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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김명길 '스웨덴 담판' 결실 맺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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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김명길 '스웨덴 담판' 결실 맺으려면…

[안문석의 한반도 깊이보기] 관건은 미국의 '균형감'

지난 6월 판문점 북미정상회동 이후 곧 열릴 듯하던 실무회담이 이제야 열리게 되었다. 어쨌든 만나야 풀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곧 열린다던 실무회담이 안 열린 것은 그만큼 양측의 생각과 주장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는 얘기다.

반대로 오랫동안 안 열리던 회담이 열리는 것은 양측이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스웨덴으로 향하던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어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간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했는데도, 미국이 2016~2017년 사이 채택된 유엔의 제재 가운데 민수경제·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5건을 해제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렬되긴 했지만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하노이 회담은 무의미하지 않은 것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과 미국이 이후 '밀고 당기기'를 해왔다.

미국에서 새로운 신호를 보냈다는 김명길의 말은 제재 해제와 관련해서 미국이 안을 내놓았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미국의 일부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은 섬유와 석탄 수출 제재를 36개월 간 중단하는 안이라고 한다. 대신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쇄에다가 우라늄농축 시설 폐쇄를 추가로 제시했다고 한다.

그동안 북미의 경색이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는데 구체적인 협상안에 대한 보도까지 나오면서 미래가 보이는 국면으로 바뀌었다. 우선 양측이 합리적 논의를 통해 알찬 결실을 낳기를 기대해야 하겠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지금 나오는 협상안은 양측의 균형이 맞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생각해온 영변 핵시설, 거기에 우라늄농축 시설도 폐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상품을 외국에 팔 수 있는 권리를 회복하는 것이다. 북한은 많은 것을 잃고 미국은 막고 있던 것을 풀어주는 것이다. 그것도 조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로 만족 못해 더 요구했고, 5건의 제재 해제는 들어주지 않으려 해 결실이 없었다.

생각컨대 지금 나오고 있는 안을 미국이 고집한다면 하노이 결렬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협상을 성공시킬 생각이 있다면 미국이 더 내놓아야 한다. 유엔제재 해제, 미국의 자체 제재 해제, 한미군사훈련 중단,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종전선언 등 북한이 요구하고 미국이 들어주지 않는 것은 너무너무 많다.

실무협상이 시작되었지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지 실랑이를 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특히 미국은 대선 정국을 맞고 있어 양보를 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에는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있어 미국 국내정치 상황이 북미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국내적으로 어려워지면 최고지도자는 통상 강경한 대외정책을 선택한다. 관심전환가설(diversion hypothesis)이다. 강력한 외교정책을 쓰면 관심도 그쪽으로 모을 수 있고, 위기를 조성해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도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의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미국도 북한 비핵화를 하면 좋다. NPT(핵확산금지조약)의 완전성을 보전할 수 있고, 협상을 잘 마무리 하면 대선에서 득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제는 미국이 양보를 하지 않는 협상을 했을 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못해도 크게 나쁠 것이 없다. 국면을 바꿔 북한을 압박하는 강경책을 쓰면 여당의 지지도를 올릴 수 있고, 남북한 긴장도 조성해 한국이 한미동맹에 더 의존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니 급할 이유가 없다. 협상에서는 서두르지 않는 쪽이 절대 유리하다.

북한은 어떤가? 바쁘다. 올해 식량 사정이 나빠졌다. 작년에 가뭄과 이상고온 현상이 심해 곡물 생산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시작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내년에 끝나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보다 큰 성과를 내서 인민들이 생활향상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4월에는 그동안의 핵·경제 병진전략을 경제건설 총력전략으로 바꿔 경제발전에 힘을 더 쏟아왔는데, 식량사정이 나빠졌으니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급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실험 발사, 이후 최근의 잠수함발사미사일 시험발사 등은 그런 조금함의 표현으로 읽힌다.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 하노이에서 좀 진전된 안을 가지고 나와라"라는 신호을 미국에 보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양측이 마주 앉게 되었으니 북한도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1차 북핵위기 당시의 협상에서 보았듯이 오랜 기간 협상과 중단 사이를 오갈 가능성이 높다. 양측의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이 고조될 수도 있다. 1994년 6월 당시처럼 미국이 초강경책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니 북한은 절대 레드라인을 넘어선 안 된다. 지금의 레드라인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이 될 것이다. 북한의 인내심이 고갈돼 이 선을 넘는 순간 북한은 경제건설은 고사하고, 다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미국의 슈퍼매파는 그런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북한은 인내심을, 미국은 균형감을 더 가져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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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문석

안문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요크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KBS 통일부·정치부·국제부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정치부 외교안보데스크를 지냈습니다. 2012년부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북한의 대외관계', '동북아 국제관계'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통일외교 방안 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국내외의 저명한 저널에 연구결과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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