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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사건 재판부 "피해자 성추행 증언 인정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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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사건 재판부 "피해자 성추행 증언 인정할 수 없어"

정봉주 전 의원 무죄 "성추행 사실 먼저 성립해야 하는데, 피해자 증언 인정하기에 부족"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하며 <프레시안>을 고소했다가, 무고와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이 "성추행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정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성추행이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완전히 배척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미리)는 25일 정 전 의원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전 의원 혐의가 성립하려면 성추행 사실이 (먼저) 성립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피해자의 증언이 절대적인데 여러 진술에서 상반되거나 모순되는 점이 많아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성추행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재판부는 또 "지인들의 진술 또한 전문 증거에 해당해 독자적인 증거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A씨는 일관되게 성추행이 있었고, 성추행 당시 피해자와 정 전 의원이 여의도 호텔 카페에 단 둘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추행 범죄가 개방된 공간이 아니라 은밀한 공간에서 주로 이뤄지고, 목격자가 있는 경우가 드문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을 완전히 배척했다. 성추행 사건의 이같은 특성 상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일반적 추세를 역행한 판단이다.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는 피해 장소와 시간, 피해 상황과 관련해 프레시안 보도부터 경찰과 검찰 조사, 법정 증언에 이르기까지 일관적인 진술을 했다. 검찰도 "피해여성이 7년 만에 경험한 피해사실을 어렵게 털어놨고,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많아 지어냈다고 하기에는 설명이 안 되는 것이 많다"고 공소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내용을 부정하고 정 전 의원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최후 진술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려는 내가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면서 "일파만파 퍼지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결백을 위해 기자회견을 했고, 기사 전파를 막기 위해 고소까지 했는데 이 재판정까지 오게 됐다"고 주장했었다.

이날 재판부는 정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무고 혐의가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정 전 의원이 성추행 보도로 인한 정치적 생명의 위기에서 자신을 수행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해 행적을 확인하는 등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를 바탕으로 당시 카페에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기자회견 한 것이라 범죄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성추행이 벌어진 날로 지목된 당일의 일정 대부분을 함께 했던 측근 '민국파'에게조차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재판부는 또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의 보도가 본인을 낙선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허위보도라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하고 형사고소를 했다"며 "증거에 의하면 낙선 의도는 명백할뿐 아니라 보도가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프레시안에 대한 정 전 의원의 고소가 낙선 의도를 가진 보도에 대한 방어권 차원의 행위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프레시안은 최초 보도에서 정 전 의원에게 해명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보도였다는 증거 역시 제시된 바 없다. 해당 혐의는 경찰 수사를 통해 무혐의로 이미 결론 난 사안이다.

<프레시안>은 지난해 3월 7일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 23일 기자 지망생이던 대학생 A씨를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정 전 의원은 이에 대해 "피해자를 만난 사실도, 추행한 사실도 없다", "이 보도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프레시안>을 고소했다. 이에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정 전 의원이 호텔에 간 적이 없다는 사실은 자신의 카드 내역서를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고, <프레시안>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다고 밝혔지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취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정 전 의원의 '고소 취하'가 의미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프레시안>을 수사했고, 해당 사안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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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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