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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계속되는 '그리스도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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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계속되는 '그리스도의 수난'

<묵시록의 시대 4. 끝> 이스라엘-미국-한국극우의 고리

***<묵시록의 시대 IV>: 지금도 계속되는 ‘그리스도의 수난’
- 구약의 예언 성취에 혈안이 된 리쿠르당의 극우 멘탈리티**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에서 예수를 죽음으로 몰고간 묵시록적 환상이 빚어낸 인류의 광기어린 폭력성은 2천년이 지난 오늘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TV를 시청하고 있던 전세계 시청자들을 경악시킨 9.11 테러는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실제로 버지니아 릴치버그의 침례교 목사인 제리 파웰(Jerry Falwell)은 9.11 테러가 발생한지 이틀 뒤 TV에 출연해, 9.11 테러를 미국의 도덕적 타락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고 주장했다. 미국 남부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자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파웰의 이같은 주장은 9.11 테러를 알라의 위대한 기사로 찬양한 빈 라덴이나 알-카에다의 행태와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알-카에다에 의한 9.11 테러는 메나헴 베긴-이츠학 샤미르-벤야민 네타냐후-아리엘 샤론으로 이어지는 이스라엘 리쿠드당 출신의 시오니스트 총리들이 그동안 미국의 묵인하에 중동에서 저질러 온 횡포에 대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극단적 증오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실제로 리쿠드당은 오슬로 평화협정에 반대했으며, 벤야민 네타냐후는 오슬로 평화 협정을 파기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뿐만 아니라 아리엘 샤론은 오슬로 협정을 폐기하고, 미국의 승인 하에 PLO 군부 지도자들과 온건파 지도자들을 암살하거나 체포했으며, 부시를 설득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야세르 아라파트와의 모든 접촉을 끊도록 만들었다.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구약에서 야훼가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고토의 회복이다. <구약성서> 창세기 15장을 보면, 유대인과 아랍인의 조상이자 믿음의 조상이기도 한 아브라함이 이스라엘 신이자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하나님이기도 한 야훼와 더불어 언약을 세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날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으로 더불어 언약을 세워 가라사대 내가 이 땅을 애굽(이집트) 강에서부터 그 큰 강 유브라데(이라크)까지 네 자손에게 주노니”(창세기 15:18). 문제는 여기서 약속된 영역이 오늘날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시리아와 이라크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소 충격적으로 들리겠지만 바로 이것이 석유와 더불어 이스라엘이 화두인 조지 부시 정권이 이라크를 침공한 또 다른 이유인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가는 이라크로부터 매일 5만9천 배럴의 석유를 수입하던 요르단이다. 요르단은 석유 수입량의 절반을 이라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왔고, 나머지 대금도 이라크에 대한 자국의 수출품으로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라크가 점령당한 상황에서 요르단은 이미 미국과 그 배후인 이스라엘의 속국이나 다름없는 상황으로 전락한 처지다(이런 측면에서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열차 테러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아부 무삽 알-자르카위가 요르단인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요르단이 붕괴되면, 이스라엘은 구약에 예언된 것처럼 이미 점령된 이라크와 몰락해가는 시리아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중동 지역의 패자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예수의 죽음 이후 지난 2천년간 전세계를 떠돌며 나라없는 설움을 달래야 했던 유대인들이 불과 반세기 전, 팔레스타인 지역에 무단 침입해 그곳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을 내쫓고 불법적으로 이스라엘 국가를 세운 것도 이같은 믿음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본격적인 자살 폭탄 테러를 불러일으킨 아리엘 샤론의 템플 마운트 방문(2000.9)도 예루살렘의 옛 솔로몬 성전 터에 자리잡은 알-악사(al-Aksa) 이슬람 사원을 붕괴시키고, 그곳에 제3의 성전을 건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출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는지 샤론 총리는 연초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유대인의 이스라엘로의 귀환을 노골적으로 촉구한데 이어, 불과 며칠 전에는 하마스 지도자 야신까지 암살한 것이다. 2천년전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그들의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그들은 묵시록적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신약의 예언 성취에 혈안이 된 미국 남부 프로테스탄트**

이스라엘 리쿠드당이 선민 의식에 기반한 <구약>의 묵시록적 예언 성취에 사로잡혀 있다면, 조지 W. 부시 정권의 지지 기반인 미국 남부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자들은 <신약>에 나타난 종말론적 예언 성취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들이야말로 하나님께 선택받은 “이면적 유대인”이라는 선민 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은 요한 계시록에 나타난 종말론적 예언 성취에 심취한 나머지 이 위대한 예언의 성취를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이루고 싶어 한다. 오늘날 예루살렘의 옛 솔로몬 성전 터에 자리잡은 알-악사(al-Aksa) 이슬람 사원을 붕괴시키고, 그곳에 다시 제3의 성전을 세움으로써 <신약> 요한계시록에서 언급하고 있는 종말론적 예언을 성취시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구약>의 묵시록적 예언 성취에 사로잡힌 이스라엘 시오니스트들과 <신약>의 종말론적 예언 성취에 경도된 미국 남부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자들의 잘못된 만남이다. <성서>의 종말론적 환상에 사로잡힌 이스라엘 리쿠드당과 미국 남부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자들의 잘못된 만남에 의해 탄생한 것이 다름아닌 현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 사회에서는 조지 W. 부시 정권의 등장을 텍사스로 상징되는 남부 반동 세력들의 수중에 미연방 정부 기관이 넘어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지난해 동아일보사에서 번역 출간된 마이클 린드(Michael Lind)의 <메이드 인 텍사스>(Made in Texas)를 참고하기 바란다.)

