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 마라. 위험의 외주화 그만하라."
"더 이상 차별하지 마라. 비정규직 철폐하라."
"더 이상 기만하지 마라. 특조위 권고안 이행하라."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지 꼭 1년이 되는 날, 김 씨가 사고를 당한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호가 울려 퍼졌다.
'고김용균추모위원회'는 10일 태안화력발전소 본관 앞에서 추도식을 열었다. 추도식에 참석한 이들은 김 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죽음의 외주화를 멈춰 또 다른 김용균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추도식 대열의 앞자리는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탄가루가 시커멓게 내려앉은 안전모를 쓴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켰다.
김 씨의 후배인 이용주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는 "현장 설비가 개선되었더라면, 우리 하청 노동자의 안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주기만 했더라면, 아마도 선배님은 추도식이 아닌 25번째 생일 축하를 받으셨을 것"이라며 "사고가 나고 1년이 지나는 동안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지만, 선배님이 피켓을 들고 바란 정규직 전환, 위험의 외주화 금지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제 2의 김용균이 나오지 않도록, 또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도록 힘을 보태겠다"며 "선배님의 슬픔은 여기 있는 노동자들이 대신 슬퍼할 테니 그곳에서는 슬퍼하지 마시고, 못 다 이룬 꿈을 마음껏 이루시고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씨의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힘을 모았던 시민들도 추도식에 함께 했다. 고김용균1주기추모위원회의 재용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돌아가신지 1년이 지났고, 안타깝지만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이어 나가겠다"며 "김용균 씨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바라는 목소리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미숙 "아들이 가고 1년이 지났지만 변한 건 없다"
추도식이 있던 날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는 김용균특조위의 22개 권고안에 대해 "권고 가운데 즉시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은 이행했다"며 "일부 권고는 노사 입장 차이와 법 개정 문제 때문에 즉각 이행이 어려웠고 조만간 추가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고김용균1주기추모위원회는 지난 3일 "특조위 권고안 22개 가운데 17개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추도식에서 김미숙 이사장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게 일해야 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며 특조위 권고안 관련 정부 입장을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아들 사고 현장은 제게는 다시 상기하고 싶지도 않고 오고 싶지 않은 장소"라며 "눈만 감으면 사고를 당한 현장과 아들의 처참했을 당시의 모습이 그려져 이곳에 있는 90호기를 당장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도 든다"고 태안화력발전소에 온 심경을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어제 꿈에 용균이가 나오기를 바랐는데 나오지 않았다"며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차를 타고 오면서 특조위 권고안에 대한 정부 입장 발표를 전해 들었는데, 금방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었다고 이야기했다더라"며 "그런데 현장 노동자들은 바뀐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또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지 않느나"고 물었다.
김 이사장은 "원청은 하청을 주었으니 책임이 없다고 하고, 하청은 내 사업장이 아니니 권한이 없다고 하는 속에서 비정규직은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는 것은 그대로"라며 "사고가 나면 사장에게 책임을 물어 많은 벌금을 내고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하는 법도 제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많은 사람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죽고, 유가족은 그 몇 배가 되는데도 정부는 비정규직의 죽음을 허용해주고 있다"며 "이 사실을 절대로 두고 보지 않을 것이고, 여러분도 저와 함께 같이 발걸음을 맞춰달라"고 전했다.
추도식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추도식이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정문에서 김 씨의 회사였던 한국발전기술로 향해 2층 사무실에 마련된 고인의 추모소에 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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