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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에 목 맨 야당…헤매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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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명숙에 목 맨 야당…헤매줘서 고맙다"

[고성국의 정치in]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인터뷰

정두언 의원은 이슈메이커다. 정치권에서 이 말은 대체로 좋은 의미로 쓰인다. 뉴스의 초점이 된다는 뜻에서도 그렇고 이슈를 만들어 낼 만큼 비중이 있다는 뜻에서도 그렇다. 이슈선점에 능하다는 얘기도 나쁜 얘기는 아니다. 사실 정 의원은 이 두 가지를 다 갖췄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비중도 작지 않고 이슈선점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선수 중 선수'다. 언론이 그를 주목하는 이유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일상적 관심을 넘어서 그가 그리고 있는 차기 대선구도가 궁금했다. 그렇다. 그는 이슈메이커 이전에 전략가다.

▲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위원장을 맡은 정두언 의원 ⓒ프레시안(김하영)

"얼마 전까지 서울시장 후보로 언론에 거론됐는데?"
"나간다고 내 입으로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출마 포기가 먼전가, 지방선거기획위원장 자리를 맡은 게 먼전가?"
나간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으니까 포기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생각도 안했나?"
"생각이야 누구나 하는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은 대통령도 생각하고 서울시장도 생각한다. 특별한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정리됐나?"
"분수를 알아야 한다. 분수를 모르면 이상해진다. 나도 대통령 선거 과정에 참여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분수를 모르게 되더라. 많이 반성했다. 사람마다 분수가 있다. 분수를 모르면 사람이 이상해진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네 사람이다. 네 사람은 그럴 자격이 있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 출마했을 것이다. 내가 선거 관련 인터뷰를 하면 재미가 없다. 속에 말을 못하고 공식적인 이야기만 해야 하니까.(웃음) 토론도 마찬가지다. 토론에 나가면 공식적인 이야기만 해야 하니까 재미없다. 상대방 말이 맞아도 거기다 대고 '맞습니다.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이럴 수는 없지 않나?"

예민한 문제를 피해가는 방법이 재미있다. 둘러간다기 보다 질러간다고 할까? 시작부터 시원시원하다. 피해가질 않는다. 직답이 안 되면 농담으로라도 한다. 거칠 것 없는 화법에서 패기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중간평가' 구도? 상대가 어마어마한 실수 저질러준다면 깨질수도…"

"지방 선거 전략은 확정 됐나?"
"전략이라는 게 별거 아니다. 말만 어마어마하지 좋은 후보 내고 좋은 정책 내는 것이다."
"어떤 후보가 좋은 후보인가?"
"사람들이 볼 때 저 사람은 내공이 있다. 경쟁력이 있다. 참신하다. 깨끗하다고 할 만한 후보다. 그 외에 있겠나.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도'고 '판'이다."
"지금 구도가 한나라당에 유리하나 불리하나?"
"지방 선거는 원래 여당에 불리하다. 중간 평가 성격을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 없다. 차라리 중간평가 제대로 한번 받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더 낫다. 국정지지율도 높아 옛날과 다르다.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구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구도는 전략으로 되는 게 아니다. 한 번 만들어진 구도를 깨려면 '수도 이전'이나 청계천 같은 어마어마한 정책 이슈를 던지던가. 아니면 상대방이 어마어마한 실수를 저질러 주어야 한다."

'상대방의 어마어마한 실수'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정 의원도 인정하는 "중간 평가" 구도, 이것을 깰 수 있는 '실수'란?

▲ 유무죄를 떠나 총리를 지낸 분이 그런 사건에 휘말려 재판정에 왔다갔다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김하영)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이 무죄로 나올 경우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거라는 예측도 있고, 그래봤자 구도 자체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엇갈리는데?"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사건 추이를 지켜보니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유무죄를 떠나 총리를 지낸 분이 그런 사건에 휘말려 재판정에 왔다 갔다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은 '우리 후보가 훌륭하다'고 하기보다 재판 자체에 목을 매고 있는데 보기 안 좋다. 선거는 선거고 재판은 재판이다. 어떻게 재판에 모든 것을 거나. 이미 약세를 자인한 것 아닌가. 더구나 재판과 선거 사이에 시간 간격이 많다. 걱정할 일이 아니다.굳이 득실을 따진다면 (한 전 총리 재판 결과가) 무죄든 유죄든 다 (여권에는) 안 좋다. 무죄가 나오면 생사람 잡은 것이 되고, 유죄가 나오면 민주당은 정치 재판이라고 역공을 해올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크게 나쁜 효과를 줄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구도가 바뀌지 않을까?"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반짝 효과는 있겠지만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도 치졸하고 비겁한 짓이다. 돌아가신 분을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자체가 선거에서 약세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판단을 할 것이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잘 판단하길 바란다."

