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의 표지 사진과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홍보물을 올렸다.
트럼프 재선 캠프(Trump War Room)은 이날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것에 관한 한, 올해의 인물은 단 한 명이다"라는 말과 함께 <타임>지의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사진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올렸다. <타임>은 지난 11일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는 소식과 함께 표지 사진으로 발표했는데, 트럼프 캠프가 이 사진에서 얼굴 부분만 트럼프 대통령으로 대체한 다소 괴이한 합성 사진을 만든 것이다.
트럼프 캠프는 트럼프가 지킨 '약속'으로 ▲경기 부흥 ▲일자리 창출 ▲역사적인 감세 ▲미국의 이익을 우선한 무역 협상 ▲ISIS 궤멸 ▲(국경) 장벽 건설 등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 툰베리 '모욕 트윗' 올려 논란
트럼프 캠프의 이같은 홍보가 괴이해 보이는 것은 16세 소녀의 몸에 73세 남성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 자체가 시각적으로 비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라는 측면도 있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툰베리를 모욕하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에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툰베리가 연설을 한 것에 대해서도 조롱하는 트윗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툰베리를 선정한 것과 관련해 "진짜 말도 안 된다"라며 "그레타는 자신의 분노조절 장애를 다스리고, 친구와 함께 좋은 옛날 영화를 보러가야 한다. 진정해 그레타, 진정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 1927년부터 선정해온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툰베리가 선정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유독 트럼프 대통령만 툰베리가 만성 신경성질환인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분노조절 문제", "진정하라"는 등 모욕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정작 툰베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전혀 '분노'하지 않았다. 툰베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소개글을 "자신의 분노조절에 대해 애쓰는 십대. 최근에는 친구와 함께 좋은 옛날 영화를 즐기면서 보고 있다"고 받아쳤다.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 중인 툰베리는 11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진짜 위험은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정말로 뭔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행동하는 것"이라며 거듭 정치적 변화를 촉구했다.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신경질적인 반응이 지난해 자신이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지 않은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비판은 타임과의 복잡한 관계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만한 사람이 자기 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그 영광은 사우디 정부에 의해 납치돼 피살된 카슈끄지 등 언론인들에게 돌아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한 2016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툰베리에 대한 이상할 정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툰베리의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 일부분을 올려놓은 뒤 "그녀는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처럼 보였다. 만나서 반가웠다"고 썼다.
평소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사기"라면서 반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이날 툰베리의 연설도 듣지 않은 채 잠깐 회의장에만 얼굴을 비친 뒤 바로 퇴장했다. 이날 복도에서 잠깐 마주친 툰베리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쳐다보는 사진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월 5일 미국이 파리 기후 협약에서 탈퇴한다고 유엔에 공식 통보하기도 했다. 파리 기후 협약은 지난 2015년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 차원에서 파리에서 체결된 협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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