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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학생들의 죽음을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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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학생들의 죽음을 강요했다"

[수험생 잇단 자살 진단] 입시제도 근본적 개혁 필요

지난 10월 수능 시험을 앞두고 3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수능 시험을 보던 여학생이 근처 아파트에서 투신한 것을 계기로 수능 시험과 현행 입시 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교조, "송양 자살은 구조적 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5일 성명을 통해 "수능 시험 철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학벌 풍조와 그에 따른 살인적 입시 경쟁"이 송양을 자살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송양의 자살은 사실상 "구조적 살인"이란 것이다.

전교조의 송원재 대변인은 "매년 반복되는 이런 일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개선으로는 불가능하다"면서 "'대학 평준화를 통한 서열화 해소'와 '학벌주의 풍토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벌없는 사회'의 김태수 사무처장도 전교조 입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김 사무처장 역시 "'대학 평준화', '서울대 학부제 폐지', '지역 인재 할당제', 학제 개편에 따른 직업 교육 강화 등이 도입될 때 비로소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능 시험 자격고사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해**

현재 수능 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제도 개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송 대변인은 "현재 수능 시험은 너무 어려워서 애들의 학습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수능 시험 대비를 위한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 대변인은 "단기적으로는 수능 시험을 쉽게 출제하고 장기적으로는 자격고사 정도의 위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수 사무처장은 이를 위해 "각 대학들이 내신 성적의 비중을 높이고, 수능 성적의 비중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상대 평가를 도입하고 있는 수능 성적을 "절대 평가로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수능 시험, 정신의학적으로도 비인간적**

한편 3년 동안 배운 것을 하루에 걸친 1번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현 수능 시험은 정신의학적으로도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배기영 박사(동교신경정신과)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하루만에 3년간 배운 것을 평가받는 현 수능 시험은 수험생들에게 매우 큰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배기영 박사는 "스트레스는 그와 관련된 정신병 그룹이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정신의학적 질환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배기영 박사는 "만약 아프거나 다른 이유로 결시하거나 수능 성적이 낮게 나올 경우에는, 1년이나 수험 생활을 다시 해야 한다"면서 "이 역시 수험생들에게 큰 중압감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배기영 박사는 "하루만에 수능 시험의 전 과목을 치르는 것도 큰 문제"라면서 "하루 종일 시험을 치를 경우 학생들이 집중하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그만큼 부담감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박사는 "당락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1~2점의 점수가 매우 중요한 현 수능 시험 제도는 매우 비인간적"이라고 덧붙였다.

배기영 박사는 "시험을 이틀에 나눠서 치르거나, 1년에 2~3번에 나눠서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송 대변인도 "1년에 수능 시험을 3번 본다면 수험생들이 목숨을 끊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류층∙명문대 이기주의가 개혁 막아**

송원재 대변인과 김태수 사무처장은 상류층과 명문대의 이기주의가 개혁을 막는다고 입을 모았다.

상류층은 자기 자식들에게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기 위해서, 학벌 풍조와 경쟁 위주의 입시 제도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송 대변인은 "상류층은 이미 경쟁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 체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면서 "교육부나 정부도 이런 고질적인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상류층의 발목잡기 때문에 개혁을 시도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수 사무처장은 "명문대의 이기주의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명문대가 우수 학생 확보를 위해서 수능 시험 비중을 계속 높이고, 수능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지게끔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김 사무처장은 "명문대들이 수능 시험 비중을 낮추고, 지역 인재 할당제를 당장 실시한다면 가시적인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명문대학 재학생들이나 동문들이 갖고 있는 '대학 이기주의'도 교육 개혁의 장애물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의 보도행태도 문제**

언론의 보도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김태수 사무처장은 "언론이 수능 시험이나 입시제도 등을 보도할 때 근시안적인 보도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학벌 풍조 개선 등 좀더 근본적인 교육 개혁에 신경을 쏟을 때"라고 지적했다.

송원재 대변인도 "수능 시험이나 입시 제도에 대해서 일관된 논리를 갖고 접근하는 언론이 부재하다"면서 "특히 조∙중∙동의 경우에는 우수 인재 선발 쪽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자연히 기사의 방향도 변별력을 높이는 수능 시험을 요구하거나, 경쟁을 강요하는 쪽으로 치중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학생의 날'인 지난 3일 15명 남짓한 학생들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입시 부담 자살 학생 추모제'를 열었다. 학생들은 친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한국 사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이제 우리 모두가 답할 때이다.

"학생들이 나약해서 죽었다는 허튼 소리는 그만해라. 학생들은 이러한 학벌사회가 만든 희생자다. 우리는 죽은 친구들을 마음 속 깊이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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