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기간제 여교사 성추행하고도 “바다 보러 갈래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기간제 여교사 성추행하고도 “바다 보러 갈래요?”

[영남공고, 조폭인가 학교인가] 불안정한 신분 이용한 임 실장

이사장에게 겪은 일은 늘 한숨과 눈물을 부른다. 그는 충성을 원했고, 지시를 잘 따르길 바랐다.

"강 교사, 올해도 내가 기간제 (교사)로 뽑아줬으니 잘 하라고!"

영남공업고등학교에서 2009년부터 기간제 교사로 근무해온 강은주(가명)는 허선윤 이사장에게 당한 괴롭힘이 한으로 남았다.

허 이사장은 신분이 불안정한 기간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강은주 교사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용했다. 사립학교 교사 임용권은 학교법인 이사회에 있으니, 강 교사에게 끼치는 이사장의 영향은 크다.

2016년 1월 12일, 강 교사는 허선윤 이사장에게 질책당한 설움을 동료 직원에게 풀었다. 강 교사와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눈 상대는 임OO 영남공고 행정실장.

그는 2005년부터 영남공고 행정실에서 근무 중이다. 학교 행정 총괄 책임자로서 허선윤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학교 내 역할은 달라도 강 교사는 종종 임 실장과 대화를 나눴다. 강 교사는 7년째 기간제로 일하는 자신의 처지와 고민을 임 실장이 많이 공감해 준다고 생각했다.

▲ 영남공고 장상교 교장과 교사, 행정실 직원들. 이 안에는 성추행 가해자, 프라이팬 강매 책임자, 성적조작 책임자, 술접대 받은 김규욱 전 대구교육청 장학관의 아들이 있다. ⓒ셜록

두 사람은 대화를 마치고 2층 카페에서 나와, 1층 주차장으로 향했다. 오후 8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임 실장은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주변을 살폈다.

임 실장은 주차장에서 갑자기 강 교사를 안고 볼에 입맞춤을 했다. 순식간이었다. 동의는 물론, 교감도 없는 강제 추행이었다. 임OO 실장은 자녀를 둔 40대 기혼 남성이다.

예상 못한 추행을 당한 강 교사는 "먼저 집으로 가겠다"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피했다.

돌아보니, 이전에도 임 실장은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 몇 달 전, 그는 무턱대고 초저녁에 강 교사 집 앞으로 찾아왔다.

"강 교사 동네 쪽에 볼일이 있어서 지나가다가 들렀습니다. 강 교사 집 근처인데, 잠깐 볼 수 있을까요."

강 교사는 "만나자"는 임 실장의 요구가 꺼림칙했다. 집 주소를 공유할 정도로 친밀한 직장 동료는 아니기 때문이다. 강 교사는 주소를 알려준 적 없지만, 임 실장은 어떻게 알고 그의 동네로 찾아왔다.

기간제인 강 교사로서는 "집 근처까지 왔다"는 학교 고위직의 말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같은 교사 직군이 아니어도 허 이사장과 가까운 그의 영향력은 학교에서 컸다. 강 교사는 유동 인구가 많은 커피숍에서 짧은 대화를 나눈 후, 임 실장을 돌려보냈다.

"종종 제게 ‘강 교사 동네를 지나가는 길이다’라면서 만나자는 식으로 연락을 했었습니다. 매번 제가 핑계를 대면서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임 실장이 아예 ‘집 근처까지 왔다’고 하니,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둘이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끼기 싫어서, 제가 일부로 사람들이 아주 많이 오가는 커피숍으로 데려갔습니다."

강제로 볼에 입을 맞춘 추행을 겪은 후, 강 교사는 임 실장과 거리를 뒀다. 학교에서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 임 실장을 피해 다닌 적도 있다. 행정실과 멀리 떨어진 계단을 이용하거나, 다른 동료 교사들과 함께 다녔다.

그럼에도 임 실장은 강 교사에게 계속 연락했다. 2010년경부터 2019년 현재까지 매년 두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카카오톡, 문자, 전화 연락을 해왔다.

임 실장은 주로 평일 퇴근 시간대에 강 교사에게 “학교 끝나고 뭐하느냐” “같이 식사할 수 있느냐”는 식의 연락을 했다. 문자에는 종종 하트 이모티콘도 포함됐다. 강 교사 생일 때는 케이크 기프티콘(온라인으로 주고받는 선물)도 보냈다.

"임 실장에게 연락이 올까 두려워 집에 오면 무조건 핸드폰은 소리에서 진동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임 실장의 연락이 와도 못 본 척하거나, 몇 시간 후에 답장하곤 했습니다. 제게 너무나도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임 실장은 이사장과 밀접한 관계를 이용해 강 교사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간제 교사인 강은주가 매년 불확실한 임용으로 불안해하는 걸 잘 알았다.

