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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갑질이 부른 '경마장 기수의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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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갑질이 부른 '경마장 기수의 극단적 선택'

"더럽고 치사해서 못하겠다" 부정 경마와 불공정 채용 시스템 재발방지 촉구

경마장에서 근무하던 말 관리사가 열악한 근무환경을 토로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마사회 기수마저 부정 경마와 불공정한 조교사 채용 시스템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하자 다시금 마사회 운영에 대한 개선안이 마련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과 부조리가 만든 타살, 마사회는 경마기수 문중원을 살려내라"고 촉구했다.

고(故) 문중원(40) 씨는 지난 29일 오전 5시 25분쯤 부산 강서구에 있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 숙소에서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프린트된 유서에서는 경마장에 인생을 걸어보기 위해 들어왔지만 기수라는 직업에 한계가 있었고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를 받았으며 조교사가 되기 위해 자격증까지 땄지만 내부 부조리를 넘을 수 없었다는 등 경마장과 마사회의 불공정 시스템을 폭로했다.

특히 문 씨는 "죽기 살기로 준비해서 조교사면허를 받았다. 여러 마주님들과 약속도 많이 받았다. 그럼 뭐하나 마방을 못 받으면 다 헛일인데"라며 "내가 좀 아는 마사회 직원들은 대놓고 나한테 말한다. 마방 빨리 받으려면 높으신 양반들과 밥도 좀 먹고 하라고"고 마사회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또한 "세상에 이런 직장이 어디 있는지...마사회는 선진경마를 외치는데 도대체 뭐가 선진경마일까"라며 "지금까지 힘들어서 나가고 죽어서 나간 사람이 몇 명인데...정말 웃긴 곳이다 경마장이란 곳은...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고 자신의 마지막 심정을 토로했다.


▲ 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경마기수 고 문중원 씨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유족과 노조. ⓒ전국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는 "'세상에 이런 직장이 어디 있는지...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 고인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 15년 세월, 청춘을 다한 경마장에서 제 목숨 스스로 끊으며 남긴 억울하고 원통한 말. 여덟 살 딸래미와 다섯 살 아들 녀석에게 차마 전할 수 없는 말. 이제는 더 달릴 수 없는 경주로 위에 마흔한 살 경마기수 문중원이 남긴 마지막 말이다"고 밝혔다.

이어 "선진경마를 가장한 야멸찬 경쟁에서 부정한 지시가 횡횡했고 따르지 않으면 말위에 오를 기회조차 박탈됐다. '마사회-마주-조교사'로 이어진 다단계 갑질구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경주마위에 올라야 했지만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며 "현실의 악순환을 벗어나고자 조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자비를 들여 해외연수도 다녀왔지만 마방운영권한은 마사회 간부의 친분에 따라 낙점됐고 자격을 따고도 5년이나 마방운영 기회는 받을 수 없었다. 복마전 마사회의 부조리가 결국 문중원을 죽였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부산경마공원 개장 이래 벌써 여섯 번째 죽음이다"며 "죽음 앞에 성찰과 반성이 없는 마사회가 연이은 죽음을 만들고 있다. 2017년 이후 네 명의 죽음이 계속되는 과정에서도 마사회의 다단계 갑질구조와 부조리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이 대로라면 선진경마라는 위선 속에 또 누군가 죽어 나가고 말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마사회는 고인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고인을 죽음으로 내 몬 다단계 갑질과 부조리를 명백하게 밝히고, 부조리에 기생하여 고인을 죽음으로 내 몬 자들을 처벌하라"며 "마사회는 재발방지에도 나서야 한다. 목숨을 걸고도 나아질 수 없는 모순구조와 마사회 간부와의 친분이 기준이 되는 마방운영의 부조리를 당장 뜯어고쳐라. 그것이 마사회가 고인과 유족에게 사죄하는 길이다"고 촉구했다.

문 씨의 유족 측은 고인 죽음의 진상규명 촉구와 함께 책임자처벌, 마사회의 공식 사과 등과 함께 조교사와 경마기수 제도 개선을 공식 요구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고인의 장례도 치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노조와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4일 문 씨 죽임의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에서 가질 계획이다.

한편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는 지난 1일 입장 자료를 내고 "기수의 안타까운 선택에 대하여 경마시행을 총괄하는 시행체로서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유족과 관계자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유서에 언급된 부정경마 및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예정이며 아울러 이번 사태와 관련한 사고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유관단체 구성원의 권익보호와 경마시행에 관여하는 모든 단체들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조교사의 마방 임대 부분에 대한 불공정에 대해서는 내·외부심사위원회를 열고 공정하게 심사해 조교사에게 마방을 임대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해당 심사위원회 구성원을 보면 내부 5명, 외부 2명으로 사실상 마사회에 소속된 인원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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