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저지와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반대가 명분이다. 하지만 당내 쇄신 요구가 치솟고 있고, 보수통합·인재영입이 난항에 빠진 가운데 돌연 나온 '단식농성' 카드의 배경에 대해 의아하게 여기는 시선도 적지 않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후부터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자세한 취지는 현장에서 말씀드리겠다"고만 했으나, 한국당에 따르면 여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처리와 지소미아 등 외교안보 문제, 경제 문제까지 '총체적 국정 실패'가 명분이라고 한다.
황 대표는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현재의 위기 상황 극복"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당시 "대한민국의 명운이 벼랑 끝에 서 있다"면서 "앞으로 보름 동안은 이 나라가 자유와 번영의 길로 갈 것이냐, 아니면 굴종과 쇠퇴의 길로 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운명적 시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황 대표는 앞서 지난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투쟁을 감행했다. 이번 단식농성 장소도 청와대 앞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황 대표는 당 안팎에서 리더십 논란을 겪고 있다. 김세연·김태흠 의원 등이 불을 지핀 인적 쇄신 논란이 드높지만 황 대표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오히려 황 대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친박계·영남 의원들은 김세연 의원의 주장을 "먹던 우물에 침 뱉는다", "오버한다"며 공격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추진해 온 "우파 대통합" 즉 보수진영 통합 논의도 유승민계가 한국당의 진의를 의심하고 나서면서 주춤한 상태다. 인재 영입도 박찬주 예비역 육군대장 사태로 논란만 빚었다. 전날 홍익대 앞에서 연 청년정책비전 발표에서는 청년들로부터 "노땅정당", "셰임(shame)보수", "이명박근혜 정책 그대로" 등 쓴소리가 쏟아졌다.
주요 총선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인적 쇄신 △보수 통합 △인재 영입 △중도·무당층·청년·여성으로의 확장이 모두 난항을 맞고 있는 가운데 황 대표가 청와대 영수회담 제의에 이어 단식투쟁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의심어린 시선이 나오고 있다. 김세연 의원이 불을 지핀 지도부 용퇴론을 우회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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