영남공고는 매년 1월께 기간제교사 임용 시험을 실시해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강 교사가 담당한 과목은 보편적인 교과는 아니다. 대구 지역 절대 다수 공립·사립 고등학교는, 약 10년간 해당 과목 정교사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다. 기간제 채용 공고도 마찬가지다.

임 실장은 싱글맘인 강 교사에게 저녁 시간대나 주말에도 연락을 했다. 그는 “내가 도와줄 테니, 무슨 일 생기면 내게 말해 달라”는 식의 발언을 하곤 했다.

"저 혼자서 자식을 먹여 살려야하는데, 임 실장이 혹시라도 기간제 교사인 제게 불이익을 줄까 봐 매몰차게 대하지 못했습니다."

기간제 교사로서 학교 고위직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도 작용했다. 강 교사는 1년에 2~3번 정도 임 실장을 만났다. 이 횟수도 강 교사가 여러 차례 약속을 깨고, 일정을 미뤄 줄인 결과다.

임 실장이 값비싼 음식을 사면, 강 교사도 예의상 “다음에는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원하지 않는 자리가 이어졌고, 때로는 솔직하게 말 못하는 자신의 처지와 성격을 강 교사는 자책하기도 했다.

임 실장은 만남 요구는 반복됐다. 그가 정한 약속 장소는 대구 달서구, 남구 앞산 등 대개 영남공고에서 먼 곳이었다. 임 실장이 주로 식당을 예약했는데, 연인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룸’으로 잡힌 적도 있다. 그에게 편한 장소는 강 교사에겐 불편했다.

임 실장은 일방적인 스킨십도 수차례 했다.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강 교사의 손을 덥석 잡거나 포옹을 했다. 강 교사에게는 상사가 위력을 이용한, 불쾌한 신체 접촉이었다.

"임 실장이 제게 일방적으로 신체 접촉을 할 때면 정말 괴로웠습니다. 제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수차례 손을 잡고 포옹을 해왔습니다. 볼에 뽀뽀도 한 적 있고요. 누구든, 특히 가정이 있고 아이도 키우는 분이 그러면 더욱 안 되는 거잖아요. 당시만 떠올리면 성적 수치심에 잠을 못 이룰 정도입니다."

임 실장은 강 교사에게 "다른 사람(이성 의미) 만나지 말라", "다른 학교 교사로 가더라도, 나와는 연락하고 지내자", "한 차로 이동하자"는 등의 말도 했다.

이 때문에 강 교사는 일부러 동료 교사를 불러내 최대한 단둘이 만나는 자리를 피하려 했다. 또 카페는 식당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으로 먼저 정하기도 했다. 임 실장과 차를 같이 타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2018년 2월께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그날 강 교사는 이유도 모른 채 허선윤 이사장에게 “똑바로 해라”, “어디서 눈을 부라리냐”는 등의 괜한 질책을 들었다. 이사장 최측근 교사가 강 교사에 대한 거짓 보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강 교사는 억울함에 밤잠을 설쳤다.

강 교사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걸 눈치 챈 임 실장은 바로 다음 날, 먼저 연락을 했다. 임 실장은 강 교사에게 힘내라는 응원의 인사를 건넸다. 여기까지는 동료로서 전할 수 있는 말이었다. 잠시 뒤, 임 실장은 강 교사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윙크 이모티콘)"

▲ 2018년 2월 15일, 임OO 행정실장이 강 교사에게 보내온 카카오톡 메시지. ⓒ셜록

강 교사는 문자를 받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임OO 행정실장한테 그 문자메시지를 받고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어떤 대답을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답장도 못 했습니다."

임 실장의 추행과 지속적인 연락에 불면증을 앓고 수면제를 복용한 지 4년~5년째, 강 교사는 결단을 내렸다. 기간제 교사로서 임 실장의 부적절한 행위를 계속 참아온 것도 억울했다.

강 교사는 더는 참지 않기로 했다. 폐쇄적인 영남공고 분위기에서도, 학교 정상화를 위해 싸우는 동료 교사들에게 힘을 얻었다.

2019년 7월 초, 임 실장은 “식사하자”고 강 교사에게 또 연락을 했다. 당시는 일부 언론이 사학비리 의혹과 갑질 문제로 허선윤 이사장을 집중 취재할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또 연락을 하다니.

강 교사는 결심을 마쳤다. 그를 만나 일방적인 스킨십과 지속적인 만남 요구 등이 불쾌했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전할 참이었다.

하지만 약속을 잡는 이날까지도, 임 실장은 강 교사에게 부적절한 말을 했다. 아래는 임 실장과 강 교사가 나눈 2019년 7월 5일 자 카카오톡 대화다.

