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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협회 "1987년 이후엔 북한의 테러 연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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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협회 "1987년 이후엔 북한의 테러 연루 없다"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18> 북한 미사일 수출과 테러지원 논란

미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약칭 CFR)는 민간 차원의 싱크 탱크로서, 역대 미 행정부의 국제관계와 대외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쳐 왔다. 1921년에 출범한 CFR은 국제관계의 다양한 주제를 객관적인 잣대로 연구하고 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미 행정부의 실무자들은 물론 관련 학자들로부터 신망을 받는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연구기관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지난날 CFR에서 활동했었다. 워싱턴과 뉴욕 두 곳에 사무실을 두고 미국의 대외정책을 분석 전망해온 CFR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격월간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의 발간주체이기도 하다.

한반도 정책을 비롯한 대외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하는 부시 행정부에 들어와서는 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지만, 싱크 탱크로서 CFR이 지닌 힘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만 해도 막강했다. CFR이 펴내는 연구보고서들은 미 대외정책의 방향타로 여겨질 정도였다. 당시 미 국무부 관리들은 CFR 문건들을 읽고 새 정책의 가닥을 잡거나 기존 정책을 수정 보완했다. 우리 한국 외교통상부 관계자들도 CFR 관계자들과 만나거나 그 연구 보고서들을 읽고나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방향을 가늠하면서 그와 관련한 대책을 미리 마련하곤 했다.

***"북한은 테러를 지원하고 있는가?" **

CFR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오늘의 북한이 과연 부시행정부가 '테러지원국'이라고 규정한 나라들과 어느 정도의 협력관계에 있는가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부시 대통령은 2002년 초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더불어 '악의 축'이라고 낙인 찍었다. 미 국무부는 2005년 봄 '테러리즘 유형'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을 쿠바, 이란, 시리아, 리비아, 수단과 함께 '테러지원 6개국'이라고 못 박았다. 미 국무부가 제시한 근거는 이들 나라들이 테러집단과 연계돼 있고, 대량살상무기를 테러집단에게 넘겨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991년 옛소련이 무너지면서 1990년대 초반부터 경제원조가 끊기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잇단 가뭄과 홍수로 자연재해를 겪은 북한은 1990년대 중반 들어 에너지난과 경제위기의 늪에 빠졌다. 달러가 한 푼이라도 아쉬운 북한으로선 미사일 기술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효자 수출품목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일들은 오늘날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테러지원국'이란 멍에를 씌우는 근거가 됐다.

이와 관련, CFR이 작성한 최근 문건의 제목은 '국가 후원자들: 북한'(State Sponsors: North Korea). 여기서 '국가 후원자들'이란 다름 아닌 '테러 지원국들'을 가리킨다. 일반인들이 북한에 대해 품는 궁금증을 풀어주는 문답 형식으로 이뤄진 이 CFR 문건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북한은 테러를 지원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결코 "그렇다"고 단정적으로 대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의 테러관련 혐의는 오래 전에 벌어졌던 비극적 사건인 KAL기 폭파사건(1987년)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이 CFR 문건은 북한이 KAL기 폭파사건 뒤로 20년 가까이 테러공격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반미 국가들에게 수출해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SIPRI 연감에 나타난 미사일 수출규모**

여기서 두 가지 짚고 넘어갈 사항이 있다. 첫째는 미사일 수출 규모. 미국은 첩보위성을 비롯한 첨단 전자 장비들로 북한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본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수출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기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숫자로 딱 부러지게, 또는 "북한이 얼마 어치를 수출했다고 추정된다"고 밝히지 못하는 사정도 헤아려볼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참고 자료가 있다. 지구촌의 전쟁과 평화, 군사 관련 연구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싱크 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해마다 발행하는 『군비·군축·국제안보 연감』이다. 지난해 9월에 나온 2005년도 연감에 따르면, 미사일은 북한의 주요 무기수출 품목이다. 1992-2004년 사이에 AT-4 대전차 미사일 3250기와 SA-16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1250기를 러시아로 수출했다.

SIPRI 자료가 정확하다면, 북한은 미국이 '테러지원국'이라 낙인 찍은 국가들에게도 미사일을 수출해 왔다. 북한 스커드-C 미사일의 경우 시리아로 150기(1991-1996년), 리비아에 5기(1999년), 예멘에 45기(2001-2002년)가 각기 팔렸다. 한편 파키스탄에는 노동1호 미사일(1996-1997년) 2기, 이란에는 240㎜ 방사포(1988-1998년) 100대와 스커드미사일 발사대(1993-1995년) 10대가 팔렸다. 그러나 얼마에 팔렸는지는 안개속이다.

둘째는 보도자료의 신뢰도 문제. 북한 미사일 기술이 지닌 위험성에 대해 미 언론들이 흔히 보도하는 근거자료는 지난 2001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발표한 '2015년까지 외국의 미사일개발 과 탄도미사일의 위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그렇다고 추정된다"는 정도이지, 확실하고도 구체적인 정보로써 작성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한국언론들조차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기사를 작성할 때 지난날 미국 언론 등을 통해 이미 보도됐던, 추정으로 이뤄진 미국자료들을 재탕 삼탕하는 경우들이 많다.

