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당권파), 대안신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이른바 '4+1 협의체'가 공직선거법 개정안 단일안에 마침내 합의했다. 비례대표 의석 수를 현행과 마찬가지인 47석으로 하고, 이 가운데 30석에만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4+1 협의체는 23일 오전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원내대표급 회동을 하고,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고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정 원내대변인은 "4+1 협의체에서 선거법에 대해 정리를 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거의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마지막 작업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선거법과 관련해 "의석 수는 현재와 같이 지역구 253석 대 비례대표 47석"이라며 비례대표 연동률 50%를 30석에 한해 적용하고, 비례대표 의석 배분 최저한도는 현재와 마찬가지인 3%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공수처법은 이른바 '백혜련 안(案)'의 내용대로, 그간 논란 쟁점이었던 기소심의위를 두지 않는 방안으로 '4+1' 차원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정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민주당을 제외한 '3+1'은 이날 오전 대표급 회동에서 석패율제 포기를 전격 결단했다. 민주당이 이들의 마지막 양보안을 수용하면서 선거법 처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관련 기사 : "석패율제 포기, 참담하다"…무늬만 남겼지만, 개문발차)
정 원내대변인은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들의 처리 전망에 대해서는 "오늘 본회의가 열리면 일괄상정할 것"이라며 "(민주당을 제외한) 4당 대표들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대표들의 뜻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등 보수세력을 제외한 원내 모든 정당이 논란의 핵심이었던 선거법 협상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남은 절차는 실제로 이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되는 일만 남았다.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은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비당권파)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하고 본회의 개의에 대한 의사일정 합의를 촉구했으나 한국당이 반발하면서 불발됐다. 3당 교섭단체는 이날 오후 한 차례 더 회동을 갖고 합의를 시도할 전망이지만 합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에 따르면 문 의장은 회동에서 "3당 원내대표들이 마지막까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역지사지해 정치적 대타협에 도달하기 바란다"고 촉구하면서 "오늘 본회의를 열어 예산 부수법안과 민생 법안을 처리하자"고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예산안 일방 처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끝에 퇴장했고, 문 의장은 이 과정에서 "본회의가 열리면 유감·사과 표시를 하겠다"면서도 "오후 3시에 본회의를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유감이라고 어물쩍 넘어갈 게 아니라 '(유감 표시의) 입장문을 달라'고 했으나 문 의장이 아무 말을 안 했다"며 "그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져 충돌이 됐다"고 전했다. 심 원내대표는 "의장은 3시에 본회의를 열겠다는데 일방적으로 말하면 되느냐"며 "의장은 빠지라. 여야 원내대표들끼리 이야기하겠다"고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한국당은 오후 의원총회를 예정해놓고 있으나, 만약 과반 의석수를 확보한 '4+1'이 예산 부수법안을 시작으로 패스트트랙 법안과 민생법안을 일괄상정할 경우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상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당 원내대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의사일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좀더 고민해야겠지만 3시에 본회의를 여어서 예산 부수법안과 기타 개혁 법안, (즉) 선거법이나 검찰개혁법 관련 부분을 상정하고 더는 미룰 수 없는 의사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합의를 거부하는 상태에서 의장이 본회의를 열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한국당이 의장과 함께하는 의사일정 합의를 거부하고 나간 것"이라며 "의장께서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의장께서 3시에 하자고 얘기했지만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상정 순서는) 예산 부수법안,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순서로)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선거법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 한국당을 향해 "현행과 엄청나게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당도 끝까지 반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다만 정 원내대변인의 말처럼 '현행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라는 점은 그간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해 온 진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입장에서는 한계로 평가될 대목이다.
만약 23일 오후 3당 교섭단체 간의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가 불발되고, 문 의장과 '4+1'이 한국당·새보수당을 뺀 채로 본회의를 강행할 경우 한국당은 먼저 예산 부수법안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지연 전술을 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예산안이 통과된 지난 10일 밤 본회의에서도 수정안 제출, 토론 제안 등의 방법으로 의사일정을 지연시켜 26개 예산 부수법안 중 22건의 처리를 막은 바 있다. 예산 부수법안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이 불가능하기에 동원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는 필리버스터와는 달리 시간을 끄는 데 한계가 있고, 실제로 한국당의 저지에도 예산안과 4건의 부수법안은 이미 10일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어서 차수 변경이 불가능했던 10일 본회의 때와는 달리, 자정을 넘겨도 문 의장과 '4+1'이 회의 차수를 변경해 본회의를 계속 이어서 열 수 있다.
예산 부수법안이 모두 처리되고 선거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이 상정된다면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국회법 규정상 '회기 종료시까지'만 진행되고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도 자동 종료된 것으로 간주한다.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 첫 본회의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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