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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도로공사가 우리 법 제도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인터뷰] 권두섭 법무법인여는(민주노총 법률원) 대표변호사 上

도로공사 요금수납원 대량해고 사태가 대법원 불법파견이 나온 지 두 달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도로공사가 "2015년 이후 불법파견 소지를 상당히 제거했다"며 1심 계류자에게 "직접고용을 원하는 사람은 판결을 받아오라"고 '버티기'에 들어간 탓이다. 노동조합은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소송 당사자가 아닌 조합원도 직접고용하라"고 맞서고 있다.

통상적인 경우 이런 상황은 어떻게 진행될까. 노동조합이 이야기하는 대법원 판결 취지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 반면,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 불법파견 소지를 상당 부분 제거했다는 도로공사의 주장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난 1일 민주노총 근방에서 20여 년간 노동 변호사로 일한 권두섭 법무법인여는(민주노총 법률원) 대표변호사를 만나 도로공사 불법파견 소송의 법적 쟁점과 이후 해결 방향에 대해 물었다.

권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공기업은 물론 사기업도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에 대해 불법파견이 나오면 법률비용 등을 고려해 직접고용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정리하려 한다"며 "노동 존중까지 갈 것도 없이 불법파견 사건의 통상적인 절차대로만 진행해도 도로공사 문제는 풀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이후 입사자 문제를 두고도 권 변호사는 "대법원이 도로공사의 수납 업무 구조 자체를 불법파견이라고 봤고, 외형을 몇 가지 바꾼다고 그런 구조가 달라지지 않는다"며 "내가 알기로 2015년 이후 도로공사는 업무지시의 외형을 바꿨을 뿐 대법원이 지적한 수납 업무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도로공사가 소송을 길게 끌며 요금수납원을 최대한 자회사로 몰아넣고 책임은 지지 않은 채 이윤과 권한만 향유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도로공사가 제대로 된 법률 자문을 받고 현재 1심에 계류 중인 분들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전문.

▲ 권두섭 법무법인여는(민주노총 법률원) 대표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일반적인 사기업이나 공기업은 도로공사처럼 대응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8월 29일 한국도로공사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나.

권두섭 :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하나는 수납원 업무를 구조적 불법파견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납 업무에 대해 도로공사가 업무지침 등 형태로 동일한 업무 방식을 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요금수납 업무의 구조 자체가 불법파견이라고 봤다. 몇 가지 증거로 판단한 내용이 아니다. 이런 구조는 한두 가지 외형을 바꾼다고 해서 바꾸기 어렵다.

또, 판결문 끝부분에 보면 요금수납원들이 소속돼 있던 용역업체에 실질(권한)이 없다는 내용이 있다. 도급계약으로, 도로공사가 주는 돈을 받아 수납 업무 하는 사람들에게 주기만 하고, 스스로 경영상 역할을 한 것은 없다고 되어있다. 업체가 중간착취를 하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하는 일 없이 중간에서 이윤만 가져갔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대법원 판결 취지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 같다. 노조에서는 대법원 판결 취지가 대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사람도 직접고용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가.

권두섭 : 대법원 판결을 받은 사람들만 수납 업무를 하고, 1심이나 2심에 계류 중인 사람은 다른 업무를 한다고 하면 백 보 양보해 (대법원 판결 취지를) 다르게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건 똑같은 업무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은 수납 업무 불법파견을 구조적 불법파견이라고 봤다. 업무 구조가 똑같기 때문에 지역별, 영업소별로 불법파견 여부가 갈릴 수도 없다.

보통 이런 사건에서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1, 2심에서 동일한 소송이 진행 중이면, 해당 심급 판사가 양 당사자를 불러서 조정안을 내는 식으로 정리하라고 한다. 회사도 그렇게 하자고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는 배임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일반 사기업이면 절대 도로공사처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질 텐데. 임금 비용 들어가지, 변호사 비용 들어가지...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이강래 사장도 자기 돈이면 그렇게 안 할 거다. 실제 법률관계는 따져봐야겠지만, 국민 세금이 상당히 투여된다고 볼 수 있는 공기업에서 이렇게 하는 건 심각한 배임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중에서 도로공사와 비슷한 판결이 있었나. 있었다면 어떻게 마무리됐나.

권두섭 : 제가 담당한 사건 중에는 한전KPS에서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40명 정도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 받았다. 박근혜 정부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확정 판결이 나오면 특별근로감독을 한다는 노동부 지침이 있었다.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나와 소송하지 않은 사람도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지금처럼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소송에 계류 중인 사람들이 있었는데 회사 동의 하에 조정으로 바로 정리됐다. 이게 일반적인 경우다.

▲ 권두섭 법무법인여는(민주노총 법률원) 대표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도로공사가 우리 법 제도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프레시안 : 10월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계류자에 대한 근로자지위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후에도 복직시키지 않으면 일이 어떻게 진행되나.

권두섭 : 일단 임금은 지급해야 하고, 업무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는 건 노동자 입장에서는 인격권을 실현하는 거다. 가처분 결정이 났음에도 복직시키지 않으면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법원 판결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서울고등법원의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 결과가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도 한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가.

