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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경마장 죽음..."마사회 갑질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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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경마장 죽음..."마사회 갑질이 문제"

2년 전 말 관리사 2명 이후 기수까지 극단적 선택, 열악한 근무환경 비난

지난 2017년 말 관리사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여론의 몰매를 맞았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에서 이번에는 기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져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부산·경남 경마공원(렛츠런파크) 말 관리사 노조와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25분쯤 부산 강서구에 있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 숙소에서 기수 A모(40)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유서로 추정되는 문서를 프린트해서 남겨놨으며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작성한 글에서 "내가 쓴 거 맞아요. 진짜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부디 날 아는 사람들은 행복했음 좋겠다"고 적혀 있었다.

프린트된 문서에는 경마장에 인생을 걸어보기 위해 들어왔지만 기수라는 직업에 한계가 있었고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를 받았으며 조교사가 되기 위해 자격증까지 땄지만 내부 부조리를 넘을 수 없었다는 등 경마장과 마사회의 문제를 지적했다.


▲ 말 관리사 자살에 대한 책임규명 촉구. ⓒ전국공공운수노조

A 씨는 "조금 못 뛰면 레이팅(등급)을 낮춰서 하위군으로 떨어트린다고 작전지시부터 아예 대충타라 한다"며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엔 말도 안태워주고 어떤 말을 차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죽기 살기로 준비해서 조교사면허를 받았다. 여러 마주님들과 약속도 많이 받았다. 그럼 뭐하나 마방을 못 받으면 다 헛일인데, 면허 딴지 7년이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들한테 먼저 주는 이런 더러운 경우만 생기는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되니"라며 "내가 좀 아는 마사회 직원들은 대놓고 나한테 말한다. 마방 빨리 받을려면 높으신 양반들과 밥도 좀 먹고 하라고"라고 내부 비리를 폭로했다.

특히 말 관리사의 처우에 대해서도 비난을 쏟아냈다. A 씨는 "관리사들은 더 불쌍하다 기수들은 위험한 말들은 안 탄다고나 할 수 있지 관리사들은 그러지도 못하고 그저 조교사가 시키는대로 충성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그저 나가라고만 한다. 세상에 이런 직장이 어디 있는지"라며 토로했다.

실제로 조교사와 마사회의 부당한 지시와 갑질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5월과 8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근무하던 말 관리사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한 명의 숙소에서 발견된 3줄의 유서 중 첫 줄 내용은 'X같은 마사회'로 잘못된 고용형태와 과도한 업무로 인한 비난이 쏟아졌으며 결국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특별 감독 결과 전체 207명의 말 관리사 중 34%가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확인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와 협력업체, 훈련 담당 조교사들을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실시한 결과 총 525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돼 255건은 사법처리, 270건에는 4억6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고 조교사들이 62건의 산재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양정찬 부산·경남 경마공원 말 관리사 노조 지부장은 "문제를 지적하면 마사회는 고치는 척만 하고 수수방관하다 보니 이런 슬픈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이다"며 "마사회의 갑질에 노조와 가까운 사람은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고 대책 마련이 이뤄질 때까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날 A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렛츠런파크는 기존 경주를 취소하고 자체 감사를 실시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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