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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때도 노래방 호출..."수천 만원 뜯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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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신혼 때도 노래방 호출..."수천 만원 뜯겼다"

[영남공고, 조폭인가 학교인가] 끊임없는 허선윤의 노래방 호출

신혼여행은 못 가도, 노래방은 가야만 했다. 신혼집에서 아내와 함께 있어도 그들은 어떻게든 불러냈다. 노래방으로 가면 상석에 그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여러 교직원이 '이사장의 여자'라 부르는 노래방 K 사장.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던 금요일 저녁이었다. 또 노래방으로 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사정을 설명해도 통하지 않았다.

"가정이 그래 중요하나?"

온갖 수단으로 신혼여행을 못 가게 했던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해도 오라고 했다. 영화가 안 끝났는데, 아내가 극장 안에 있는데… 또 노래방으로 달려갔다.

노래방에 도착하니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은 K 사장 옆에 편하게 앉아 있었다. 허선윤은 술을 한 잔 따라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허선윤 이사장이 오라고 한 노래방. ⓒ셜록

"왔나. 옆방에 가 놀아라."

K 사장에게 자기 힘을 과시하려 부른 건가. 허선윤이 있는 방은 음주가무로 시끄러웠지만, 정우석(가명) 영남공고 교사의 마음은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자괴감으로 흔들렸다. 시간이 흐르자 한 명, 또 한 명.. 호출당한 젊은 교사들이 노래방에 도착했다.

젊은 교사들은 도착한 순서대로 허선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인사를 올렸다. 그 뒤 교사들은 정우석 교사가 있는 옆방으로 왔다.

허선윤은 젊은 남성 교사와는 겸상을 안 한다. 허선윤 이사장은 노래방에 오면 늘 방을 두 개 잡는다. 하나는 자기를 포함한 '간부 방' 다른 하나는 '젊은 교사 방'.

강제로 불려온 교사들이 벽돌처럼 노래방에 쌓였다. 교사들은 서로 대화하지 않았고, 할 말도 없었다.

"몇 년 동안, 많으면 일주에 두 번씩 노래방으로 불려 갔는데,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냥 멀뚱히 앉아 이사장의 노래방 유흥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는 겁니다. 이사장이 “가라”고 해야 갈 수 있습니다."


허선윤 이사장과 측근 교직원, K 사장과 일부 여성이 있는 방에선 노래와 웃음 흘렀고, 젊은 교사들의 방에선 침묵과 분노가 춤을 췄다.

잠시 뒤, 젊은 교사들이 있는 방으로 술과 안주가 들어왔다. 술은 한두 병이 아니고, 안주도 한두 개가 아니다. 비싼 양주가 들어오기도 했다. 누가 주문했을까.

"허선윤 이사장 측이 자기들 마음대로 술과 안주를 저희 방에 보냅니다. 저희는 가격도 모릅니다. 나중에 보면 양주 한 병에 30만 원, 구운 오징어 한 마리가 3만 원, 만두 두어 개 튀겨 주고 2만 원…"

젊은 교사들은 노래방에 차려진 술과 음식에 마음대로 손을 댈 수 없었다. 노래도 제대로 부를 수 없었다.

"안 그래도 강제로 불려온 건데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면 ‘저노마들 즐기네!’ 하면서 더 자주 불러 냅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술, 음식, 마이크에는 손도 안 댔습니다. 그냥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 겁니다."

노래방 비용과 술값은 누가 낼까?

"허선윤은 절대로 돈을 쓰지 않습니다. ‘간부 방’에서 먹고, 마시고, 부른 것까지 젊은 교사와 부장들이 ’N분의1’로 계산했습니다. 저희가 주문하지 않아 먹지도 않은 술, 안줏값을 모두 달라는 대로 줬습니다. 거의 갈취를 당한 겁니다."

계산도 깜깜이로 이뤄졌다. 허선윤의 노래방 여흥은 보통 오후 8시에 시작해 밤 12시 즈음에 끝났다. 그러면 간부 교사 중 한 명이 계산을 한다. 노래방에서 허선윤 다음으로 '서열 2위'로 통하는 K사장이 달라는 대로 줘야 한다. 늘 허선윤 옆에 앉는 노래방 사장에게 함부로 하면 큰일 난다.

다음 날, 간부 교사가 결산을 한다. 이런 식이다.

“어제 술값이 100만 원 나왔습니다. 한 사람당 10만 원씩 내시면 되겠습니다.”

