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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완주가 목표가 될 수도 있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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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완주가 목표가 될 수도 있겠는걸?"

[노회찬정치학교를 가다] 이 버스가 산으로 가더라도

처음엔 15주라는 기간이 아득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매주 토요일을 때 아닌 공부에 할애해야 한다니요. 막상 언제부턴가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면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불금’이라는 사적 영역까지 사실상 반납해야 하는 장기 레이스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심리적 장벽은 49:51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입학신청서를 넣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느 한 쪽으로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중은 더 어려워’라는 자기 최면으로 스스로도 못마땅한 결정에 추를 하나 더 얹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더욱 놀라운 사실은 벌써 순식간에 한 달이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노회찬정치학교 1기 입학식 ⓒ노회찬재단

빛나는 입학식

10월 26일 오전 10시, 노회찬 정치학교 1기가 시작되는 노회찬 재단 강의실의 공기는 숨 막힌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정도로 무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어디서 어떤 생각으로 왔을지 모르는 31인 각자의 탐색기였을 테죠.(물론 이날 31명이 모두 출석하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이 적막을 누군가 먼저 깨주기만을 모두가 숨죽이며 기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입학식이라는 이름의 공식 순서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오리엔테이션으로 넘어가면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반전되기 시작합니다. 그 주역은 단연 오진아 교감선생님이었습니다. 마치 처음 입단한 단원을 맞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지역과 세대 구성을 아우르며 처음으로 학생들이 서로를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분위기를 환기했습니다. 나름 수도권인 파주는 물론 순천, 심지어 부산에서까지 정치학교에 참여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새삼 불금타령이 숙연해지기까지 합니다. (이미 수시로 대입에 안착한) 고3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분포도를 확인하면서 공부에 때를 운운한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 6411 버스에 담아낸 자기소개 ⓒ노회찬재단

전 과정에서 모두가 지켜야 할 규약을 순식간에 만들어내고 드디어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자기소개가 시작됩니다. 그 흔하디 요식 같은 자기소개조차도 노회찬 정치학교에서는 특별한 테마가 있었습니다. 한명 한명에게 부여된 노란 ‘6411 버스’의 창문마다 나를 표현하는 키워드와 정치학교에 바라는 키워드를 채워 넣었습니다. 오늘 입학식에서 가장 비장했던 두 번째 순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심과 고뇌의 흔적이 비칩니다. 버스 한 대 한 대에 나의 정체성과 기대감이 실리고 그 한명 한명의 소개를 모두가 경청합니다.

나이, 지역, 하는 일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오롯이 드러나는 자기소개다운 자기소개가 한 바퀴 돌아갔습니다. 여기저기서 다종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 행보를 밟고 있는 우리는 이렇게 6411번 버스에 동승하게 됩니다. 이 버스가 어디로 가게 될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린 것 마냥요.

▲정치학교 운영의 생기와 활력의 주역, 오진아 교감선생님 ⓒ노회찬재단

더불어 사는 삶

15주 30강 5영역. 노회찬 정치학교 1기의 참으로 치밀한 교육 구성입니다. 그 첫 번째 영역이 바로 ‘더불어 사는 삶’입니다. 정치 불신론자, 정치 혐오자에 가까웠던 제가 정당정치인의 길로 접어든 계기가 바로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한다면 너무 드라마틱할까요?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복기해보아도 정치는 둘 이상이 사회를 이루는 그 어떤 곳에서든 존재했습니다. 내 삶을 이루는 그 어느 곳 하나 정치적 아젠다가 빠지는 곳이 없었습니다. 단지 보지 않으려 했고 내 삶의 영역만 고고하게 지켜내면 된다는 오만 속에 허우적댔을 뿐입니다.

정치학교를 통해 알게 된 한 친구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공감됐습니다. 누구나가 말하는 성공하는 삶의 방법대로 20대의 끄트머리까지 왔다고 합니다. 수능 1등급에 남부러울 것 없는 학벌에 좋은 직장까지 다녔겠죠. 그렇게 살아왔는데 자신에게 남는 것이 없더랍니다. 자신과 뜻을 함께 할 사람조차 남아있지 않더랍니다. 그렇게 살아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 당사자는 이런 세상을 정치의 영역에서 바로 잡아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첫 순서를 열어주신 조효제 선생님의 인권 강의 ⓒ노회찬재단

3주차의 과정 동안 이어진 ‘더불어 사는 삶’ 영역을 통해 인권, 기후위기, 페미니즘, 교육 등의 의제를 다루며 공존하고 더불어 살기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박2일 워크숍 <정치 – 배우 오디션> 구민정 선생님 강의 ⓒ노회찬재단
▲1박2일 워크숍 단체사진 ⓒ노회찬재단

이번 영역의 피날레와도 같았던 마지막 1박2일 워크숍에서는 타인을 연기하며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활동을 하고, 고 노회찬의 프리퀄과도 같은 그의 부모 세대 이야기도 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인문학을 통해 개인의 욕망에 기초한 진보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새롭지만 새롭지만은 않은 접근법을 상기하기도 했습니다. 68혁명이 재조명되는 순간이었죠. 사실 68혁명은 끝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N포 세대까지 경유한 우리는 아직 마음껏 사랑할 자유조차 제약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공덕역의 강의실을 벗어나 함께하는 이들의 면면과 개성이 더욱 드러난 워크샵 일정이었다는데 또 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왠지 이 버스가 산으로 가더라도 든든할 것 같은 동지애가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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