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지도부가 '나경원 불신임', '김세연 찍어내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당 소속 의원들의 소신 비판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 시절 당 사무총장을 지낸 김용태 의원은 4일 SNS에 쓴 글에서 "국민이 준 마지막 시험대가 무참하게 무너졌다"며 "황교안 대표가 단식으로 얻은 것은 당 혁신이 아니라 아니라 당 사유화"라고 황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도 유분수지 이건 국민과 당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격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용태 의원은 "'문재인 정권 너무 못 하지만 한국당은 더 못 봐주겠다'는 국민들이 그래도 황 대표 단식을 보면서 마지막 기회를 줬었다. 진정성 시비도 있었지만 황대표의 애국심과 식견을 믿었다"면서 "그런데 단식 후 단행한 당직 개편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기는커녕 완전 거꾸로 갔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 지지 성향의 의원들로 핵심 당직을 채우고, 지도부 내 유일한 비주류였던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의 후임자를 즉각 임명한 것을 두고 "배가 산으로 간 것"이라고 그는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은 또 "당헌당규가 지엄함에도 원내대표 선출 관련 의원총회 권한에 최고위원회의가 명백한 월권을 행사했다"며 "한국당이 당 대표의 사당(私黨)임을 만천하에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를 망각하고 1년여 간 동고동락해온 원내대표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내쳤다"며 "읍참마속이라더니 '마속'이 황 대표 측근이 아니라 나경원 원내대표였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읍찹마속'은 삼국지에서 나온 고사성어로, 촉나라 승상이었던 제갈공명이 측근 참모였던 마속에게 중책을 맡긴 후 그의 실책으로 전쟁에서 패하게 되자 스스로 슬퍼하면서도 그를 참형에 처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황 대표는 단식농성 후 당무에 복귀한 지난 2일 이 고사를 인용해 당 쇄신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원래의 고사에서 제갈공명은 마속을 죽인 후 스스로 승상직에서 물러난다. 즉 이 고사의 핵심은 '자기 희생을 통한 책임'이다.
김용태 의원은 "황 대표가 단식하는 동안 무슨 구상을 했는지 분명해졌다"며 "뼈를 깎는 혁신 의지를 다지고, 대의멸참의 정신으로 측근을 쳐내고, 혁신 대상이 될 사람들을 설득할 방안을 찾고, 20~40대 세대, 여성, 4차산업 전문가를 영입할 구체적 계획을 세운 게 아니었다. 친정(親政) 체제를 구축해서 당을 완전하게 장악하는 것이었다"고 황 대표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도 당직 총사퇴 후 재임명 과정을 지켜본 후 SNS에 쓴 글에서 "쇄신(刷新)이 아니라 쇄악(刷惡)이다. 김세연이 쳐내고 친박 친정 체제"라며 "읍참마속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마속이 누구냐?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라고 비꼬았다. 홍 전 대표는 "이러다가 당 망하겠다"며 "당력을 총결집해서 총선 준비를 해야 할 때인데 친위세력 구축해 당 장악할 생각만 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불출마를 선언한 비주류 3선 김영우 의원은 "지금 자유한국당의 모습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온전히 얻을 수 없다"며 "내부에서 혁신을 바라는 목소리가 제지당하거나 막혀서는 안 된다"고 당 상황을 에둘러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은 이를 두고 "김영우 의원이 살인성인 불출마 선언을 하는 날, 한국당은 사당화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탄식했다.
나경원 원내지도부를 황교안 지도부가 나서서 사실상 축출한 데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좀비 정당",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당을 비판했던 김세연 의원은 "당 지배구조의 근간을 허무는 일"이라고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판했다.
친박 재선 김태흠 의원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의원총회 공개발언에 나서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 지금이라도 황 대표는 최고위를 통한 원내대표 임기 결정을 철회하고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기사 : "이게 살아있는 정당이냐"…나경원 불신임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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