"서울시장 이기면 지방선거 이긴 것"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광역 8개가 목표라고 했다. 호남 3개 빼면 수도권, 충청에서 5개를 이겨야 하는데 쉽지 않은 목표인 것 같다."
"숫자놀음이다. 우리나라가 아직 지역구도 아니냐. 영남, 호남은 뻔한 것이고, 충청도도 지역구도 속에 들어가 있으니 결국 수도권이다. 수도권에 승패가 걸려있는데, 지금까지 볼 때 썩 안심되는 상황은 아니다. 긴장하고 있다."
"목표는 어느 정도인가?"
"수도권에서 과반수는 이기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서울시장이 관건이다. 서울시장이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국민들은 서울시장을 이기면 이겼다고 생각하고 지면 졌다고 생각하실 것 같다. 그래서 머리가 좀 아프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화의 파괴력이, 특히 서울에서 큰 것으로 나왔다."
"(서울시 야권 단일화는) 안 될 것이다. (단일화가 되면) 지금 말한 (위협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팽팽할 것이라고 본다."
"오세훈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될 경우 중간평가에 더해서 지난 4년간의 시정에 대한 평가도 같이 받는 선거가 된다. 방어하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어서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그런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점검을 계속 해보고 있다. 그런데 뚜렷하게 비판받을만한 사안들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자체 점검은 계속 한다."
"'홍보에 치우쳤다', '전시행정이다'하는 비판은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데?"
"으례 나오는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같은 당 후보끼리 비판만 하다보면 야당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경선 과정도 잘 관리해야 한다."
"경선을 본선처럼 하는 게 좋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지 않다. 대통령 경선을 해보니 그렇더라. 사실 대운하도 그래서 망가진 것이다. 같은 당원들이 들입다 공격을 하니까 국민들도 '자기편도 잘못했다고 하는 것 보니까 잘못된 것인가 보다' 생각하게 되더라. '예측을 불허하는 것'이 흥행이지 무작정 치열하게 싸우는 게 흥행은 아니다. 서로 오세훈이 좋다. 원희룡이 좋다, 나경원이 좋다 이런 식으로 싸워야지, 서로 피 튀기게 '잘못됐다'며 싸우는 게 흥행이 아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 후보끼리 상처를 받는다. 서로 심각하게 상처를 주는 일은 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차원에서 '경선 가이드라인' 마련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다소 네거티브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만 보면 서울시장 선거는 경선 분위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초반 이니셔티브를 잡은 것 아닌가?"
"그런 점은 있다. 앞으로가 문제다. 관리가 잘 돼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이 구도상 불리하고 여러 가지 악재도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고맙게도 민주당이 너무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유인촌 장관의 '회피 연아 동영상 제작자 고소', 안상수 원내대표의 '좌파 스님' 발언,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현모양처' 발언 등으로 실수들이 쌓이고 있지 않나?"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충격흡수와 사전 예방이 가능한 것 같다. 이런 일들이 자꾸 생기면 우리 같이 성질 급한 사람들이 총대를 메게 된다. 실수, 실언들은 기본적으로 자만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이 잘 해서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것 아니냐. 정부 고위 관료들은 자기들이 잘해서 지지율이 나온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더 세게 해야 효과가 있으려나?(웃음)"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은 파장이 크다"
"진실은 나도 모르지만, 실수는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을 종단이 자꾸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다. (야당도) 활용하겠지만, 앞으로 무대응으로 갈 것이다."
"유시민, 2~3년 후 내다본 전략적 움직임 같다"

'대야 전략'의 사령탑을 맡은 정 의원은 지금의 야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는데.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와 같은 지도자들이 있는데 야권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난 후, 지도력이 없는 것 같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확실한 리더십의 부재, 미래 리더십 부재가 야당의 가장 큰 문제다. 그것 때문에 야당이 지리멸렬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리더십이 나타나면 굉장히 폭발적일 수 있다. 물론 이번 선거에는 나오기 힘들겠지만."
"유시민 전 장관의 행보도 2~3년 후를 보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유 전 장관은 나름대로 전략적으로 가는 것 같다. 지방 선거는 어차피 안 되니까 2~3년 후를 보고 전략적으로 그런 구도를 만들어가자, 이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위협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은 그런 전략이 없어서 문제다."

