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인 김세연 의원(3선 국회의원, 부산 금정)이 쏘아올린 불출마 선언 및 당의 발전적 해체 제안이 한국당에서 외면받는 분위기다. 친박·비박 등 계파를 불문하고 '시큰둥한 반응' 차원을 넘어 김 원장에 대한 공개 비판까지 나왔다.
구 친박계 중진인 정우택 의원(4선, 충북 청주상당)은 19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원장의 불출마 선언이 당 내 쇄신과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본인이 스스로 몸담고 있는 정당을 '좀비 정당'이라고 표현한 것은 너무 과도한 표현"이라며 "'좀비 정당' 발언은 좀 오버했다는 시각이 많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김 원장이 여의도연구원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당이 해체돼야 하고, 소명을 다한 '좀비 정당'으로 판단한 사람이 이번 총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여의도연구원장 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코미디 아니냐"며 "본인이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할 때 순수성을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자기 희생을 보여주고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이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해' 여의도연구원장 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정 의원은 "'불미스러운 시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불미스러운 시도를 막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하면 순수성을 잃을 수 있다"며 "당에 고언과 충정을 준 그 발언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미 우리 당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내린 사람으로서는 모든 것을 손을 떼고, 또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순수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또 "'당 해체'는 제가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어제(18일) 황교안 당 대표도 '총선에서 책임지겠다'는 표현으로 해체론·용퇴론에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그는 쇄신·용퇴론에 대해 "인적 쇄신은 공천 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人事)라는 것은 항상 어떤 기준에 의해서 해야지, 자의적으로 하는 것은 누구도 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승민계와의 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제가 보기에는 시계바늘이 멈춘 게 아닌가"라며 "통합 성공 여부는 미지수지만 끝까지 통합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정 의원은 말했다.
비박계 중진인 김영우 의원(3선, 경기 포천·가평)도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제1야당의 모습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 의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장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한 것이고 한국당의 많은 의원들, 당원들도 (그에) 공감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다만 방법을 어떻게 찾느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김 원장은 자리를 내어놓음으로써, 불출마를 선택함으로써 '이대로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저 같은 경우는 문제 의식은 비슷하지만 '무대의 조명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더 철저하고 투철하게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방법은 당 내에서 슬기롭게 찾아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게 아닌가"라고 했다.
김 의원은 "결국 정치인은 자신의 결정이고 자기의 선택"이라며 "이런 면에서 방법은 각자 찾는 것"이라고 재강조했다. 그는 쇄신론·용퇴론에 대해 "흔히 여태까지는 '공천 물갈이'라고 해서 물갈이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정치 문화이고 그것도 중요하다"면서도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야당의 시대정신은 개혁이고 그 개혁의 핵심은 보수 통합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이 제기한 '당 해체' 논의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해체 자체가 목표가 아닌 창조적인 파괴가 되어야 한다"며 "창조 없이 파괴만 한다? 그러면 내년 총선은 그냥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황 대표의 전날 언급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총선을 잘 치러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 보수 통합이 필요하다는 큰 차원의 대답은 이미 한 셈"이라며 "인재 영입과 보수 통합의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을 저는 알고 있는데, 하려면 제대로 해야 된다. 황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거기에 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국당 내에서 김 원장을 공개 옹호한 이는 김 원장과 등원 동기(18대 국회)인 김용태 의원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공개 비난까지는 아니라도, 물밑에서는 김 원장을 겨냥해 "해당(害黨)행위다", "먹던 우물에 침을 뱉었다" 등 가시돋힌 발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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