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가습기 살균제 법'으로 알려진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완화를 시사해 이를 실행에 옮길지 주목된다.
화평법은 화학물질 제조나 수입시 성분을 정부에 등록해야 하는 제도이며, 화관법은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 등의 안전의무를 규정한다. 재계는 그간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화평법과 화관법에 대한 손질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두 법률이 가습기 참사 재발 방지 차원에서 제정된 만큼, 이를 완화할 경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 경제4단체장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초청 대상에서 빠졌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기업 운영에 대한 애로 사항을 토로하며 기업 관련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이 과정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화평법, 화관법 시행에 필요한 컨설팅 비용도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몇천만 원이 소요되는데, 환경부는 200만∼300만 원만 소요된다고 한다"며 현장과 정부의 인식차가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화평법과 화관법에 대한 유예기간 부여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건의에 대하여는 정부 쪽에서 잘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문 회장이 이어 "내년부터 시행되는 300인 미만 기업 근로시간 52시간제 시행관련 보완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정부도 기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조만간 의견을 구하겠다"며 "다만 탄력근로제 등 법 통과를 위해 재계, 경제단체들에서도 국회와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용만 상의 회장은 "경제의 신진대사가 떨어져 있다"며 규제샌드박스의 관문 확대 등 규제개혁에 나서줄 것을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참석자들은 이 외에도 미중 무역분쟁, 수출 둔화 등과 관련한 어려움을 전달하고 기업의 기를 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선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직접 피해는 없으나, 이번 기회에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소규모 간담회를 통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가능한 만큼 이런 기회를 자주 갖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경제단체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관련 내용을 적극 검토해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부가 바뀌어도 개성공단에 유턴한 기업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이에 김기문 회장은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기업까지 개성공단에 들어온다면 신뢰가 쌓여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 경제단체장들의 만남은 지난 7월 10일 일본의 수출규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 이후 3개월 만이다. 당시 대기업 총수 등 주요 경제계 인사들과 함께 만났지만 이날은 보다 작은 규모로 경제단체장들과 머리를 맞댔다.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등 경제관련 고위 참모들과 신지연 제1부속비서관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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