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해양방류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 대표단은 1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63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국제 사회의 공조를 촉구했다.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최근 일본 정부 고위 관료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방안으로 해양 방류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다"며 "원전 오염수 처리가 해양 방류로 결정될 경우, 전 지구적 해양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국제 이슈이므로 IAEA와 회원국들의 공동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원자로 상태 및 오염수 현황에 대한 현장 조사와 환경 생태계에 대한 영향 평가 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추진해야 하며, 국제사회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만한 원전 오염수 처리 기준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앞서 5일에는 IAEA에 서한문을 보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 가능성과 이에 따른 환경 영향 우려를 전달했다. 또 일본의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해 국제기구와 이해 당사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외교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은 IAEA 사무총장 대행을 만나 이 기구의 적극적인 역할을 계속 요청할 예정이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과 보건에 대한 기여를 촉진하기 위해 1956년 창립된 원자력 분야 국제기구로, 현재 171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IAEA에 특정 국가를 직접 규제할 권한은 없지만, 정부는 이 기구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확산하고 공동 권고안도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는 오염수가 계속 늘고 있지만, 일본은 이 오염수를 처리하지 못해 대형 물탱크에 넣어 원전 부지에 보관하고 있다. 오염수 양은 7월 말 기준 115만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정화시설에서 오염수를 정화했다며 '처리수'로 부르고 있지만, 정화를 거친 물에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가 남아 있다.
한편 문 차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언급했다. 국내 가동 원전의 안전을 위한 안전기준 강화정책과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원자력안전혁신 프로젝트도 설명했다.
또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에 이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표준설계인증서를 획득, 기술력을 인정받은 APR-1400(한국형 원전)과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해 상용화를 눈앞에 둔 한국형 소형원전 스마트(SMART) 등도 소개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한국 정부의 이같은 우려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반박했다.
일본의 다케모토 나오카즈 과학기술상은 이날 오전 문 차관에 앞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일본의 조처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거가 없는 비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몇몇 국가가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이 후쿠시마 사태를 딛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제공한 자료와 관련된 IAEA의 보고서를 토대로 국제사회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은 한국을 포함해 21개국의 오후 연설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 차관의 기조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이에 한국 측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은 미래 세대와 글로벌 환경 보호라는 측면에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문제는 비단 일본뿐 아니라 주변국과 해양 생태계와 관련한 문제라며, 일본이 관련 정보를 좀더 자세하고 투명하게 공유하고 국제사회에 협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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