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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스라엘 갈등 '역시나'…힐러리, 슬그머니 '톤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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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스라엘 갈등 '역시나'…힐러리, 슬그머니 '톤 다운'

유대계 로비단체 및 친이스라엘 의원들 압력 작용한 듯

동예루살렘 유대인 정착촌 주택 건설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의 외교 갈등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이례적으로 크게 비난했던 미국이 국내 유대계 세력을 의식하며 점차 발언 수위를 낮춰가는데 따른 것이다.

"모욕"에서 "실망"으로, 미국의 속내는?

"미국에 모욕을 줬다"며 이스라엘을 강력 비난했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의 "긴밀하고 확고부동한 동맹"을 강조하며 "양국 간 연대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클린턴 장관의 발언이 있기 전까지 미국은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이스라엘이 지난 9일 유대인 정착촌 주택 신축 계획을 발표한 것은 중동 평화협정을 중재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찾은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을 무시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백악관 차원의 비난은 물론이고 미 국무부는 16일로 예정됐던 조지 미첼 중동특사의 이스라엘 방문을 몇 시간 앞두고 취소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두 나라 간 동맹관계가 재고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져 나왔다. 마이클 오렌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과 미국 간의 관계가 1975년 이후 35년 만에 최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16일 클린턴 장관은 오렌 대사의 발언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미국이라고 해서 동맹들과 모든 일에서 뜻을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이번 사안과 동맹관계는 별개임을 분명히 했다.

클린턴 장관은 다만 이번 일로 이스라엘에 "당혹감과 실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협상을 재개하는 데 헌신하는 만큼 이스라엘도 행동으로 입증하라고 강조했다.

'당혹감과 실망'은 앞서 등장했던 '모욕'이란 표현과 비교해 미국의 누그러진 태도를 반영한다. 백악관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15일과 16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반복해 전하고 있다.

▲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친이스라엘파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만일 이란이 핵무기로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미국은 이란을 세계 지도에서 없애버리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EPA=연합뉴스

美 행정부, 국내 정치적 역풍에 몸 사리나

이번 외교 마찰이 동맹관계를 위협할 정도로 확전될 가능성은 애초부터 낮았다. 미국이 항의하는 부분은 바이든 부통령의 방문에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는 '시점'에 한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사태의 결말을 점치게 했다.

이스라엘은 문제의 본질인 정착촌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이에 대해 팽팽히 맞서면서도 계획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크게 부각시키지 않고 있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미국은 일종의 자존심 싸움으로 이스라엘을 압박하면서, 바이든 부통령에게 준 굴욕을 만회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릴 경우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벌써 의회 내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친 이스라엘 세력과 유대계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위원회(AIPAC)의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

미국 내 로비단체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AIPAC은 14일 성명까지 발표해 최근 동맹관계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접근방식이 우려된다며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의원들까지 합세했다. <뉴욕타임스>는 대부분 민주당 소속인 약 20명의 의원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스라엘 정부와 각을 세우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16일 보도했다.

공화당의 유일한 유대인 하원의원인 에릭 캔터(버지니아)는 행정부가 외교적으로 사소한 문제를 빌미 삼아 충직한 친구에게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그는 앞서도 정부가 아랍권의 환심을 사려고 우방들을 저해한다며 백악관과 부통령, 국무장관 등을 싸잡아 비난한 바 있다.

공화당 소속으로 2008년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도 성명을 내 "우방인 이스라엘과 관계를 재정립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 조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7일 중동 평화협정 중재를 위해 이스라엘을 찾았다가 이틀만에 이스라엘로부터 '외교적 모욕'을 당했다. 9일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 주택을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EPA=연합뉴스

<NYT>, "위기이자 기회" 분석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오바마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한편 기회도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갈등 국면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으로부터 평화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미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국이 이 국면을 잘 통과할 경우 중동 평화의 중재자라는 신뢰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는 보상이 클 거라고 내다봤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중동 문제를 다뤘던 데이비드 J. 로스코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작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슬람 세계에 새로운 접근을 하겠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연설 후 9개월 짼데 협상은 어디에서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번 일은 협상을 소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17일이나 그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할 계획이다. 쌍방 간 대화를 통해 미국의 입장이 어떻게 정해졌을지, 사태는 어떻게 해결의 전기를 맞을지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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