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본사인 레킷벤키저(이하 RB)의 최고경영자(CEO) 락스만 나라시만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1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나라시만은 지난 29일 영국 RB 본사에서 이뤄진 특조위 다국적기업 현지조사단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나라시만 CEO가 사참위 위원장에게 보내는 사과 서한은 같은 날 RB 본사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옥시 RB가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옥시 싹싹' 등은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진정 신청자 6659명 중 4717명이 사용해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RB그룹 본사의 참사 관여 여부 등은 규명되지 않았다.
최예용 부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현지조사단 5명은 지난달 24일부터 8일간 인도와 영국 현지를 방문해 외국인 임직원들을 상대로 대면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진행된 2019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이후 RB본사 외국인 임직원에 대한 첫 대면조사다. 청문회 당시에도 다국적기업 RB 외국인 임직원 증인들은 모두 불출석해 참사 발생 및 대응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단은 이번 면담 조사에서 △가습기살균제 판매 당기 RB그룹 본사와 옥시RB 간 업무 보고체계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및 대응과정에서 RB그룹 본사 관여 여부 등에 대한 진술을 듣고 피해자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단은 인도에 있는 거라브 제인 전 옥시RB 대표이사는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인 전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대표를 맡은 핵심인물 중 하나다.
제인 전 대표이사는 마케팅본부장 시절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안전하다'는 허위 표시·광고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1년 서울대 연구팀에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하면서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공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제인 전 대표는 현재 인터폴 지명수배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용 조사단 단장은 "이번 조사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RB본사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여 여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인도에 거주하고 있는 RB인디아 임직원은 참사의 진상 규명에 중요한 인물로서 차후에라도 반드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특조위는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공익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판매사업자의 표시광고 행위를 부실하게 조사했으며, 제품의 인체무해 여부에 대해 검증 절차도 수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앞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이 모 씨도 공정위의 심의절차 종료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2016년 9월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심리 중에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