임OO 행정실장 : 날이 많이 덥죠. 더운데 공부하느라 힘들죠. ~^^ 방학하면 식사 한번 해요.
강은주 교사 : 네 다다음주 방학 전에 괜찮으신지요? (중략)
임OO 행정실장 : 시간 괜찮으면 바다 보러 갈래요? 분위기 좋은 바닷가에서 저녁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강은주 교사 :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임OO 행정실장 : 아 네 그럼 가창 쪽 알아볼게요.~^^

강 교사는 "저녁에 바다를 보러 가자"는 임 실장의 메시지에 불편함을 느꼈다. 강 교사는 그에게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불쾌한 심정을 밝히겠다는 그의 다짐은 더욱 강해졌다.

▲ 2019년 7월 5일, 임OO 행정실장이 강 교사에게 "저녁에 바다를 보러 가자"는 부적절한 언사를 했다. ⓒ셜록

2019년 7월 16일 오후 5시께, 둘은 대구 달서구 앞산 근처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이후 식당 바로 옆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막상 그 순간이 닥치자, 강 교사는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상사인 임 실장이 기간제 교사인 자신의 신분을 위협할까 봐 겁이 났다. 강 교사는 마음을 접고, 업무 이야기만 꺼냈다.

임 실장은 대뜸 강 교사에게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캐물었다. 당황한 강 교사가 "실장님에게 말하고 싶지도 않고, 말할 이유도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그는 끈질기게 세 차례나 더 물었다.

강 교사는 "내가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는 걸 왜 실장님에게 말해야 하냐"고 묻자, 임 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선생님 좋아하는 거 알잖아. 몰라요? 알잖아. 알면 그 정도는 얘기해줄 수 있지. 그래야 나도 그렇게 행동을 함부로 못 하는 거잖아요."

강 교사는 임 실장에게 "가정이 있는 분이 이러면 안 된다"고 말하며,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실장님이 먼저 말한 김에 저도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기간제 교사로서 그동안 상사인 실장님에게 상당한 부담을 느껴왔습니다. 실장님이 밥 먹자고 할 때면, 상하 관계에서 '내가 저분의 말을 안 들으면 어떡하지?' 그런 부담감으로 밥 먹으러 나온 적도 많습니다. 만나면 제 손을 잡거나, 포옹하지 않으셨습니까. 밤에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할 때도 저는 정말 살 떨릴 정도로 너무 놀랐습니다."

임 실장은 "(강 교사를) 좋아하는 감정은 있는데, 그 이상으로 가면 물론 안 되니까 내가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임 실장은 또 강 교사에게 "현재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이야기 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제가 기간제 교사로서 상사에게 느꼈던 압박을 이야기했지만, 임 실장은 또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냐고 묻더군요. 제가 대답하기 싫다고 해도요. 만약 제가 만나는 사람이 없다면, 기혼인 본인이 추근대겠다는 거잖아요. 제가 기간제 여교사이자 싱글맘이니까, 저를 얕보는 게 아니겠습니까."

당시 강 교사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럼에도 임 실장은 두 차례 더 연락을 해왔다. 용건은 밝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임 실장은 강 교사에게 "통화할 수 있느냐"고 한 차례 문자를 보내왔다.

▲ 2019년 8월 19일, 취재진과 영남공고 행정실장 임OO 씨. ⓒ셜록

기간제 여성 교사에게 수년간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종종 추행을 한 임OO 행정실장.

그는 10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해당 여성 선생님은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동료이고, 이성적 감정 혹은 나쁜 의도를 갖고 만난 건 아니다"며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손을 만지거나 위로 차원에서 어깨를 보듬어 준 적은 있지만 볼에 입맞춤을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내 행위에 불쾌감을 느꼈다면 진심으로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측근인 행정실장이 기간제 여성 교사를 추행하고 불쾌감을 주는 동안, 영남공고의 총 책임자인 허선윤 이사장은 과연 이 사실을 몰랐을까.

영남공고 교사 이재영(가명) 씨는 "임OO 행정실장이 기간제 여교사에게 지속해서 성추행을 한 건 허선윤 이사장의 오른팔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이를 묵인하고 간과한 영남공고 고위층들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인 강 교사는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또한 현재 학교장인 장상교 교장에게 임 실장의 성추행 사건을 알리며, 사건 조사를 지체없이 해달라고 요구했다.

장상교 교장은 강 교사에게 "성고충위원회 등 매뉴얼을 확인해 절차대로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임OO 행정실장에게도 해당 사안에 대해 확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학교장과 학교 법인 이사회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에게 적절한 징계를 내리고, 피해자 보호에 힘쓰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 직장 내 성폭력은 한국 사회의 고질병입니다. 지금도 자신의 피해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수많은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특히, 고용형태, 직급 등 위계가 낮은 여성노동자들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곤 합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학교 행정실장이 기간제 여교사에게 수년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것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셜록>은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인식 개선 등을 위해 공익적 차원에서 해당 사건을 보도한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