▲ "우리는 이회창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야당에 새로운 리더십이 나타나면 폭발적일 수 있다. 과거, 두 번이나 겪었다." ⓒ프레시안(김하영)

"박근혜도 대선 실패한 '이회창'이 될수 있다"

'한나라당은 그런 전략이 없다'고 진단하는 정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야권에 유력 차기 주자나 지도자가 있으면 여당도 긴장을 하게 되지만 야권에 그런 인물이 없으면 여당이 상대적으로 긴장이 잘 안 된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경감된 측면이 있다. 결국 안에서의 '계파 갈등'도 밖, 즉 야권의 유력 주자가 없어서 생긴 파워 밸런스의 붕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인정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게 이회창의 실패다. 우리는 이회창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관리를 잘해야 한다. 위협 요인이 양 쪽 다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타났던 것처럼 새로운 리더십이 야당에서 나타나면 폭발적일 수 있다. 과거에 두 번이나 겪었다."
"4년 반 동안 대세론으로 가다가 마지막 6개월에 역전 당했다?"
"두 번이나 그랬다."
"'박근혜도 이회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박근혜 전 대표나 친박계 의원들도 생각을 하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다 이회창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그것을 잊었겠나. 그러나 그렇게 (친박계 내에서) 드러내놓고 얘기 못하는 문화가 있다."
"실제로 그런 답답한 계파 문화 같은 게 있나?"
"다 알면서 물어보나.(웃음) 지난 의총에서 지적을 했다. 꼭 직접 체험해 봐야 아나(웃음)?"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이 선거 전에 되는 것인가?"
"그렇다. 이미 가닥이 잡힌 것 아닌가?"
"합당은 박근혜 전 대표의 전략에서 굉장히 중요한 전환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나라당 틀 안에서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 아닌가?"
"의도했든 안했든 그렇게 됐다. 사실 지방 선거, 특히 수도권에서 친박연대, 친박 후보들이 등장하는 것을 걱정했었다. 수도권은 항상 간발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이게 굉장히 치명적일 수가 있었다. 그런데 합당을 해서 해결이 된 것이다. 합당 자체는 크지 않지만 효과는 클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 전 대표의 전략 변화로도 이어질까?"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했는지, 관여를 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미래희망연대 합당,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세종시 수정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합당을 하면 친박계 의원이 8명이 늘어난다. 그러면 세종시 당론 변경에도 정족수가 바뀌기 때문에 영향이 있다. 이 대목에서 정 의원은 흥미로운 답변을 내 놓았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 세종시 수정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 "미래희망연대 합당, 세종시 입장에서 보면 마이너스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프레시안(김하영)
"당내 세력 관계에서도 적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예컨대 세종시 관련 당론 변경 의총에서 확실히 안 되는 쪽으로 표결이 이루어져 문제를 마무리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세종시 입장에서만 보면 마이너스 요인인데,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니까…. 세종시는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이야기했다. '이제는 당에서 결정하라'고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그래서 '가'가 되던 '부'가 되든 당헌당규상 절차를 거쳐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왜 안하는지…."
"선거 전에 가부간 마무리를 짓고 가는 것이 집권당으로서 필요하다는 얘긴데 그게 선거에 어떤 도움이 될까?"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모르겠다. 잘 모를 때는 정도로 가야 한다. 큰일을 내놓았으니까 소정의 절차를 밟아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 지방 선거 후로 미루면 총선으로 연결되고 대선으로 연결된다. 대통령이 수정안을 내 놓은 이유가 뭐냐. 빨리 이 문제를 마무리 짓자고 한 것 아닌가? 지방 선거 후로 미룬다는 것은 애초의 의도와도 안 맞는다. 저렇게 큰일을 내놓고 당에서 결론도 못 낸다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나. 결론을 짓는 게 맞다."

정두언 의원은 한 때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이었다. 정권 출범 후 다소 거리가 생긴 듯 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힘 있는 행보를 하고 있다. 사실 정두언 의원만큼 이명박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도 없다.

