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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장애인들 울리는 '현대판 고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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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장애인들 울리는 '현대판 고려장'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평'으로 포장한 하향평준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 사회서비스이다. 시행된 지 10여 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만65세 연령제한에 따른 대상제한' 문제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수급받던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수급심사를 받아야 하고, 요양등급으로 판정받게 되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강제 전환된다.

현대판 '고려장', 노인이 되면 오히려 줄어드는 장애인 활동 지원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대부분의 경우 서비스 시간이 대폭 감소되고 심각한 경우 생존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4년간 65세가 되어 노인장기요양급여로 전환된 장애인은 1159명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65세에 도래한 전체 장애인의 32.7%에 해당된다. 이들 중 서비스 시간이 최대로 감소한 경우는 월 313시간이 줄어든 경우도 있다. 하루 평균 10시간가량 서비스가 삭감된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서비스 내용의 문제이다. 장애인활동지원의 경우 '출퇴근, 등하교' 등 외출 지원이 가능하여 사회활동 지원이 가능하지만 노인장기요양은 재가급여 또는 시설급여만 가능하다. 결국 하루 최대 4시간에 불과한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으면서 겨우(!) 살아가거나, 그마저도 어려우면 노인요양시설 등 시설을 이용하라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기에 장애계는 이를 "장애인에 대한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제도 초기부터 존재했다. 활동보조서비스 제도의 첫 시작인 2007년 4월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 지침을 통해 신청자격 상 만6세에서 만65세까지 '연령제한'을 두었으며, 기존 수급자가 만65세가 되는 경우에는 해당 연말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후 2011년 11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변경되면서 "활동지원 수급자가 만 65세가 도래하였으나, 장애 특성상 활동지원급여가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활동지원급여를 계속 희망하는 경우"로 신청자격이 바뀌었다. 그런데 2013년 지침에서 다시 2011년 10월 이전처럼 '장기요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경우'로 제한되었다. 2011년에는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 중 '선택권'을 인정하였다가 다시 1년여 만에 철회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특별한 설명을 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선택권'을 부여했다는 것은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만으로는 지원이 부족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중증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취지에서 본다면, 노인 장애인에게 '장기요양'이 필요할 수 있으니, 사회적 활동(자립생활)을 지원하는 '활동보조'는 그대로 둔 채 '방문요양'과 '방문목욕'이라는 '장기요양' 서비스를 추가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되려면 65세 이후에는 '장애인+노인'로서 기존 활동지원급여에서 '장기요양'을 더 이용할 수 있도록 급여를 추가해주거나 최소한 유지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재는 '장애인+노인'은커녕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의 필요는 하루아침에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비장애)노인'으로서의 필요만 인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하향평준화하자는 보건복지부

이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가장 주요하게 제기하는 것은 노인장기요양 수급자와의 형평성 문제다. 노인도 장애인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데 만 65세 이후에도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제도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을 유지한다면 노인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기존 수급자를 포함하여 노인들이 '장애인 등록'을 하려고 할 것이고 모두 장애인활동지원으로 넘어올 것이며, 결국 '보험'이 아니라 '조세'로 운영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예산이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라는 이유이다.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불균형'하고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불공평'한 쪽을 공평하게 맞추는 것이 맞지 반대로 '모두 공평하게'라는 말로 포장하여 하향시키는 것이 맞는 것인가?

결국 핵심은 '예산'이다. 돈 많이 들어가니 못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만 65세 이하인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 등급을 신청하여 장기요양등급이 결정된 사람은 수급권을 포기하더라도 '장애인활동지원'을 신청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현재 65세 미만이라도 노인성 질환을 지니고 있으면 장기요양을 신청할 수 있다).

만 65세 이하인 장애인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몰라서(!)' 노인장기요양을 신청하면, 노인장기요양 수급권을 포기하고 싶어도 다시는 물릴 수 없다는 것이다. 어째서 수급권을 가졌다고 해서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지침에 명시해둔 걸까? 만 65세 이하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 수급을 신청할 경우, '장기요양'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안내하고 신청을 돕는 것이 오히려 타당한 것 아닌가?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인 사안이며, 2017년에는 이와 관련된 행정심판이 청구되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있지만 상임위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입장이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6년 11월 제도 개선 권고를 하였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얼마 전 국회의장에게 관련 법 개정을 권고하기도 하였으며, 65세에 도래한 피해사례자에 대해 긴급구제를 결정하기도 하였다.

65세 연령 제한을 풀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회서비스 정책의 방향은 '지역사회 중심'이며, '공적 지원' 속에 '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다. 장애인활동지원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제도 간 형평성'이라는 얼토당토않은 핑계로 장애인의 삶을 나락의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제도가 변화하고 맞춰가야 한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존재하는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를 빨리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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