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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투성이 전력정책,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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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투성이 전력정책,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까?"

'합의회의' 5개월 일정 출범, 참여 시민 공개 모집

시민들이 직접 국가 전력정책 전반을 직접 검토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우리나라 전력정책의 미래에 대한 합의회의'가 공식 출범했다. 특히 이번 합의회의는 정부의 원자력 확대 정책 등 민감한 국가 전력 정책에 대해 처음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자리여서 더욱더 그 의미가 깊다.

***"6월 일반 시민 15~20명 선정, 10월 본 회의 개최해"**

앞으로 5개월에 걸쳐 시민들이 직접 국가 전력정책 전반을 검토하고 그 방향을 제시하는 시민참여 제도인 '우리나라 전력정책의 미래에 대한 합의회의'가 지난 4일 오후 준비 워크숍을 시작으로 공식 출범했다.

이번 합의회의를 주최하는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소장 김동광)는 6월에 15~20명의 일반 시민을 모집한 후, 그 시민들을 중심으로 10월에 본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본 회의 개최 후, 시민들의 '최종보고서'는 국회, 정부, 언론사 및 시민·사회단체에 전달돼 정책에 반영된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김환석 교수(국민대 사회학과)를 책임자로 하고, 공정한 합의회의 진행을 위해서 박금옥(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서주원(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송명재(원자력환경기술원 원장), 이필렬(에너지대안센터 대표), 이용두(산업자원부 원자력사업과 과장), 이영희(가톨릭대 교수), 김승봉(과학기술부 원자력정책과 과장), 조홍섭(한겨레신문사 부장) 등으로 '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합의회의는 15명 내외의 일반 시민들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논쟁적이거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과학적 혹은 기술적 주제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질의하고 그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답을 청취한 다음 이 주제에 대한 내부의 의견을 통일해 최종적으로 기자 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견해를 발표하는 시민참여 제도이다.

1987년 덴마크에서 처음 시작한 이래 최근까지 전 세계 14개국에서 50회 이상의 합의회의가 개최됐었다. 국내에서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관으로 1998년('유전자 조작 식품의 안전과 생명윤리')과 1999년('생명복제기술'),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현 추세로 가면, 2020년엔 1인당 전력소비 세계 2위"**

한편 4일에는 한국 전력정책의 쟁점을 검토하고, 과학기술·환경 갈등의 시민참여 수단으로서 합의회의의 타당성을 점검해보는 워크숍이 마련돼 관심을 끌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윤순진 교수(서울시립대 행정학과)는 '전력정책의 쟁점과 사회적 합의'란 발표문에서 "한국 전력 정책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1시간에 걸쳐 조목조목 국내 전력 정책의 문제점을 짚었다.

윤순진 교수는 "그동안 한국의 전력정책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값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 그 목적이었다"며 "그 결과 ▲공급 위주의 저가 에너지 정책, ▲중앙집중식 대규모 공급 구조, ▲공급에 종속된 수요관리 정책, ▲권위주의적 의사결정 등의 특징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 때문에 전력 소비가 급증해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0년에는 1인당 전력소비가 세계 2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교수는 또 "한국의 전력체제는 원자력의 비중이 높고, 갈수록 환경에 대한 영향이 증대하는 등의 문제점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윤 교수는 "중앙 정부 위주의 권위주의적 밀어붙이기식 의사결정으로 사회 갈등이 유발되고, 중앙집중식 공급 구조로 서울의 경우 자급률이 3%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해 수요관리에는 관심을 덜 쏟고 있으며, OECD 국가들의 경향과는 반대로 원자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정책, 사회적 합의 시급히 요청돼"**

윤순진 교수는 "더 늦기 전에 전력정책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전 세계적 표준이 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를 구상할 때"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전력정책에는 크게 7가지 쟁점이 있다"며 ▲전력 소비 증가, 이대로 둘 것인가?, ▲원자력 발전 정책, 지속할 것인가?, ▲핵폐기물처리장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재생가능 에너지,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전력구조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전력가격 체계,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전력과 환경 불평등, 이대로 둘 것인가? 등을 대표적인 쟁점으로 꼽았다.

윤 교수는 "스위스에서는 1998년에 국가 전력정책에 대해서, 영국에서는 1999년에 핵폐기물처리장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기 위해 합의회의를 가졌다"며 "합의회의 결과가 정책의 내용을 강제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합의를 모아가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의회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사회적 관심 환기할 수 있어"**

이영희 교수(가톨릭대 사회학과)는 이어진 '과학기술·환경 갈등과 시민참여: 합의회의를 중심으로'라는 발표문에서 전력정책과 같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간주돼온 문제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은 대개 그 영향의 범위가 넓어 시민 개개인이 직간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데다, 정부가 추진하는 과학기술 정책의 상당수는 시민의 세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납세자로서 시민들이 과학기술 정책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정책 결정자나 집행자도 시민참여를 통해서 정책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입장에서도 시민참여를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합의회의는 시민들이 그들의 일상생활의 경험에서 얻는 '상식'에 기초해 전문가들과 토론하면서 결론을 내린다"며 "합의회의가 그 주제를 사회적 공론의 대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그 의미를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는 관련 부처 공무원들과 한국수력원자력(주), 환경단체 등에서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활발한 토론을 벌여 전력정책이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임을 실감케 했다.

이번 합의회의 책임자인 김환석 교수는 "합의회의가 많은 문제들을 한번에 해결할 수 없지만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너무 많은 기대도, 너무 적은 기대도 장애가 된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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