"MB, 자기 성과를 가지고 대통령이 된 최초의 인물"

"이명박 대통령을 평가한다면?"
"너무 포괄적이다."
"인간 이명박은 어떤 사람인가? 제일 오래 모시지 않았나?"
"복잡한 분이다. 어떻게 한 인간을 간단히 표현할 수 있겠나. 어떤 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것 같고 이런 얘기는 하고 싶다. 그 분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다. '밀어붙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굉장히 신중한 분이다. 그런 가운데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소신을 갖고 나가는데 그것을 밀어붙인다고 보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성과를 가지고 살아온 분이다. 젊었을 때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만들어냈고, 서울시장 하면서도 서울시민들이 다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낸 분이다. 자기 성과를 가지고 정치 지도자가 된 최초의 분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분은 대통령을 하면서도 그런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를 한다. 당신 스스로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실 것이다."
"며칠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설득을 잘 못한다고 수석 비서관들을 질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이 그렇게 답답해할 만큼 정부부처나 청와대 비서들이 열심히 안 하나?"
"(대통령이)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자기 일처럼 안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얘기는 안했으면 좋겠다. '정두언이 또 청와대, 장관을 깠다'고 할 테니.(웃음)
4대강 얘기를 좀 더 해보자. 당신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4대강 살리기를 하는데, 생명을 죽인다고 비판을 하니 얼마나 답답하겠나. 그래서 '당신들은 뭐 했느냐'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강이 고정된 강이라고 생각하는데 시대에 따라 강도 변한다. 도시가 변하는데 강이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안 맞는 것이다. 강이 하수구인가? 강은 수자원도 되고 관광자원도 되고 여러 기능들이 있는데 이것을 시대에 맞게 바로잡자는 것이다. 생명을 살리자는 것이다. 천주교에서 설명을 하러 오라는데 (참모진이) 두 번이나 안 갔다고 한다. 설명을 하지 말라고 해도 설명을 들어달라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부분에 대해 질책을 하는 것이다."
"'무상급식 VS 교원평가제' 구도로 가겠다"

6.2 지방선거 초반전의 핫이슈는 단연 무상 급식이다. 정 의원은 야당의 '무상 급식'에 맞서 '교원평가제'를 이슈화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6.2 지방 선거에서 교육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특별한 안을 갖고 있나?"
"무상급식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사실 교육 문제가 아니다. 급식은 교육이 아니라 복지의 문제다. 야당은 무상급식으로 재미 보려고 하는데 재미를 못 보는 것 같다. 거꾸로 됐다. 민주당은 부자급식 하자는 것이고 한나라당은 서민급식을 하자는 것이다. 거꾸로 됐다. 이것은 민주당이 잘못 건드린 것이다."
"교육 문제의 본질은 뭔가?"
"가장 큰 문제가 학교 황폐화다. 학교가 황폐화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현장이 황폐화된 것인데, 교원평가제 도입이 핵심 포인트다. 세상 모든 분야가 다 평가를 받는데 유일하게 평가에서 제외된 분야가 교사다. 이제는 평가를 받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교총도 반대하다가 결국 받아들였다. 지금 전교조가 반대한다. 내가 전교조를 비판하면 '이념 논쟁'을 한다고 하는데, 전교조가 좌파라서 비판하는 게 아니다. 전교조는 이익단체로 변했다. 야권 후보들이 거의 전교조 대표급인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반드시 유권자들이 학부모들이 평가를 해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가 교육 이슈로 가기를 바란다."
"교원평가를 하자는 한나라당과 하지 말자는 야권이 부딪히면 한나라당이 유리할 것이다?"
"그렇다."