▲ 노래방 앞에 도착한 허선윤 이사장. ⓒ셜록

정우석 교사는 기간제 교사로 영남공고에 들어온 직후부터 최근까지 3년간 이렇게 불려 다니고 강제로 돈을 냈다. 잦을 땐 일주일에 두 차례, 적어도 한 달에 2회 정도는 노래방으로 불려 갔다.

허선윤의 노래방 호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자기가 계산하지 않기에 마음껏 주문하고 즐겼다. 정우석 교사는 허선윤의 노래방 여흥 비용으로 얼마를 썼을까.


“저는 3년간 최소 1000만 원 정도 썼습니다. 항상 여러 명이 노래방으로 불려가 저처럼 돈과 시간을 갈취 당했으니, 다들 이 정도는 썼을 겁니다. 비용은 늘 ‘N분의1’을 했으니까요.”

허선윤 이사장의 노래방 편력은 교직원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유명하다. 정우석 교사는 허선윤과 함께 간 노래방을 모두 기억한다.

"처음엔 상호가 ‘빙글빙글’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출입한 노래방은 ‘까뮤’입니다. 이 까뮤에서부터 ‘허선윤의 노래방 편력’ 역사가 새로 쓰였습니다."

무슨 뜻일까.

"까뮤노래방에서 허선윤 이사장이 여성 도우미를 불렀거든요. 그러다 한 도우미를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2015년 6월께부터, 허선윤이 교사들을 동원하는 노래방이 대구시 범어네거리에 있는 '란'으로 바뀌었습니다. 가보니까, 란노래방 사장이 그 도우미하시던 K씨더라구요."

그때부터 영남공고 교사들은 본격적으로 K사장이 운영하는 란노래방에 불려 다녔다. 허선윤 이사장은 워낙 자주 란노래방을 출입해서 학생들 눈에 띄기도 했다. 당시 근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영남공고 학생은 노래방으로 향하는 허선윤을 사진으로 찍었다.

학교 이사장이 노래방 다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워낙 출입이 잦아서 그런지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퍼졌다. 그러자 한 교사가 사진 촬영한 학생을 찾아와 부탁했다.

“이사장님 사진 좀 지워주면 안 되겠니?”

▲ 여자 사장. ⓒ셜록

얼마 뒤 란노래방은 문을 닫았다. 허선윤 이사장이 출입하는 노래방도 바뀌었다.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OOO노래방. 정우석 교사 등 교직원들은 다시 새 노래방으로 호출됐다. OOO노래방에 처음 불려간 날, 정우석 교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K씨가 새로 개업한 곳이더라구요. 허선윤 이사장이 출입한 노래방은 주기적으로 바뀌었지만, 여성 사장님은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까뮤노래방에서 도우미로 만난 여성이 노래방을 차리자 그곳으로만 교사들을 동원한 겁니다."

허선윤은 사립학교 이사장이란 직위를 이용해 기간제 교사 등 여러 교직원을 노래방으로 동원했다. 노래방 비용, 술값 등은 모두 교직원들이 지불했다. 정우석 교사의 말에 따라, 거칠게 계산해도 영남공고 교사들은 최소 수천 만 원을 갈취당한 셈이다.

허선윤 이사장이 진정으로 노래방 문화만을 좋아해서 교사들을 그토록 자주 동원한 걸까? 다수의 영남공고 교사들은 고개를 흔든다.

“노래방을 좋아했으면, 다른 노래방으로 좀 부르든가요. 언제 어디서 학교 행사가 끝나든, 꼭 같은 노래방을 갔습니다. K사장이 운영하는 곳으로요. 오죽하면 교사들 사이에 ‘둘이 동업 관계’라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만약 노래방 호출에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정우석 교사의 말이다.

"수업을 감시하는 등 괜한 꼬투리를 잡아 끊임없이 사람을 괴롭힙니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요."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정우석 교사는 '소름끼치는 경험'이라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다.

"허선윤 이사장 아들이 영남공고 교사거든요. 그 아들도 또~~옥 같습니다. 지 마음대로 교사들 노래방으로 불러내고, 비용 ‘N분의1’로 계산하고. 허선윤 이사장은 술을 안 마시는데도, 자기 마음대로 술 시키고 계산을 떠넘기거든요. 아들도 또~~옥 같습니다."

허선윤과 아들 교사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고 한다.

"그 아들도 늘 부르는 도우미가 있습니다. 꼭 그 도우미만 찾습니다. 술 한 잔도 안 마시는 사람이 도우미 옆에 끼고 앉아서 술 시키고 그럽니다. 도우미 비용이요? 그것도 ‘N분의1’로 지 아버지랑 또~~옥 같이 합니다. 밤에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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