거나 전쟁을 벌이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국내 여론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미국 측은 아직 사상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란의 언론은 80명의 미국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한 TV를 통해 미사일 발사와 미군기지 탄착 모습으로 추정되는 영상까지 공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지난 밤 (미국의) 얼굴을 갈겼다"며 "이런 식의 군사 행동은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지역(중동)의 부패의 원천인 미국의 존재가 끝나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하는 등 발언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이번 보복 공격의 직접적 이유인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실세의 죽음이 이란 국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란 측의 '말 폭탄'은 예견된 상황이다. <BBC>는 솔레이마니가 그 지역에서 '록 스타'에 준하는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단순한 군부 실세가 아니라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 전반에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이란이 이번 반격을 미디어에 적극 홍보하고 SNS를 통해 활발히 대응하는 것을 설명해 준다. 만약 미국의 주장대로 사상자가 없다면 '미디어 전'을 통한 국내외적 보복 대응을 과시한 것으로 이번 공격은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란 언론의 주장대로 미국 측 사상자가 막대한 수준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국인 사망자, 과연 있는가?

이란 국영TV은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해 감행한 미사일 공격으로 미군 8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진 이 보도의 진위를 알 수 없지만, 미국에 대한 '피의 복수'를 원하는 이란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내부 선전용 뉴스'가 아니라 실제 인명피해라면 이미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 직후 "괜찮다(All is well)"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까지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이란 국영TV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라크에서 미국이 입은 피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진실 공방 속에 일각에서는 이란 측이 확전을 피하기 위해 미사일 공격 정보를 일부러 흘렸거나, 보안을 느슨하게 해 미국이 공격에 충분히 대비할 여지를 주고 보복 공격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NN 방송은 미군 소식통을 인용해 "지금까지 사상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미사일 공격 전 경보를 전달받아 병력이 대피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도 "미사일이 떨어지기 전에 충분한 조기 경보가 이뤄졌고 대피도 순조로웠다"고 보도했다.

반면 자극적인 뉴스에 목마른 국내 언론들은 "괜찮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보다는 출처가 의심스러운 소식을 속보 경쟁하듯 전하다가 오보를 양산하고 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마저 확인 절차 없이 '미사일 공격 현장 사진'을 보도했다가 이를 믿은 다른 매체들까지 동반 오보를 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이날 <연합뉴스>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언론에 공개한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미사일 공격 모습"이라며 공중에 화염이 휩싸인 한 장의 사진을 보도했지만, 이 사진은 지난해 말 이스라엘-가자 지구의 로켓 공습 현장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측은 문제의 사진 출처가 이란 쪽 소식통으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며, 이란 공보부에 확인한 결과 가자지구 현장 사진인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시인했다.

언론 전문가들은 전쟁 위기 속에 선전선동용으로 양산되는 각종 소식이나 자료들을 확인과정 없이 보도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비판한다.

"이란, 미국에 공을 넘겼다"


문제는 미국의 향후 대응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근동문제연구소의 마이클 싱 연구원은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의 공격은 "결과에 상관없이 단순히 상징적이거나 면피용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만일 미사일 공격으로 미군 80명이 사망했다는 이란 국영TV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미국이 대대적인 반격은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미국 측이 시사한 것처럼 별다른 피해가 없더라도 미국의 자산에 대한 공격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인다면 역시 미국이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오전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란의 '보복 타격'에 대한 입장 및 향후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발표가 언급하는 대응 수준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BBC의 중동 에디터 제레미 보웬은 논평을 통해 "우리가 아는 한 (현재까지) 사망자는 없다. 이 상황(사상자가 없는 상태)이 계속되면 트럼프의 참모들은 '이건 미국의 승리입니다. 대통령님'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트럼프는 앉아서 '나는 또 위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며 "그러나 이란과 미국 사이의 더 큰 위기와 갈등,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특정 위기의 종말이라고 하더라도, 그 뿌리 깊은 진짜 (미-이란 갈등의) 근본 원인은 여전히 있다"고 했다.

그는 "이란은 미국에 공을 넘겼다"고 분석하며 "그들(이란)은 미국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것을 고조시킬지 여부는 지금 당신(미국)에 달렸다'"고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류 언론들도 미국 역시 이란과 전면전만큼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전문가와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해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이 같은 '제한적 보복'이, 미국의 '절제된 대응'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고 보기에는 위험천만한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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