▲ "무상급식 문제? 프레임 전쟁이지만, 내가 프레임 전쟁에서는 안 진다." ⓒ프레시안(김하영)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부자급식'이라고 규정했다. 우리 국민의 몇%가 부자라고 하나?"
"일반적으로 상위 20%까지 잡지 않나? 2대 8 사회라는 말도 있고."
"그렇다면 100명 중에 20명이다. 초등학생 반이 30명이다. 그렇게 따져도 부자는 한 반에 6명에 불과하다. 그러면 나머지 24명이 무상급식 대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자라는 말은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우리는 자기아이들 밥값은 낼 수 있는 사람들을 부자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자급식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무상급식 주장이 포퓰리즘이라면 '부자급식' 주장도 선동적이긴 마찬가지 같은데?"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 보자. 민주당이 그런 식의 무상급식을 하자고 할 때 추가로 드는 돈이 1조 6000억 원이다. 그것을 어디에서 가져오냐가 실제로 중요한 문제다."
"그렇게 예산문제로 풀 문제를 왜 '부자급식, 서민급식'이라는 이념성이 농후한 용어를 쓰는 것인가?"
"원래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다.(웃음) 그것을 프레임 전쟁이라고 하지 않나. 프레임 전쟁은 제목이 중요하다. 프레임 전쟁은 원래 야당이 잘한다. 이번에는 그런 프레임 전쟁에 당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말장난일 수도 있지만,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문제다. 돈도 안 드는 문제인데 만날 진다. 그래서 이것은 안 되겠다고 해서 주장을 하고 있다. 제가 프레임 전쟁에서는 안 진다(웃음) 그렇게 이해 해 달라. 어쨌든 1조 6000억 원이라는 돈을 어디에서 가져오나. 서민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뭔지 다시 한 번 보자. 급식을 더 늘려야 할 부분이 있다. 그래서 지금보다 130퍼센트를 더 늘이겠다는 것이고, 나머지를 보육에 쓰자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저출산 문제와도 연관이 되는 문제니까."

"정권 초, 견제도 받았지만…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40분 예정시간이 1시간 20분을 넘고 있었다. 마무리겸해서 던진 질문이 '앞으로의 행보는?'이었는데. 웃으면서 한 답변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사람들은 정 의원을 정권 출범의 일등 공신이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정권 출범하고 나서 견제도 많이 받았고, 대통령과도 소원해졌다는 얘기가 많이 있었다. 사실은 어떤가?"
"일등공신이라는 말이 과연 맞는 말이냐. 사실 대통령이 서울시장 되는 과정, 대통령 되는 과정에서 거의 저 혼자 있었다. 그 때는 원외 위원장이었다. 서울시 48명 지구당 위원장 중에서 시장 후보로 MB를 지지한 사람이 나 혼자였다. 여러 명이 있어야 일등도 있고 이등도 있는 것이지, 일등공신이라는 말이 맞는 말이냐.(웃음)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표현은 잘못됐다. 대통령을 어떻게 만드나. 될 분이 된 것이지. 정권 초에는 견제도 받고 그랬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편하게 생각하게 되더라.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으면 견제를 받겠나. 견제를 받는 것 자체가 내가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 아니겠나. 그런 견제를 뚫고 나가야 더 강해지는 것이지, 불평만 늘어놓으면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올바른 자세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거 지도자들은 온갖 견제를 받고 감옥까지 가면서도 그렇게 뚫고 나갔다. 그런 처지가 나를 강하게 만든 것 아닌가,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요새는 많이 편해졌다."

▲ "2002년, 서울시 48명 지구당 위원장 중에서 시장 후보로 MB를 지지한 사람이 나 혼자였다. 여러 명이 있어야 일등도 있고 이등도 있는 것이지, 일등공신이라는 말이 맞는 말이냐.(웃음)" ⓒ프레시안(김하영)

"이 대통령은 자주 보나."
"어떻게 자주 보나. 대통령을 자주 보려면 어떤 직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직책이 없다. 나는 사실 17대 18대 국회를 거치면서 한 번도 국회직, 당직을 가져본 적이 없다. 지금 선거기획단장도 당헌당규상 당직이 아니다. 사실 대통령 만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 한 번 만나면 어찌나 언론에서 떠들던지, 만날 수 없게 만들더라. 그래서 만나는 게 불편했는데 만나는 게 소통의 전부는 아니다. 소통은 잘되고 있다."

'소통은 잘되고 있다'는 정 의원의 말이 의례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정두언 의원 같이 정권 창출에 비중 있는 역할을 한 사람이 집권 후 국정운영에도 일정한 역할을 책임 있게 감당하는 것은 자연스럽기도 하고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책임정치란 이런 관계들이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인터뷰는 무거웠지만 마무리는 편안했다. 힘 실린 경쾌한 행보가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하자 그가 앨범을 건넸다. 정식 가수인 정 의원의 4집 앨범 타이틀 곡은 '희망'.

'상처뿐인 거친 가슴과 두 발로 설 수 없는 약한 용기도 희망이라는 이름 앞에 강한 용기로 태어나…'

경쾌한 랩처럼 달려 나갈 그의 용기 있는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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