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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주고받기 실험, 사회적 배제 경험을 해보니

[서리풀 연구通] 사회적 배제, 동기 저하로 이어진다

'포용경제', '포용성장', '포용금융' 등 '포용'이란 단어가 곳곳에 사용되고 있다. 사용된 맥락에 따라 의미하는 바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역설적으로 포용이 얼마나 절실한 시대인지는 알겠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배제되고 있는지 말이다. 사회적 배제는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한 것이기도 하지만 현실 차원에서 각 개인들의 삶과 건강에 직접적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번 주에 소개할 연구는 사회적 배제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최근 독일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조현병 연구>에 발표한 논문은 사회적 배제와 동기(motivation)의 인과성을 밝히고자 했다.(☞ 바로 가기 : 'The demotivating effect of social exclusion: An experimental test of a psychosocial model on the development of negative symptoms in psychosis')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면 동기가 저하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정신질환을 앓지 않는 참여자 84명을 모집하여 여러 설문과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 현재 얼마나 동기부여 돼 있는지, △ 호기심을 느끼는지, △ 흥미를 느끼는지에 대한 문항, 사회적 활동, 놀이 활동, 직업적 활동 측면에서 각각 예상되는 즐거움에 대한 문항들을 통해 참여자들의 동기(motivation) 수준을 측정했다. 설문 이후, 연구 참여자 중 절반은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군으로, 나머지 절반은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 군으로 배정하여 '사이버볼(cyberball)'이라는 가상의 공 던지기 게임을 실시했다.

사이버볼은 사회적 배제 실험 연구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로, 세 명이 서로 공을 주고받는 컴퓨터 게임이다. 실제로는 셋 중 둘은 인간이 아니라 프로그램이고 한 명만 실제 연구 참여자다. 하지만 연구 참여자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옆방에 다른 두 명의 참여자가 더 있다는 설명을 듣고 게임에 참여한다. 게임이 시작되면 사회적 배제 군은 처음 시작할 때만 공을 두 번 받고, 이후부터는 공을 받지 못한 채 다른 두 명이 서로 공을 주고받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다. 반면 사회적 포용 군은 전체 공 던지기의 1/3만큼 공을 받으며 끝까지 공 주고받기에 참여한다.

게임이 끝난 후 참여자들의 동기 수준을 다시 측정한 결과, 사회적 배제를 경험한 참여자는 전반적인 동기가 감소하고, 사회적 활동, 놀이 활동에서 예상되는 즐거움 역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직업적 활동에서 예상되는 즐거움은 사회적 배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외에도 여러 측정 도구를 통해 설문을 진행한 결과, 반복적인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는 것은 동기를 저하시키는 생각(demotivating beliefs), 그리고 음성적 증상(쾌감, 의욕, 욕구 등의 감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결과가 '음성 증상의 사회적 좌절 모델(social defeat model of negative symptoms)' 개념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배제와 같은 좌절 경험을 반복하면 동기저하와 관련된 음성 증상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교류에 대한 동기 감소는 부정적 사회 경험을 피하게 해주는 방어기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음성 증상은 계속되고, 음성 증상은 사회적 기능을 손상시키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이 연구는 시설 수용이나 낙인처럼 정신과 진료로 인한 영향을 피하기 위해 현재 정신질환을 앓지 않는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지만, 정신 장애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신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경험을 많이 하고, 음성 증상의 심각성과 그로 인한 고통도 더 크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배제 경험을 줄인다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고통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정신장애인 포용 사회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정신장애인을 포용하는 사회는 일상에서의 정신장애인 배제뿐 아니라 사회구조적 배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예컨대 정신장애인은 특정 직업을 갖지 못하게 하는 법과 제도, 그리고 그러한 법과 제도를 논의하는 구조에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배제되는 문제 말이다.

다행히 요즘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배제되었던 정신장애인, 그리고 이들과 연대하는 동료 시민들이 함께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관련 기사 : <한겨레> 10월 25일 자 '광장 열어젖힌 정신장애인들 "우리가 여기 있다!"') 정신장애인이 만든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한겨레21> 1285호 '정신장애인이 만든 법안 국회 발의됐다') 11월 7~8일에는 당사자 중심 정신건강서비스를 모색하기 위해 수백 명이 모여 전국 대회를 연다고 한다.(☞ 바로 가기) 이 밖에도 곳곳에서 조직이 생겨나고, 강연, 간담회, 토론회 등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 : <설악신문> 9월 30일 자 ''설악어우러기' 정신장애 바로 알기 강연') 이러한 움직임은 포용 사회를 만들어내는 튼튼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미사여구가 아니라 정신장애인을 진정으로 포용하는 사회 말이다.

* 서지정보
Pillny, M., & Lincoln, T. M. (2019). The demotivating effect of social exclusion: An experimental test of a psychosocial model on the development of negative symptoms in psychosis. Schizophrenia Research. https://doi.org/10.1016/j.schres.2019.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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