물론 북한이 군사기밀인 미사일 관련 사항을 공개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북한 미사일문제는 6자회담의 당면 현안인 북핵폐기 문제 뒤에 반드시 거론될 뜨거운 감자다. 외교적 대화를 통해 언젠가는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중지하고 현황을 밝힌다면, 한반도평화는 물론 지구촌 평화를 위해 참으로 좋은 일이다.

CFR 문건의 제목은 '국가 후원자들: 북한'(State Sponsors: North Korea). 여기서 '국가 후원자들'이란 다름 아닌 '테러 지원국들'을 가리킨다. 아래는 그 요지다.

문: 북한은 테러를 지원하는가?
답: 북한은 1987년 대한항공(KAL) 폭파사건 뒤로 이렇다 할 테러공격에 연루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북한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벌여 온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ism)에서 한 가지 두드러진 부분을 갖고 있다. 테러집단을 후원하는 다른 국가들에게 북한이 보다 앞선 미사일 기술을 팔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걱정스런 사실은 2002년 10월 북한이 비밀 핵무기개발 계획을 진행해 왔다고 시인했다는 점이다. 이는 핵개발을 동결하기로 약속한 1994년 협정을 어긴 행위였다. 북한은 또한 '더욱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해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못 박아 왔고, 부시 대통령은 2002년1월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더불어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문: 북한은 핵개발계획을 갖고 있나?
답: 그렇다. 2002년10월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을 포함한 비밀 핵무기개발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측의 이러한 발표는 북한이 한 개 또는 두 개의 핵폭탄을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비축했고, 핵원자로의 연료봉을 재처리한 플루토늄으로 몇 개의 핵폭탄을 더 만들 수도 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보고가 나온 바로 뒤에 나왔다. 미 중앙정보국(CIA)는 1990년대 중반에 이미 북한이 한두 개의 플루토늄 핵폭탄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꾀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2002년 북한의 핵관련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는 1994년 핵동결 대신 경수로를 짓기로 한 미국과의 협약을 파기한 것이고, 1985년 북한이 서명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어기는 행위다(2003년4월 북한은 NPT에서 탈퇴했다).

문: 북한은 다른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나?
답: 그렇다.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지난 2002년 핵무기 말고도 '보다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은 북한이 다른 대향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판단한다. 미 펜타곤(국방부)이 일찍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화학무기들을 보유중이고, 신경질식 가스들을 다량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펜타곤은 또한 북한은 초보적 형태의 생물학무기 개발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추정한다. 탄저균, 콜레라균, 페스트균을 생산하는 이런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다.

문: 북한은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한 미사일을 보유중인가?
답: 그렇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 다다르는 100개의 노동 미사일을 포함한 약 600개의 스커드 미사일을 실제 배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1998년 북한은 일본 영토 대기권 위를 넘어가는 '대포동 1' 미사일을 시험발사, 큰 소동을 일으킨 적도 있다. 미 CIA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언제라도 '대포동 2'를 시험발사할 준비를 마쳤다. '대포동 2'는 미국 본토 서부지역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그 미사일 탄두에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할 수 있을 정도의 앞선 기술을 지녔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문: 북한은 다른 테러 지원국들과 협력관계를 맺었나?
답: 그렇다. 북한은 미 국무부가 테러지원국 목록에 올린 국가들(이란, 시리아, 리비아)에게 탄도 미사일 기술을 수출했다. 파키스탄과 예멘은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오르지 않은 국가들이지만, 북한은 이들 두 나라에게도 미사일 기술을 팔았다(파키스탄의 경우는 가우리 미사일-필자 주). 그런 미사일 기술은 생화학무기와 핵무기를 실어 나를 수도 있다. 미사일 기술 수출은 고립된 국가인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공급원이며, 아울러 북한이 세운 미사일 개발계획의 자금원으로 쓰였을 것이다.

문: 북한은 이란과 협력관계를 맺었나?
답: 그렇다. 북한은 이란에게 대량살상무기를 탄두에 탑재할 수 있는 탄도 미사일 기술을 팔았다(미국은 북한이 이란에 미사일 기술을 수출하고, 그 반대급부로 이란이 북한에다 미사일 기술자료를 제공했다고 판단한다. 2004년 이란이 샤하브-3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뒤 북한에 원격측정자료 등 여러 관련 자료를 제공했으며, 북한은 이를 자체 미사일 발사체계를 개선하는 데에 사용했다는 혐의다-필자 주). 그렇지만 북한-이란 두 나라는 여러 가지로 서로 다른 국가다. 무신론에 공산국가인 북한이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인 이란과 조화를 이루기는 어렵다.

〈원문 보기〉 http://www.cfr.org/publication/9364/state_sponsor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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