권두섭 :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건데, 이 사건은 그런 이야기를 할 것도 없다. 대법원 판결이 있는 사건 아닌가. 가처분 신청 결정문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한다. 구조적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시기별로, 업체별로 불법파견 여부가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가 똑같이 나온다.

프레시안 : 1심 계류자도 똑같은 가처분 신청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중에는 도로공사가 불법파견 소지를 상당 부분 제거했다고 주장하는 2015년 이후 입사자도 포함되어 있다. 2015년 이후 입사자와 이전 입사자에 대한 판결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권두섭 : 저도 그게 궁금해서 따로 알아봤다. 그랬더니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도 업무 구조는 같고 증명 자료도 동일하게 제출됐다. '요금수납은 이런 식으로 하시오', '클레임은 이렇게 처리하시오' 같은 업무에 대한 표준이나 지침도 있다.

다만, 한두 가지 외형을 바꾼 게 있다. 큰 걸 보면, 현장에 나와서 직접 업무를 지시하던 원청 관리자가 사무실에서 카톡이나 문자로 업무를 지시했다. 업무를 지시하는 카톡이나 문자에 대해서도 증거가 다 제출된 걸로 안다. 이런 식으로 외형을 바꿨지만 구조는 그대로다.

만약 도로공사가 불법파견 사건을 조금이라도 해 본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해봤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거다.

프레시안 : 도로공사가 수납 업무를 자회사로 이관했다면서 직접고용자에게 수납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수납 업무를 달라고 법적으로 다퉈볼 수 있나.

권두섭 : 법적으로 쉽지는 않다. 쉽게 이야기하면 회사가 없어졌으니 회사 업무가 사라진 상황이다. 보통 노사가 싸울 때 배수진은 노동자가 친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거꾸로 사용자가 배수진을 쳤다. 불법파견 1, 2심에서 지고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면 자회사 설립은 당연히 보류했어야 한다. 그런데 자회사를 만들면서 수납업무 자체를 없애버렸다.

이는 우리 제도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법원 가서 이겨와. 그런데 너희 업무는 없앴어." 1980, 90년대에 노조 생겼다고 문 닫고 폐업하던 것과 비슷하다. 요즘은 민간도 이렇게까지 안 한다. 법원이 분쟁의 결론을 내는 우리 제도 자체를 국가와 공기업이 무력화했다. 그것 자체가 불법이고 범죄행위라고 본다.

▲ 지난 5일 도로공사 해고 요금수납원들이 1500명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노동 존중까지 갈 것도 없이 통상적으로만 풀면 된다"

프레시안 : 이런 상황에도 도로공사가 1, 2심 계류자에 대한 소송을 계속 진행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권두섭 : 시일을 끄는 건 노동자를 괴롭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하면 노동자들이 견디기 힘드니까 이를 이용해서 자회사로 가게 만들려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그 외에 다른 목적은 없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도로공사는 왜 자회사를 고집할까.

권두섭 : 직접고용할 때 생기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단체교섭도 하기 싫고, 근로기준법상 책임도 안 지겠다는 것이다. 자회사를 만들어 거기에 책임을 지우면, 책임은 안 지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권한은 행사할 수 있다. 또, 책임은 안 지면서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 결과로 생기는 이윤을 똑같이 향유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최근 대법원 판결을 받고 직접고용된 요금수납원에 대한 원거리 발령이 있었다.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 없나. 그리고 도로공사가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권두섭 : 수납 업무로 들어오신 분들 대부분이 요금소 근처에 산다. 원거리 발령 때문에 이사를 가야한다고 하면 부당전보로 다툴 수 있다. 내막을 봐야겠지만, '직장내괴롭힘법'에도 걸릴 수 있다. 또, 노조가 주장하는대로 특정 노조 조합원에게만 불이익을 주고 있다면, 부당노동행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들과 다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그렇게 복직을 원해? 시켜줄게." 그러면서 대신 원거리 발령을 내고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를 부여하는 거다. 1, 2심에 계류 중인 사람들에게 '소송에 이기더라도 저렇게 되는 건가' 이런 시그널을 주면서, 소송을 포기하고 자회사로 가게 만들려는 속셈이다.

프레시안 : 이강래 사장이 가족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법 위반 소지 있어 보이나.

권두섭 : JTBC 보도대로라면, 업무상 배임 혐의가 짙다. 설사 범죄행위가 아니더라도 굉장히 부적절한 상황이다.이강래 사장이 있는 동안, 해당 사업이 확대될 계획이 있었고, 동생이 운영하는 기업이 굉장히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사장으로 있으면 안 되지’ 생각이 드는 사건 아닌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내용도 아니다. 하루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강래 사장을 계속 앉혀두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왜 그러는지 굉장히 궁금하다.

프레시안 : 노동 존중을 말하는 정부와 도로공사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권두섭 : '노동 존중 사회'라는 의미를 부여할 것도 없는 사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통상적으로, 합리적으로 처리했으면 좋겠다. 어느 기업이나 하는 그 정도라도 했으면 좋겠다. 본인이 판단하기 어렵다면, 제대로 된 법률 자문을 구해보면 좋겠다. 다 비슷한 말을 할 거다. 당장 해고 상태에 있는 1, 2심 계류 중인 분들 복직시키고, 원거리 발령에 다른 업무 주는 것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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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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