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인 여성 교사를 불러내 술접대를 강요한 전 현직 교장 세 명이 쓸쓸한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둘은 퇴임 행사 없이 교직을 떠나고, 한 명은 배임수재 혐의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는다.
일명 '술접대 3인방' 혹은 '대구 교육 마피아'라 불리는 이들은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 이상석 영남공고 교장, 김규욱 달서공고 교장이다. 이들은 2008년, 2011년 영남공고 여성 교사에게 술접대를 강요하고, 받았다.
여러 비리 의혹과 갑질에도 그동안 세 사람은 교육청, 공립학교, 사립학교에서 승승장구했다. 모두 교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교직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지금, 세 사람은 숨거나, 도망치거나,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김규욱 달서공고 교장은 8월 31일 정년퇴임한다. 교육계에서 수십 년 일하고 정년을 맞으면, 간단한 퇴임 행사를 거쳐 교직원의 박수를 받으며 교문을 나서는 게 일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김 교장은 8월 12일부터 마지막 근무일인 30일까지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김 교장이 대구교육청 장학관으로 일할 때 영남공고에서 술접대 받은 사실을,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폭로한 직후부터 학교에서 몸을 감췄다.
애초 김규욱 교장은 평생 공직에 근무한 이력으로 ‘황조근정훈장'(2등급)을 받을 예정이었다. 대구교육청은 올해 초에 교육부와 행정안전부에 그의 훈장을 신청했다. 이미 훈장은 나왔고, 교육청이 이를 보관하고 있다.
교육청은 김 교장의 퇴임에 맞춰 훈장을 수여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구교육청은 김규욱 교장이 술접대 받은 사실이 밝혀진 이후 훈장 '전수 보류'를 신청했다. 대구교육청은 "교육부와 협의 후 '훈장 처분 취소'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석 영남공고 교장 역시 8월 31일 정년퇴임한다. 이 교장 역시 <셜록>이 영남공고 문제를 보도한 이후부터 조퇴 등을 내세워 학교에서 자주 몸을 감췄다. 그 역시 마지막 근무일은 8월 30일에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간단한 퇴임식도 열리지 않으며, 소속 친목회의 선물 증정 행사도 교사들의 반발 등으로 취소됐다.
이상석 교장이 영남공고에서 보낸 '마지막 일주일'은 고난의 시간이었다. 여러 후배 교사들이 줄줄이 교장실로 찾아가 그동안의 갑질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특히 29일에는 교사 10여 명이 단체로 이상석 교장을 면담하면서 "왜 우리에게 왕따를 지시했냐" "연애를 이유로 사직을 강요한 근거가 뭐냐" 등등을 따져 물었다. 이상석 교장은 후배 교사들의 물음에 답하지 못한 채 고성만 질렀다.
"나가! 엄무방해하지 말고, 나가!"
이상석 교장은 작년 대구교육청 감사 결과 중징계(정직) 처분을 받아 자격미달로 훈장을 받지 못한다. 술접대 사건 때, 이상석은 교무부장이었다.
이상석 교장이 고성을 지르며 보낸 8월 29일은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에겐 치욕의 날이었다. 이날 오전, 대구교육청은 "영남공고 감사 결과 허선윤 이사장의 비리, 갑질 등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허 이사장의 임원취임 승인 취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허선윤 이사장은 29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별관 4호 법정 피고인석에 앉았다. 교사 채용대가로 돈을 받은, 배임수재 혐의다. 그는 혐의 인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서둘러 법원을 떠났다.
허 이사장은 평일 출근은 물론 주말에도 자주 학교에 갔다. <셜록>의 보도 이후 그는 학교에서 자취를 감췄다.
영남공고에서 일하는 A 교사는 "갑질의 왕으로 통하는 허선윤 이사장, 이상석 교장이 없으니 학교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드디어 학교가 학교답게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마피아 3인'은 떠났지만, 그들의 자녀는 한곳에 모여 있다.
김규욱 장학관의 아들은 영남공고 행정실에서 근무한다. 그는 술접대 사건 이후 채용됐다. 허선윤의 아들, 이상석 교장의 딸은 영남공고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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