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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만 바꿔도 정치가 크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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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만 바꿔도 정치가 크게 바뀐다"

[노회찬정치학교를 가다] 노회찬, '반정치' 아닌 '친정치'를 확산하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정치를 통해서만 사회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던 공수처법만 해도 지금 국회에서 통과가 됩니까? 이런 답답한 상황을 개선하려면 정치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정치를 바꾸지 않고서는 촛불 이후 대두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중략) 저는 선거제도만 바꿔도 정치에 굉장히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가 꿈꾸는 나라>(노회찬 지음, 창비 펴냄). ⓒ창비
고(故) 노회찬 의원의 저서 <우리가 꿈꾸는 나라>(창비 펴냄)의 한 대목이다. 부쩍 차가워진 공기만큼 냉랭한 정치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하는 이유다.

노회찬의 친정치주의, 그리고 변화의 정치

내가 노회찬을 알게 된 것은 2004년 민주노동당이 국회의원을 배출하면서이다. 그는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평범한 노동자들, 서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곧 '나'의 이야기를 하는 정치인이었다. 복잡한 이야기를 쉽게, 그리고 특유의 유머러스한 언변은 내가 정치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출발이 되었다. 그 누구 앞에서도 당당했고, 토론의 달인이었고, 대중들에게는 친근하고 넉넉했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를 희화화하여 반(反)정치주의를 양산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 이는 정치가 필요한 사람들을 오히려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에, 노회찬은 정치를 해학적으로 풍자하며 대중들과 교감함으로써 '친(親)정치주의'를 확산시킨 대표적인 정치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변화의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었던 노회찬, 그리고 그 뜻을 계승하고자 하는 노회찬정치학교에서 정치영역은 특히 기대했던 시간이었다.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정당

정치영역 1강에서 김성희 정치발전소 상임이사는 '정치는 무슨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막을 열었다. 정치는 평화에 관한 것, 복종과 자유에 관한 것, 세금과 의무에 관한 것, 질서와 권리에 관한 것, 시민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관한 것 등을 다룬다. 즉, 정치 없는 현대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를 통해 사회적 행위는 규제되고 조절되며, 사회적 자원을 권위적으로 배분한다. 그리고 갈등을 둘러싼 갈등의 체계이자 민주주의의 엔진이다.

그는 특히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을 정당이라고 했다. 현대 민주주의의 결정적 계기는 대중정치로의 전환이고, 정당이란 하나의 이념 또는 세계관의 조직자, 사회갈등의 통합자로서 집권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이 대중정당을 통해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조직될 수 있었기에 현대 민주주의가 가능했으며, 이들이 정치의 중심에 들어온 유일한 정치체제이기도 하다.


이어진 강연에서 국회 현장에 있는 박선민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 보좌관(2강)과 일상적 정치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한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3강) 또한 공통적으로 정당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노회찬은 이 정당이라는 조직을 통해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나라를 꿈꿨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당을 생각했고, 계속해서 당당히 앞으로 나아갈 것을 부탁했다.

▲ 정치영역 1강 김성희 정치발전소 상임이사. ⓒ노회찬재단

정치와 행복의 상관관계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의 4강은 '행복한 삶'을 위한 '정치 복원'이라는 정치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었다. 행복은 인간 삶의 목적이고, 정치는 인간 행복 구현을 위한 근본 조건이라는 점에서 둘은 연결지점이 있다고 한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불평등, 신뢰 집단의 부재와 권위의 공백 등은 주권자 지위의 훼손과 역량의 약화를 야기한다. 즉 정치의 붕괴가 시민들의 삶을 불행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보다 행복한 삶은 결국 정치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것이 정치과정을 통해 반영되어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그런 사회에서 모두의 행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노회찬은 '2007대선 유권자와 함께 하는 경선후보 검증'에서 자신의 좌우명을 "행복해지기를 두려워하지 맙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시민들의 삶이 정치를 통해 오히려 더 불행해진 상황이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시민들의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변화된 정치를 희망했으며, 그 중심에 있었다.


▲ 정치영역 3강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윤철 교수. ⓒ노회찬재단

골리앗에 맞선 다윗

마지막은 노회찬의 또 다른 핵심 정치 과제였던 사법개혁에 대한 이탄희 변호사의 특강이었다. 법 앞에 만 명만 평등한 나라.

그는 법원과 검찰 조직이 변화하지 않는 원인으로 조직을 '가족'이라는 범주에 묶어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나아가 구성원들이 공사 구분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하는 문화를 지적했다.

이어서 사법개혁을 위한 해법으로는 사법위원회 같은 개혁 플랫폼 확보와 국회에 권한이 있는 비위 판·검사 탄핵 장치의 실질적 작동을 제시했다.

이탄희 변호사는 제1회 '노회찬 정의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 둘의 공통점은 정의를 위해서 골리앗과의 싸움을 기꺼이 결행한 것이다. 이탄희 변호사의 말처럼, 모두가 골리앗과 싸울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정치 권력을 선출하여야 하며, 또한 선출된 권력은 위임된 민의를 무겁게 받아 앉고 그것을 책임 있게 행사하여야 한다.

법원 내부의 불의를 보고 고뇌하고 그러나 의연히 일어섰을 법관 이탄희를 떠올리며, 한국 사회 거대 권력인 삼성과 검찰에 당당히 맞섰던 고독하고 슬픈 영웅, 정치가 노회찬을 그린다.

▲ 정치영역 초청특강 이탄희 변호사(전 판사). ⓒ노회찬재단

이번 강좌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정치를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정치란 우리네 삶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정당을 통해 권력을 획득하고 그들이 대변하고자 하는 시민을 위해 그 권력을 선용하여 일상의 변화를 견인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끝으로, 박선민 보좌관이 인용했던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의 한 구절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정치란 열정과 균형적 판단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구멍 뚫는 작업이다. 만약 이 세상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도 불가능한 것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거라는 말은 전적으로 옳고 모든 역사적 경험에 의해 증명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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