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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용균 막자"면서 불참하는 정부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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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용균 막자"면서 불참하는 정부 관계자들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자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

고 김용균 씨 사망 사고 이후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가 나왔으나 관계 부처의 무관심으로 휴지조각이 될 판이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김용균특조위가 22개 권고안을 발표했으나 이 가운데 17개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자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그간 조사한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인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산자원부 등 정부부처 관계자이 초정받았으나,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용균특조위 권고안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태성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특조위 권고안 등 지금까지 여러 보고서가 나왔지만 정부부처 어느 한 곳에서도 이를 보고서에 귀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국가기관에서 아무도 안 나와 '우리끼리' 토론회 같다"며 "그 사람들과 같이 얘기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조성은)

이번에 발표된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발전소의 외주화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노동자의 노동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발제자인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발전 산업의 경우,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민간업체가 진입하고 경쟁입찰 등이 도입돼 노동권에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발전소는 정부 정책에 따라 5개사로 분할됐고 석탄화력발전소의 운전 및 정비 업무는 광범위한 외주화를 통해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가지게 됐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소 운영 특성상 연속된 업무로서 총괄적인 지배가 불가피한 특성을 지니는데, 원청의 지배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까지 전일적으로 미쳤다는 것이 엄 위원의 설명이다.

엄 위원은 노동3권이 침해되는 방식으로 △간접고용 구조로 인한 원청 사업장내 조합활동의 제약 △원청에 우호적인 특정 노조 가입 유도 △자회사 노사관계에 대한 원청의 직간접적 개입과 통제 등을 들었다.

엄 위원은 "민영화와 다단계 하도급이 노동조건에만 그치지 않고 노동3권의 실현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고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자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조성은)

인권위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지난 5년 동안 산업재해로 죽거나 다친 노동자의 97.6%가 하청 노동자로 나타났다. 사망한 20명은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 씨도 숨진 20명 중 1명이다.

인권위가 지난 9~10월 원·하청 노동자 594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청 노동자 425명 중 359명(84.5%)는 업무가 건강이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 노동자는 더 열악하고 오염도가 높은 환경에서 일하는데도 안전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설문에 응한 하청 노동자 404명 중 300명(74.2%)이 정규직, 비정규직, 협력업체 직원 간 불공정한 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원·하청 연봉 차이는 1~4년차 1556만원, 5~9년차 1976만원, 10~14년차 3059만원, 15년차 이상 3557만원으로 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 조건에서도 심각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 노동자의 작업장엔 화장실이 없었고 또 만성적인 인력 부족 때문에 대신 일할 동료를 구하지 않으면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 결과 용균이는 업무 수칙을 다 지켜서 죽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원하청의 책임 공백으로 비정규직은 누구든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용균이가 죽기 전 8년 동안 12명이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며 "그때 고용노동부가 책임을 다해 제대로 조사해 현장을 바꿨더라면 우리 아들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에 있어 다른 기관과 비교해봤을 때 발전소가 직접고용대상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최영애 인권위 위원장은 "인권위가 김용균 씨 사건을 어떻게 다뤄야 하나 깊은 고민을 했다"며 "김용균 씨 이후 개선된 것 없이 여전히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현실 앞에서 인권위원회의 수장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부처가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노동권과 사회권을 다루는 사회인권과가 작년에 만들어지면서 아직 인권위 권한에 미비한 점이 있다"며 "인권위가 가지고 있는 권한 중 정책관계자 협의회를 최대한 이용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는 남성이 절대다수인 발전소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이중 차별'문제도 조사됐다. 여성 노동자들은 화장실, 샤워실, 휴게실 등의 남성 노동자들에 비해 더욱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 동료의 불신과 기피로 기술직군으로 입사하고도 점차 지원부서로 옮겨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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