실제로 조지 W. 부시 정권은 3개의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그 정점에 서 있는 것은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을 장악한 조지 W. 부시로 상징되는 텍사스를 비롯한 남부 과두 지배층. 대부분 미국 성공회나 감리교 출신인 이들은 중세 유럽 상인이 아닌 영국 기사 가문의 후손들로서, 유럽(네덜란드) 부르주아처럼 노동과 이윤을 중시하고 부를 축적하기보다는, 중세 유럽 기사들처럼 모험과 도박을 즐기고 사치를 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최고 수준의 교양을 갖추고 멋을 알며 예의가 바르지만, 사회적으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치 않는 냉혹하리만치 현실적이며 무자비한 사람들이다.

다음으로는 텍사스와 남부 과두 지배층의 입장을 대변해 그들의 대외 정책을 입안하고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흔히 ‘신보수주의자’들로 알려진 네오콘 그룹. 과거 민주당 좌파에서 공화당 보수주의자로 전향한 유대인들이 대부분인 이들은 이스라엘 우파와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세속적이면서도 진보적 성향인 이들은 오늘날 남부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자들의 광신적이면서도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대부분의 유대계 미국인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앨 고어를 지지한데서 알 수 있듯이, 존 볼튼과 폴 월포위츠로 상징되는 네오콘들은 미국내 유대인 사회에서 소수에 속한다.

네오콘이 조지 부시 정권의 신경망이라고 한다면, 부시 정권을 지탱하고 있는 근육 조직은 남부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자들이다. 최총 학력이 고졸이거나 대학을 겨우 졸업한 남부 꼴통 백인들로 구성된 침례교도들이 주를 이루는 이들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자들은 미국내 종교 세력 가운데 소수에 속한다. 하지만 구약 시대 가나안을 침공하던 여호수아처럼, 전사 윤리로 무장한 이들 앵글로-켈틱 남부 백인들은 단합된 힘을 바탕으로 현 미국의 공화당을 장악하고 있다. 성서 무오류주의에 입각한 배타적 신앙과 인종차별주의적 성향이 강한 이들은 종말론적 예언 성취를 자신들의 손으로 이룬다는 신념으로 이스라엘의 고토 회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조지 부시 정권과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정권간의 연대는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네오콘은 이스라엘의 오시라크(Osirak) 이라크 핵발전소 공습(1981.6.7) 사건을 ‘선제 공격’(pre-emptive war)의 모델로 삼아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아프간에 이어 이라크를 침공하는 등 다른 나라에 대한 ‘선제 공격’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조지 부시 정권의 대외 정책이 얼마나 이스라엘화 되고 있는지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요구하며 2004년 미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를 끔직한 전쟁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제2의 이스라엘”을 꿈꾸는 한국 프로테스탄트 복음주의자**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들이야말로 하나님께 선택받은 “제2의 이스라엘”이라는 선민 의식에 사로잡힌 국내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 세력이다.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복음을 전수받은 이들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 세력은 예수의 복음과 미국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선이와 효순이의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는 촛불 데모에 맞서 ‘미군철수반대’ 집회를 주도한 주체가 바로 이들이며, 얼마전 국민들을 치떨게 만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사건을 ‘거사’라고 찬양하는 주체가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한국 교회 부흥의 계기를 만든 1905년 평양 대부흥이 부시 정권의 김정일 제거를 통해 다시 한번 이뤄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을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백만 동족상잔의 비극과 민족 공멸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게다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김정일 제거를 통한 북한 교회의 부흥을 간절히 바란다는 이들이 정작 종교적 자유가 보장된 남한에서조차 1905년 평양 대부흥에서 있었던 실질적인 교회의 회개 운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믿음은 적어도 자신들이 믿는 바를 실행에 옮기는 미국 남부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자들처럼 전투적이라기보다는, 오로지 미국 의존적인 자기 기만적 행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과 반세기전, 8.15 해방이 6.25로 인한 남북 분단으로 이어지고, 4.19 혁명이 5.16 군사 쿠데타로 이어진 현대사를 통해 깨달아야만 한다. 굳이 라캉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 대부분이 갖고 있는 상상의 나르시스 이면엔, 언제나 무두(無頭)의 카오스가 그 끔직한 폭력성을 은폐한 채 입벌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8.15 해방처럼 우리 스스로의 힘이 아닌 외적 요인(미국)에 의해 어느 한순간 느닺없이 이뤄지는 민족 통일에 대한 환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조만간 현실화될 남북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세스와 그에 상응하는 통일 비용을 계산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우리 스스로 지불하겠다는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불과 반세기전, 아리안 혈통을 내세운 독일의 나찌 정권과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운 일본의 군국주의가 저지른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달아 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께 선택받았다는 믿음은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배타적 특권이 아닌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과 국가를 돌보는 사회적 소명이라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에서는 그려지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아들로서 자신이 받아야 할 십자가 고난을 앞두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던 예수 그리스도가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한탄한 것은 깊이 음미해볼 만한 말씀이 아닐 수 없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제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 같이, 내가 너희의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냐? 그러나 너희가 원치 아니하였도다.”(누가복음 13:3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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