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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공위성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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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北,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공위성 발사?

[기고]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북한의 비핵화 관련 미국을 향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일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달 하순 소집할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새로운 길'로 나가겠다는 중대선언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선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십여 차례의 미사일, 방사포 발사와 중대 실험 등으로 미국을 향한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측은 남측을 향해서도 청와대에 대한 막말 공세, 남북정부간 대화 중단, 민간 교류 차단,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발표 등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 ‘한미공조’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의 윤곽은 수차례 북한의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제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예고편은 이미 나왔다. 비핵화 협상은 당분간 없으며 자체적인 핵 자위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핵심적인 결단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치 않았다. 북한이 곧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선물'은 우선 북한의 대화 상대인 미국의 대통령 탄핵 이슈와 대선 정국이라는 변수와 함께 북한이 여러 관광 지구를 개발하며 '관광 대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등과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이런 조건을 고려할 경우 '선물'은 비핵화 관련 북미 대화를 미 대선 이후까지 중단하는 한편, 내년 상반기를 전후한 공개적인 위성 발사 예정 발표 정도가 아닐까 추정된다. 북한은 직접적으로 전쟁위기를 고조하는 것보다 ICBM 발사 능력을 간접적으로 과시해 궁극적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자력갱생을 추구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미국 변수를 보면, 트럼프는 미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세 번째로 탄핵 대상이 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탄핵 문제로 집권이후 최악의 궁지에 몰려 있다. 미 하원의 탄핵 표결은 오래 전부터 가결로 예상되어왔지만, 내년 2~3월경이 될 가능성이 큰 상원의 탄핵 심리는 부결 가능성이 크다.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공화당 의원이 53명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제재 해제와 같은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 특히 한반도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될 것으로 보고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정치 행보를 하고 있으나, 이 또한 간단치 않다. 미 민주당이 상원의 탄핵 부결 이후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가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 구조상 트럼프 탄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탄핵 부결이후 역풍이 불어 11월 대선에서 미 민주당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민주당은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 왔다.

미 민주당이나 공화당은 정치적 원칙, 윤리 도덕보다 선거 승리를 최우선시 한다. 미 민주당은 지난 2017년 러시아 스캔들 당시부터 트럼프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렸으나, 내년 대선에서의 역풍을 우려해 이를 그간 접었었다. 그랬던 민주당이 지난 9월 전격적으로 트럼프 탄핵안을 제출한 것은 내년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트럼프는 미 상원에서 자신의 탄핵안이 부결된다 해도 살얼음을 걷거나 치열한 접전이 불가피한 재선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트럼프가 선거용으로 대북 초강경 정책이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폭 양보조치를 취하려 해도 미 민주당의 강력한 반발과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차기 대선에서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지 지금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서기는 곤란하다. 설령 트럼프와 어떤 합의에 이른다 해도 트럼프가 낙선할 경우 그 합의는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의 대외정책 역사상 미국이 약속을 지키는 것과는 거리가 먼 존재임을 보여준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만 해도 이란핵합의나 파리기후변화협정, 그리고 다수 국가와의 무역협정을 백지화하면서 자국 이익을 챙기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이고 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협상 시한으로 연말을 언급한 것, 북한 유엔주재 대사가 지난 8일 외신 성명을 통해 "비핵화 이슈는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라고 밝힌 것은 미국 변수를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미 대선에 북한이 직접적인 변수로 등장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미 대선에 북한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대선 결과가 어떻든, 그 이후 후폭풍이 거셀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외교정책에서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비핵화 협상을 자랑해 왔던 터라 북한의 비핵화 협상 중단 조치에 대해 초강수를 두기는 어렵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중단을 선언한다면 오히려 내심 다행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이상과 같은 미국의 국내 사정을 볼 때 북한이 선택할 연말 조치의 영역은 좁혀진다.

그러면 다른 고려사항은 무엇일까. 북한의 내부 사정이다. 북한은 마른 수건을 짜듯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속에서 관광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는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말로는 북한 입장에 동조하지만, 유엔안보리의 제재 결정사항은 이행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구조 속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는 선택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내세우는 것은 관광산업이다. 현재 북한 대외교역의 90% 이상이 중단된 상태이지만, 관광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다. 북한은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양덕 온천관광지구 등을 주력 관광산업 대상 지역으로 개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에 참석해 관광산업 육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금강산 관광특구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통보한 명분도 관광시설의 현대화였다.

북한이 내년 미 대선이 끝날 때까지 관광 산업 활성화를 계속 시도한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긴장상태가 고조되거나 미국의 대북 군사적 공세가 강화되는 상황은 북한으로서 원치 않는 모양새가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연말에 취할 고강도 조치에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지난 7, 13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연이어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 것은 (핵전력이 아니라) 북한의 자위력을 강화했다는 정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로켓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ICBM 기술의 사거리, 대기권재진입 기술, 정확도, 핵무기소형화 요건을 모두 갖췄거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미국의 소리방송 12월 16일>.

북한이 연말을 시한부로 해서 최근 상당기간 대외적으로 주목도가 큰 조치들을 연이어 취해왔다는 점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은 국제적인 이목을 집중시킬 클라이맥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하지만 북한이 자위력 강화를 강조한다 해도 현 상황에서 군사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국제적 비난을 자초할 확률은 커 보이지 않는다. 결국 평화를 강조하면서도 충격을 주는 조치란 아마도 인공위성 발사 예고 정도가 아닐까 추정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강조한 인공위성 발사 시기를 내년 상반기 중으로 예고했다. 지난 2012년 12월 광명성 3호 인공위성 발사 때와 같이 해외 언론 초청 등 대대적인 선전전을 펼 가능성이 있다. CNN 등 일부 외신은 최근 북한이 연말에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으나 그 시기는 늦춰질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 2016년 8월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더 많은 지구관측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아시아경제 2019년 12월 10일>.

북한의 위성발사 방침에 대한 미국이나 유엔 등의 비판과 공세가 생략되지는 않겠지만, 다른 어떤 대안보다 북한이 취할 것이 더 많다는 점은 부인키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 요구의 수위를 높이거나 유엔에서 위성발사만을 원 포인트 주제로 삼은 국제적 공론화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 위성 발사 기술은 군사적 목적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엔의 대북 제재 요건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위성을 통한 우주 개발은 차세대 국가의 먹거리 산업의 하나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위성 발사에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발사체를 사용한다 해도, 다른 한편으로 이를 이유로 제재 유발 항목에 집어넣은 것은 북한의 미래 생존권을 봉쇄하는 과도한 조치라는 측면도 있었다.

이런 추정이 현실화할 경우 북한이 그동안 경색시킨 남북관계를 활성화할 가능성 또한 조심스럽게 전망할 수 있다.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관련 대화를 중단한 상태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한다면 한반도 긴장완화라는 긍정적 반응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 동안 지나치게 대미 의존적이어서 한반도 문제에서 남측만의 자주적 공간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그 결과, 좋았던 남북관계도 얼어붙었는데 만약 심기일전한다면 내년에 긍정적인 남북관계가 재개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추정은 추정이고 예상은 빗나갈 수 있다. 세상일이란 다인다과(多因多果)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 남북관계가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줄다리기임은 분명하다. 각자의 입장에서 평화라는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진인사 대천명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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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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