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14일과 15일 각각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군사위원회(MCM)와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앞두고 미국의 군 수뇌부가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의 압박에 주눅 들지 말고 당당히 따져 물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과 한국 방문길에 나선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소미아에 대해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핵심"이라며 "한미일은 함께일 때, 어깨를 나란히 할 때 더 강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틀어지면 북한과 중국만 좋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군 관계자들은 지소미아 종료로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이익을 볼 것이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중국과 무관하다며 이젠 대놓고 중국 때문에 필요?
우리가 미국에 따져 물어야 할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2016년 한일 양국에 지소미아 체결을 요구하면서, 지소미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대놓고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의 이익과 안전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지소미아 부활을 발판 삼아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미사일방어체제(MD) 및 삼자 동맹 추진은 한중관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켜 한국의 안전과 이익에 치명적인 위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드 대란'을 통해 톡톡히 입증된 바이다.
다행히 사드 대란은 문재인 정부가 3불, 즉 추가적으로 사드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삼각 동맹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간신히 봉합되었다. 그런데 지소미아 종료 결정 번복은 이러한 3불 입장을 송두리째 뒤흔들게 된다. 미국 군부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지소미아는 한미일 3자 MD 및 삼각동맹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소미아 연장은 북미간의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이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안전담보를 제공할 것을 확언"하였다. 그런데 지소미아는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북 선제공격에 나서기 위한 성격이 짙다. 미국의 MD 작전은 선제공격을 통해 적대국의 미사일을 최대한 파괴하고 나머지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 합참의장 발언의 핵심은?
밀리 합참의장의 발언 가운데 국내 언론이 간과한 것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70년 동안 강대국 사이의 평화를 유지해왔다. 전쟁은 있었다.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걸프 전쟁,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제한전이었다. 강대국 사이의 전쟁은 없었다."
우리가 지소미아와 한미일 3자 MD 및 삼각동맹을 반대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우리가 여기에 발을 깊이 담글수록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벌일 수도 있는 '제한전'에 빨려 들어갈 위험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선 이게 제한전일 수 있지만, 우리에겐 국운이 달린 전면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지소미아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든지 '지소미아 종료가 북한과 중국에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식의 문재인 정부 고위 관료들의 발언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무책임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미국 강경파들의 논리에 포섭되면 미국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에 당당히 되물어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2001년까지는 "국제 평화와 전략적 안정을 유지"했었던 비결이 MD를 사실상 하지 않기로 한 ABM 조약에 있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ABM 조약에서 탈퇴한 이후 강대국들 사이의 전략적 경쟁과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미국 주도의 한미일 삼각동맹이 고개를 들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도 가속화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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