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내 계파 문제 등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 기류에 대해 작심한 듯 강경 발언을 내놔 눈길을 모았다.
황 대표는 1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이 우리 당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데 우리 당은 하나로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면서 "계파적 발상과 이기적 정치행위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반드시 신상필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순간에도 오로지 당과 미래를 걱정하면서 땀 흘려 일하는 당원 동지들을 생각하면 그런 행위는 용납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황 대표는 "제 머릿속에는 친박·비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사를 비롯한 어떤 의사결정에도 계파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면서 "민주 정당에서 서로 다른 의견의 존재는 당연한 일이지만, 당과 국가·국민을 위한 의견 표출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거듭 비판했다. 특히 그는 "당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한다면 이는 총선을 망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회의 후 발언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까 말씀드린 게 전부다. 다 말씀드렸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최근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당이 '도로 친박당'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불편함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도 '친박계가 당직을 독식힌다', '도로 친박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나는 친박에 빚진 것이 없다. 내가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다는 것이지 그때 정치를 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내가 친박을 키워야겠다는 뜻으로 당에 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강한 불만을 보였다.
특히 인선과 관련해서는 "우리 당이 '친박 70%, 비박 30%'라고 한다. 그러니 당직에 친박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라며 "'도로 친박당' 같은 말은 언론이 만든 것이고 당에 계파는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와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김용태·김학용·장제원 의원 등은 언론 인터뷰나 SNS 등을 통해 당의 총선 전망에 회의를 표하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극우만 바라보면서 나날이 도로 친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으니 국민들이 점점 외면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고, 같은달 10일에는 "친박 1중대, 2중대 가지고 선거가 되겠느냐. 친박들을 만나고 다니는 게 보수대통합이냐"고 했었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 글에서 "노선과 좌표가 명확하지 않으니, 과거 세력들의 '반동'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구체제의 부활'이 가능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이로 인한 기이한 악재들이 반복된다. (이는) 우리 당의 명확한 개혁노선과 좌표 설정이 되지 않아 생기는 일"이라며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개혁노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연 원장도 같은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로 친박당'이라는 지적에 대해 "부인하기 어렵다"며 "당내 분란의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이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딱잘라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여러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당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경제가 엉망이니까 결국 집권당인 민주당에게 국민들이 등을 돌릴 거라고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참으로 대단한 착각"이라면서 우리공화당과의 연대론이 자꾸 불거지는 데 대해 "필패"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께서는 지난번 탄핵 국면에도 80% 이상이 탄핵은 당연히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신다"며 "만약에 그렇게(우리공화당과 연대를) 한다면 그분들에 대한 정말 중대한 모욕"이라고 이유를 설명하고 "내년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 잘하고 있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라 '탄핵 잘됐느냐'는 선택지가 국민들한테 주어진다면 한국당이 이길 수 있겠나. 그건 보나마나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황 대표를 겨냥해 "경선에서 황 대표가 친박들로부터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강을 건넜으면 타고 온 배를 버리고 볼일을 보러 가야 되지 않겠느냐"며 "황 대표께서 우리 당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계파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계파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셔야 된다. 그 초점은 결국 보수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공화당 등 극우세력이 아니라,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등 중도보수와의 연합 필요성을 강조하는 취지였다.
황 대표의 "계파적 발상", "분열" 경고 발언은 공교롭게도 김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 직후 나왔다. 황 대표는 취임 후부터 통합을 강조해왔으나, 사무총장·전략부총장·대변인·비서실장 등 주요 당직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사법개혁특별위원장 등 국회직까지 친박계에서 주요 보직을 싹쓸이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도로 친박당'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 경제보복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역풍 등이 겹치며 한국당 지지율은 하락·정체 국면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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